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갑 교수, "역학조사관 30명 중 몇명 충원됐는지도 몰라"
전문인력 장기적 확충 계획 및 인력 틀 유지 방안 마련 중요
메르스 사태 이후 정부는 역학조사관을 30명 이상 두겠다고 발표하고 채용 공고를 냈으나, 1차 모집(2015년 12월 23일)에서 2명만 확정됐고, 이후 2차 모집을 했으나 얼마나 많은 인원이 지원했는지는 알 수도 없는 상황.
게다가 감염관리 인력 기준안이 변경되면서 300병상 당 감염관리 의사 1명을 두도록 해 전문인력의 장기적인 확충이 필요하지만 인력충원을 어떻게 하고, 전문인력 교육은 어떻게 해야 하는지에 대한 구체적인 방안도 마련돼 있지 않는 실정이다.
명지병원이 16일 오후 1시 프래스센터에서 주최한 '감염관리 및 위기대응 국제 심포지엄'에서 이재갑 한림의대 교수(강남성심병원 감염내과)는 '메르스 이후 한국의 감염병 관리 체계' 주제발표를 통해 감염병 관련 전문인력 확충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이 교수는 "2015년 한국에서의 메르스 유행은 한국의 의료시스템과 감염병 관리체계, 감염관리의 수준을 극명하게 보여줬고, 많은 반성을 하게 되는 계기가 됐다"고 말했다.
또 "메르스 종료 이후 정부와 의료계는 신종감염병의 대비와 감염관리 개선을 위해 머리를 맞대고 논의했고, 현재 정책들이 하나 둘 자리를 잡아가거나 시행을 준비 중"이라고 덧붙였다.
특히 "한 나라의 감염관리정책은 장기적인 안목을 갖고 꾸준히 개혁해 가야 하는 사안으로, 메르스 이후 잠시 반짝하고 끝나는 것이 되어서는 안될 것"이라며 "정책이 제대로 시행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 교수는 "메르스 사태 이후 국무총리 주재 범정부 회의가 가장 상위의 컨트롤타워 역할을 할 수 있도록 개편됐고, 질병관리본부 조직을 격상시킨 것은 물론 질병관리본부 내에 긴급상환센터를 신설해 위기대응을 총괄할 수 있도록 했다"고 설명했다. 또 "정부는 역학조사관을 30명 이상으로 확충하고, 중앙 감염병전문병원 및 음압격리실 확충 계획도 밝혔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가장 중요한 감염병관련 전문인력을 충원하는 것은 잘 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이 교수는 "역학조사관 확충이 얼마나 됐는지 정부는 비공개로 하고 있는데, 이는 역학조사관이 우리나라 최고 전문가로서 어떤 일을 해야 하는지에 대한 비전과 목표를 분명하게 제시하지 못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또 "역학조사관이 사명감을 갖고 일을 하기 위해서는 지위에 대한 안정, 보수 등도 신경을 써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밖에 "감염관리 인력기준이 바뀌었기 때문에 병원에서는 감염관리실 인력(의사·간호사)을 지금보다 더 늘릴 수밖에 없는데, 이들에 대한 교육프로그램 마련과 새로운 인력 양성 방안도 마련될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이 교수는 "메르스 사태 이후 많은 정책 변화가 있지만, 그 가운데서도 감염병관련 전문인력의 장기적인 확충 계획, 감염관리와 관련된 인프라구축과 인력 구성의 기본적인 틀을 어떻게 유지시키느냐가 매우 중요하다"고 거듭 강조했다.
오명돈 서울의대 교수(서울대병원 감염내과)도 인력확보가 중요한 부분이라고 밝혔다.
오 교수는 "감염병이 발생했을 때 적절히 일을 할 수 있는 인력이 중요하며, 이러한 인력을 양성하는 프로그램이 반드시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또 "감염병 전문인력은 임상, 역학, 국제적 네트워크, 전세계 감염병 발생 현황 등에 대해 모두 알아야 하기 때문에 정부 차원에서 좀 더 교육프로그램에 신경써야 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