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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하철 교대역에 가면 특별한 화장실이 있다

지하철 교대역에 가면 특별한 화장실이 있다

  • 이정환 기자 leejh91@doctorsnews.co.kr
  • 승인 2016.05.26 17: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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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장연구학회-서울메트로, '염증성 장질환자 배려 화장실' 운영

크론병 환자인 직장인 김민석씨(가명·31)는 얼마 전 지하철 출근길에서 갑작스런 변의를 느꼈다. 김 씨는 황급히 열차에서 내려 화장실로 달려갔지만 길게 늘어선 줄에 식은땀이 흘렀다.
다급해진 김씨는 앞에 서있던 사람들에게 질환을 밝히고 양보를 부탁했지만 사람들은 "나도 급하고 바쁘다"며 그의 호소를 외면했다. 다행히 한 남학생의 배려로 먼저 화장실을 쓰긴 했지만 자칫 옷을 버릴 뻔한 아찔한 순간이었다.
크론병, 궤양성 대장염 등 염증성 장질환 환자는 이처럼 수시로 급작스러운 복통과 설사에 시달린다. 변의를 오래 견디기 힘든 질환의 특성상 화장실을 급히 이용해야 하지만 공중 화장실에서 난처한 상황을 맞닥뜨리기 일쑤다.

3호선 교대역은 역내 화장실에 '염증성 장질환 환자 배려 화장실' 간판을 부착하는 한편, 환자가 대한장연구학회에서 보급 중인 '양보카드'(I CAN'T WAIT 카드)'를 보여주면, 시민들이 화장실 사용 순서를 양보할 수 있도록 안내하는 다양한 홍보 활동을 펼칠 계획이다. '양보카드'를 들고 있는 김기찬 교대역장.
서울메트로가 대한장연구학회와 공동으로 염증성 장질환 환자를 위한 '화장실 우선 이용 배려 캠페인'에 나선다.

해당 질환자가 화장실 이용이 상대적으로 편리한 지하철을 이용하는 경우가 많다는 점에서 화장실 이용에 관한 이들의 고충을 널리 알리고 불편을 덜어준다는 취지다.

이를 위해 서울메트로는 26일 지하철 교대역사에 설치된 시민 복합 휴식공간 '스마트로'에서 캠페인 출범행사를 갖고 염증성 장질환자를 위한 '배려 화장실'을 시범 운영키로 했다.

우선 역내 화장실에 '염증성 장질환 환자 배려 화장실' 간판을 부착한다. 또 환자가 대한장연구학회에서 보급 중인 '양보카드'(I CAN'T WAIT 카드)를 보여주면 화장실 사용 순서를 양보하도록 안내하는 포스터도 게시할 예정이다.

이와 함께 '스마트로'와 서울 메트로 전역사에서 '양보카드' 이미지와 화장실 배려 캠페인 문구를 넣은 지하철 노선도를 배포할 계획이다.

이와 별도로 서울메트로는 환자가 지하철 개찰구에서 '양보카드'를 제시하면 상황을 따로 설명하지 않고 바로 개찰구를 지나 외부 화장실을 이용할 수 있도록 할 방침이다. '양보카드'에 대한 국민 인식을 높이기 위해 '스마트로'를 거점으로 홍보 활동도 지속 펼치기로 했다.

김기찬 교대역장은 "지난해 12월부터 스마트로에서 시민들에게 무료건강상담 서비스를 제공해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며 "최근 사회적으로 염증성 장질환에 대한 인식이 높아지면서 환자들의 화장실 이용 고충에 주목하게 됐고, 국내 최초로 염증성 장질환자 배려 화장실을 운영하게 됐다"고 말했다.

또 "지하철을 이용하는 시민들이 내 가족, 친구가 환자일 수도 있다는 마음으로 캠페인 취지에 공감하고 함께 해 주셨으면 한다"고 당부했다.

한동수 대한장연구학회 회장(한양대학교 소화기내과)은 "염증성 장질환 환자는 급작스러운 복통·설사 등의 증상으로 화장실을 긴박하게 이용해야 하는 경우가 많아 야외 활동, 사회생활에 어려움을 겪곤 한다"며 "교대역의 배려 화장실 설치가 염증성 장질환에 대한 사회적 인식을 개선하고 환자에 대한 배려를 확대하는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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