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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거불충분' 꼬리표...'비용대비 효과' 관건

'근거불충분' 꼬리표...'비용대비 효과' 관건

  • 이정환 기자 leejh91@doctorsnews.co.kr
  • 승인 2016.08.09 05: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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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복수술보다 뚜렷한 비교 우위 입증 안돼
경영만 앞세우면 효율성 훼손 우려

 

국내 로봇수술 1만건 넘어…환자 혜택 더욱 커질 것

현재 국내에는 45곳의 병원에 58대의 다빈치 시스템이 설치돼 있다. 이들 병원들은 도입초기에 많이 사용했던 1·2세대 다빈치 로봇 시스템을 3·4세대 시스템으로 대부분 전환했다.

로봇 시스템의 진화는 의료현장에서 다양한 분야의 수술 성공이라는 결과를 낳았다. 또 연간 1만건이라는 수술건수가 말해주듯이 로봇수술은 이제 저변화되어 가고 있는 모양새다.

지난 11년 간 로봇수술 사례의 증가는 일부 수술에서는 안전성과 효과를 입증하는 데 큰 역할을 했다. 비뇨기과 분야, 갑상선 분야 수술 등에서 안전성과 효과가 입증되다보니 의료진은 물론 환자들도 로봇수술을 점차 선호해 가고 있다.

하지만 그외 분야에서는 수술이 성공적으로 시행되기는 했지만, 안전성과 효과를 입증할만큼 데이터가 충분히 쌓이지 않았다. 따라서 앞으로 이에 대한 데이터 분석 등이 활발히 이뤄질 전망이다.

또 로봇수술 관련 기술이 앞으로 지속적으로 발전하고 의료진들의 술기도 더욱 노련해지면 로봇수술이 의료진과 환자에게 제공하는 혜택은 더욱 커질 것으로 보인다.

장비의 진화…표준수술법 자리매김?

다빈치 로봇수술 장비는 해를 거듭할수록 기술적으로 진화하고 있다. 인튜이티브 서지컬이 처음으로 만든 로봇수술 시스템은 '다빈치'였으나, 이 시스템은 '다빈치 S'·'다빈치 Si'·'다빈치 Xi'로 업그레이드 됐다.

다빈치 Xi 시스템은 2009년 이후 5년만에 출시한 새로운 플랫폼으로 기능면에서 향상됐다. 특히 수술 기구를 환자의 수술 부위에 설치하는 수술준비 과정인 '도킹'이 간소화 됐다.

또 의사의 눈과 다름 없는 카메라는 긴 내시경 뒤에 카메라를 두었던 기존 모델에 비해 카메라를 내시경 렌즈 바로 뒤에 설치해 광원의 소실을 최소화하고, 실제와 흡사한 초고화질의 3D 영상 정보를 제공해 수술 부위를 더욱 선명하게 볼 수 있도록 했다.

 

 
이밖에 천정에서 내려오는 로봇 팔은 수술 중 복강 내 어느 곳으로도 접근할 수 있도록 변했고, 4개의 로봇 팔은 더욱 정밀한 수술이 가능하도록 길이가 길어지고 얇아져 수술 가능 범위가 확대됐다.

인튜이티브 서지컬 관계자는 "다빈치 Xi를 통해 보다 많은 환자들에게 발전된 기술의 최소침습수술을 제공할 것을 기대하고 있으며, 특히 주목할만한 의학기술을 개발해온 한국 의료진과의 협업을 통해 최소침습수술이 가능한 영역을 더욱 확대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장점 많지만 개복수술보다 최대 3배 비싸

로봇수술은 앞서 언급했듯이 장비의 진화를 통해 수술이 더욱 정교해졌고, 환자들은 기존 개복수술보다 흉터가 적고, 빨리 회복할 수 있다는 혜택을 누리고 있다.

그러나 현재 건강보험급여 대상이 아니기 때문에 환자들의 비용부담은 크다. 환자들이 기존의 외과적인 수술보다 더 많은 비용을 지불하다보니 비용 대비 효과에 대한 문제제기가 끊이지 않고 있다.

한 예로 대학병원에서의 전립선암 제거수술을 비교하면 일반적인 개복수술은 400여만원의 진료비가 발생한다. 그러나 병원마다 조금씩 다르기는 하지만 로봇수술은 700∼1300만원까지 진료비가 발생한다. 최대 3배까지 차이가 난다.

로봇수술 비용이 많이 발생하는 이유는 로봇수술 장비가 평균 30여억원에 달하는 고가이고, 유지 관리비가 많이 들기 때문인데, 이는 독점공급이 깨지지 않고서는 해결되기 힘들어 보인다.

이강영 연세의대 교수(세브란스병원 대장항문외과)는 "병원에서 로봇수술 장비를 사용할 때 재료대 등 소모품과 관련된 비용이 많이 지출된다. 이 때문에 아직까지 로봇수술 진료비가 비쌀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또 "세브란스병원은 로봇수술장비 6대를 운영하고 있는데, 장비 1대 당 유지관리비가 대략 1개월에 2000만원 정도 든다. 소모품 등 까지 고려하면 만만치 않은 비용"이라고 덧붙였다.

이름을 밝히기를 부담스러워한 대학병원 한 외과 교수는 "일부 분야에서는 로봇수술이 일반적인 개복수술(복강경 수술 등)과 비교해 효과와 안전성이 뚜렷하게 나타나고 있지만, 최근 영역이 확장되고 있는 분야에서는 효과적인 측면에서 로봇수술이 개복수술보다 뚜렷한 차이를 보이지 않고 있다"며 "의료진도 이같은 부분을 고려해 환자와 충분히 상의하고 로봇수술을 할 것인지를 결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 "비급여 비용을 많이 받을 수 있어 경영에 도움이 된다는 이유로 무리하게 로봇수술의 영역을 확장하다보면 로봇수술에 대한 불편한 시각이 생길 수도 있음을 잊어서는 안된다"고 덧붙였다.

