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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2 대학병원 당뇨병 환자 잘 보고 있나?
기고2 대학병원 당뇨병 환자 잘 보고 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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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6.05.11 12: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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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뇨병 관련 의료질평가의 필요성
김대중 (대한당뇨병학회 홍보이사)
▲ 김대중(대한당뇨병학회 홍보이사, 아주의대 내분비대사내과 교수)

당뇨병은 심각한 합병증을 유발할 수 있는 만성질환이다. 정부의 <당뇨병 적정성평가>는 2011년 시작, 당뇨병 환자 진료의 질을 일곱 가지 항목으로 평가하여 ‘환자 잘 보는 동네의원’을 지정, 인센티브를 제공하고 있다.

이 정보는 또한 건강보험심사평가원 홈페이지에 게시되어 누구나 찾아볼 수 있다. 외래 방문이나 투약 지속성 등 치료지속성도 평가하고 당화혈색소, 콜레스테롤 및 안저검사 등 당뇨병 환자가 꼭 해야 하는 검사를 얼마나 수행하는지도 평가한다. 올해 3월에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전국에 당뇨병 진료 잘 하는 동네의원은 2,664개소라고 한다.

올해로 4차에 걸쳐 시행한 당뇨병 적정성평가 결과를 보면 치료지속성은 이미 상당히 양호한 수준이며, 필수 검사 시행도 지속적으로 향상되고 있다.

당뇨병 환자의 혈당조절율에 있어서도 혈당조절이 잘 되지 않는 (당화혈색소 8.0%이상) 환자의 비율은 2005년 33.6%에서 2012년 25.9%, 2014년 22.5%로 개선되고 있다. 하지만 여전히 당뇨병 환자 관리 상태는 낙제수준이다. 혈당, 혈압, 콜레스테롤이 다 잘 관리되는 환자는 20% 수준이고, 43%의 남자 환자가 현재 흡연자이다.

 

한 개 의료기관에서 꾸준히 진료를 받은 당뇨병 환자는 200만명이며, 그중 60.4%, 121만명이 동네의원에서 진료를 받고 있다. 반면 상급종합병원에 24만명 (12.1%), 종합병원에 36만명 (17.8%), 병원에 11만명 (5.6%), 총 71만명 (35.5%)의 환자가 병원급 의료기관에서 진료를 받고 있다.

동네의원이 한 의사당 대략 90명 정도의 당뇨병 환자를 관리하지만 상급종합병원은 기관당 5672명, 종합병원은 1236명의 환자가 있으며 한 의사당 300-1000명까지로 추정된다. 그런데 대학병원이나 종합병원 등 병원급 의료기관은 당뇨병 적정성평가에서 제외되어 있다.

흔히 대학병원에서 당뇨병 환자가 더 잘 진료를 받고 있을 거라고 생각하기 쉽지만 알 수 없다. 한 대학병원 조사자료에 의하면 당뇨병 전문의가 있는 내분비내과에서 진료를 받는 경우는 60% 수준이다.

순환기내과, 신장내과, 신경과, 가정의학과 등 다양한 과에서 진료를 받고 있는데 당뇨약에 대해 반복된 처방만 해주고 있는 경우도 적지 않다. 대개는 환자가 그걸 원해서이다.

당뇨병 환자가 심혈관질환이나 눈, 신장의 합병증이 있을 때 대학병원을 찾고 있다. 암으로 다니는 경우도 많다.

혈당조절이 잘 되지 않아 인슐린 주사치료를 하는 경우 대학병원에서 진료를 한다. 주로 중증 당뇨병 환자를 관리하는 대학병원이라면 동네의원의 경증 당뇨병 환자와는 다른 집중적 관리가 필요하다. 예를 들어 동네의원에서 연간 1회 이상의 당화혈색소 검사를 추천한다면 대학병원에서는 2-3회가 필요할 수 있다.

당뇨병이 오래 된 환자가 많기 때문에 신장이나 망막(눈) 합병증을 알기 위한 검사도 매년 시행해야 한다. 인슐린 주사치료를 받거나 저혈당으로 응급실에 방문한 경험이 있는 경우 체계적인 자가관리 교육이 필수적이다.

 

저혈당으로 의식을 잃고 응급실에 방문하면 200만원 이상 큰 진료비가 발생하는 것은 물론 사망에 이르기도 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현실은 거리가 멀다. 당뇨교육을 한번이라도 받은 경험이 있는 환자가 20%도 되지 않는다. 당연히 간호사, 영양사가 상주하는 당뇨교육실이 필수적이다.

당뇨교육에 대해서는 최근 시작된 암 환자 교육/상담료 행위수가처럼 급여화를 해야 한다. 인슐린 주사를 맞는 환자나 저혈당이 자주 발생하는 환자를 교육하기 위한 교육/상담료도 필요하다. 당뇨병을 처음 진단받은 경우 의무적으로 당뇨교육을 받도록 하는 외국 사례도 참고할 만 하다.

또한 병원급 의료기관은 입원 환자를 보고 있다. 한 대학병원 자료에 의하면 입원 환자의 16.5%가 당뇨병을 가지고 있다. 그러나 우리 나라의 병원에는 당뇨병 환자 관리 지침이 없다. 혈당 조절이 잘 되지 않는 경우 주치의의 판단에 의해 내분비내과에 협의진료를 신청하여 상의하는 수준이다.

당뇨병 환자는 여러 이유로 비당뇨인에 비해 입원을 더 많이 하게 된다. 병원 의료진이 당뇨병에 대해 전문지식이 부족한 경우가 많고 심지어 제때 약이나 인슐린 주사가 이뤄지지 않아 혈당 관리가 더 안 되는 경우도 있다. 결국 퇴원이 지연되기도 하고 환자에게 큰 불만요인이 되고 있다.

영국은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당뇨관리팀(실) (diabetes team)을 운영하면서 해당 과 의료진과 협력을 통해 당뇨병 환자의 혈당 관리뿐 아니라 환자식사의 결정, 수술, 시술 전후 관리 및 퇴원 계획 등 전문적인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물론 환자 안전에도 최선을 다할 수 있는 방법이기도 하다.

마치 감염관리실을 두고 감염 예방 및 관리 업무를 수행하는 것과 유사한 기구와 진료체계가 필요하다.

정부는 최근 종합병원과 상급종합병원을 중심으로 선택진료의사를 줄이면서 발생하는 손실을 의료질평가지원금의 형태로 되돌려 주는 정책을 수행하고 있다. 그 중 핵심영역이 <의료질과 환자안전>이다. 2015년 평가지표 중 당뇨병이 포함되어 있다가 2016년 평가에서 제외되었다.

하지만 당뇨병이야말로 병원의 의료질평가를 위한 필수 질환이다. 동네의원 당뇨병 평가지표를 보강하여 외래 환자 관리를 평가하고, 당뇨관리팀(실)을 중심으로 한 입원 환자 관리를 종합적으로 평가해야 한다.

당뇨병 관리 잘 하고 있는 병원에 의료질평가지원금을 주는 건 당연하다. 그래야 당뇨병 환자의 포괄적인 관리와 건강한 삶이 보장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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