비용대비 효과성 입증 어떻게?

▲ 서울시내 모 대학병원에서 의료진이 로봇을 이용한 대장 전방절제술을 시행하고 있다. ⓒ의협신문 김선경
로봇수술의 수요 증가는 국내외에서 비슷하게 감지되지만 로봇수술 급여화에 대한 온도차이는 존재한다.

일본에서는 로봇수술기를 활용한 전립선과 신장절제술에 급여가 적용된 바 있다. 한국에서도 비뇨기과를 중심으로 로봇수술 급여화 논의는 있어 왔지만 수가보전이 충분치 않다고 비뇨기과의사들이 반발하면서 논의가 중단된 상태다.

또 보건복지부, 건강보험심사평가원 등은 아직까지 비용대비 효과성에 의문을 제기하고 있어 당분간은 로봇수술 급여화 추진은 어려워 보인다.

일부에서는 단순히 수술 비용만을 고려해 비용대비 효과성을 측정하기 보다, 환자들의 빠른 회복으로 인한 경제활동으로의 이른 복귀, 수술부위 기능 보존으로 인한 정상적인 생식 활동 등 환자들의 편익과 사회적 비용을 고려한 효과측정이 이루어져야 한다고 주장도 있다.

NECA "기존 수술법 대비 근거 불충분"

이처럼 로봇수술이 많은 장점에도 비용적인 부분이 문제가 되는 것은 기본 표준수술인 개복수술·복강경수술보다 월등하게 뛰어나다는 것을 확실하게 입증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물론 일부 수술분야에서는 로봇수술이 뛰어나다는 것이 입증되고 있지만, 국내에서는 로봇수술이 비용 대비 효과를 설득시킬 만한 데이터가 여전히 부족한 실정이다.

이 때문에 신채민 한국보건의료연구원 부연구위원은 2013년 <로봇수술에 대한 의료기술 평가 보고서>를 통해 "로봇수술은 기존수술법과 비교했을 때 효과를 확실히 입증할 근거가 불충분하고, 임상적 유용성 검증을 위한 추가 연구가 필요하다"는 의견을 냈다. 

신 연구원은 "문헌고찰을 한 결과 신장절제술의 경우 수술시간, 수혈요구량, 합병증 발생 등에서 로봇수술과 복강경 수술간에 차이가 있다는 근거는 없었고, 자궁절제술의 경우 수술시간, 입원일수에는 차이가 있다는 근거는 없었다"고 밝혔다.

또 "그 외 질환에서도 로봇수술이 기존 수술법과 비교한 문헌이 적었고, 결과에도 일관성이 낮아 효과 여부에 대해 판단을 내릴 수 없었고, 전립샘 절제술 등을 포함해 전반적으로 장기 추적 관찰 연구도 드물었다"고 덧붙였다.

ⓒ의협신문 자료사진
개복수술보다 로봇수술의 우수성을 보여주는 질 높은 임상연구의 중요성도 강조했다.
신 연구원은 "기존 수술법과 비교하는 질 높은 임상연구가 절실히 필요하고, 축적된 근거를 토대로 장점·단점을 분석해 다빈치 수술이 효과적으로 사용될 수 있는 적응증에 한정해 다빈치 수술을 적용할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특히 "이미 근거가 많이 쌓인 분야에서는 어떤 적응증에 사용해야 하는지 관련 의료진 내에서 근거를 정리해 가이드라인을 만들고, 근거가 없거나 위험성이 높은 부분에 대해서는 다빈치 사용을 자제하는 등의 노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고위험군서 의미있는 결과…표본수술 기대

한편, 이같은 보고서가 나오고 3년이 지난 지금의 상황은 조금 달라졌다. 세브란스병원 비뇨기과에서 최근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로봇 전립선적출술을 받은 환자들은 임상병기 3기 이상인 경우가 전체 환자의 35.8%를 차지해 해외의 유수한 기관들에 비해 고위험군 환자의 비율이 월등히 높았다. 물론 고위험군 환자들은 로봇수술 후 생존율도 높았다.

나군호 연세의대 교수(세브란스병원 비뇨기과)는 "세브란스병원은 고위험군 수술을 많이 한 병원"이라고 밝힌 뒤 "고위험군 환자가 75%정도 차지하며, 수술을 받는 환자들 중 4% 정도만 사망한 것으로 나타나 로봇수술이 환자의 생존율에도 큰 효과가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고 말했다. 따라서 "전립선암에서 로봇수술이 앞으로 표준수술이 될 것"이라고 확신했다.

김선한 고려의대 교수(고대안암병원)도 "국내에서는 전립선암 수술의 70%, 직장암의 10% 정도가 로봇수술로 이뤄지고 있다"며 "수술의 정확도가 높아지고 부작용도 개복수술보다 적다보니 환자의 만족도가 높다"고 말했다.

이강영 교수는 "선진국의 기술을 가져다가 사용하던 입장에서 로봇분야는 우리가 최고가 되고, 리더역할을 하다보니 최근 수술건수 증가에 따른 비용증가가 많이 거론되고 있는 것 같다"며 "우리의 기술로 만든 로봇 장비를 사용하게 되면 비용문제는 자연스럽게 해결될 것이고, 전 세계적으로 로봇분야에서는 한국이 톱이 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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