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관리서비스, 누구를 위한 서비스인가?
건강관리서비스, 누구를 위한 서비스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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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6.05.02 18: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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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보험 보장률 끌어올리는 것이 급선무
사업 성과 모호한 건강관리서비스 올인 안될 말
▲ 안양수(대한의사협회 총무이사)

사업모델을 구성할 때는 고객이 그 사업 모델에 적극적으로 참여할 동인이 있는가가 중요하다. 아무리 사업의 목적이 훌륭하다고 하더라도 아무도 구매하지 않으면 사업을 운용할 자본을 안정적으로 확보할 수 없기 때문에 결국 실패하게 된다. 사업자가 민간회사라면 돈을 들여 사업체를 구성했지만 구매자가 없으면 파산하는 것이고 정부가 사업자라면 파산하는 일은 없겠지만 결국 납세자가 잘못된 정부 사업의 부담을 고스란히 떠안게 된다.

건강관리서비스는  기본적으로 '만성질환자의 생활 습관을 개선해서 미래에 발생할 의료비 지출을 줄이자는 목적에서 출발한다'. 요즘 건강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많은 사람들이 다이어트도 하고 운동도 열심이지만 건강한 사람이 자신의 건강을 지키기 위한 활동을 건강관리서비스라고 하지는 않는다.

만성질환자를 대상으로 하는 건강관리서비스가 사업모델로 성립하려면 생활습관을 개선하기 위해 투여되는 비용이 미래에 발생할 의료비 지출비용보다 적어야 한다. 기본적으로 절약되는 미래의 의료비 절약분이 건강관리서비스를 운용할 재원이 되므로 절약되는 돈이 많으면 많을수록 사업은 탄력을 받게 되어 있다. 반대로 절약되는 의료비 지출에 비해 건강관리서비스 사업 자체에 투여되는 비용이 너무 크면 사업으로서의 이점은 거의 없어지게 된다. 의료비 지출을 줄이지 못한다면 기껏해야 몸매관리 정도의 목적 밖에 남지 않는데 거창하게 건강관리서비스라는 이름까지 붙여가면서 추진할 이유가 없어지는 것이다.

건강관리서비스는 비용을 누가 대느냐에 따라 B2C 모델과 B2B 모델로 구분할 수 있다. 미래의 의료비 지출을 줄이기 위해 환자가 직접 건강관리서비스 비용을 내고 참여하는 것이 B2C 모델이다. 이때 소비자인 환자가 지불하는 비용은 운동센터 등에 내는 돈과 여기에 참여하기 위한 시간비용까지도 모두 포함된다. 주변에 흔히 볼 수 있는 헬쓰클럽 등에 지불하는 돈과 시간투여를 생각해보면 비교적 쉽게 계산할 수 있다. 알다시피 이 비용이 결코 만만치 않다. 그러나 환자가 직접 지불하는 비용이 만만치 않다고 해도 만약 이 서비스를 이용해서 절약되는 미래의 의료비 지출이 충분히 크다면 많은 사람들이 참여를 할 것이다.

그러나 이렇게 만만치 않은 비용을 들여서 줄이려고 하는 미래의 의료비를 개인이 가늠하기가 쉽지 않다. 개인이 자신의 질환에 대한 예후를 알기도 어려울 뿐만 아니라 거기에 수반되는 비용까지 계산한다는 것은 거의 불가능에 가깝다. 따라서 환자가 명확하지 않은 미래가치(절약되는 미래의 의료비)를 위해 스스로 비용을 내면서까지 지속적으로 사업에 참여하기는 현실적으로 어렵기 때문에 결국 사업모델로서 B2C 모델은 그다지 매력적인 모델이 아니다. 성공 가능성이 거의 없다고 봐야 한다. 이 모델이 그나마 성공하려면 환자들에게 엄청난 불안감을 조성해서 미래의 지출 비용을 과대 평가하도록 만들어야 한다.

결국 남는 것은 B2B 모델이다. 이 모델은 개인에 비해 미래 지출 비용을 비교적 쉽게 산출해 낼 수 있는 보험회사에서 시작했다. 보험회사가 건강관리서비스 비용을 대고 가입자들을 참여시켜 보험회사가 지불해야 하는 미래의 의료비를 줄이는 모델이다.

이때 보험회사는 민간회사도 될 수 있고 정부가 될 수도 있다. 보험사업의 근간은 통계를 기반으로 하는 것이므로 경우의 수가 주어지면 비교적 쉽게 미래 비용을 산출해낼 수 있다. 만약 보험회사가 10만원을 건강관리서비스에 투여해서 미래의 의료비용 100만원을 줄일 수 있다면 보험회사의 입장에서는 어차피 나가야 했을 돈 중에서 90만원을 지출하지 않아도 되므로 이득이 된다.

따라서 이 모델은 절약되는 미래의 의료비가 충분히 크다면 아주 매력적인 사업모델이 되는 것이다. 사업의 시작은 그렇게 시작됐다. 그런데 여기서 문제는 건강관리서비스와 줄어드는 미래의 의료비의 상관관계가 명확하지 않다는 것이다. 만약 이 상관관계가 명확하지 않으면 의료보험을 운용하는 민간보험회사든 정부든 결국 비용지출만 늘어나고 성과는 없는 서비스가 된다.

사업모델이 실패하면 사업자가 자신의 호주머니를 털어서 메꾸는 경우는 거의 없으니 결국 공보험이든 사보험이든 가입자의 부담으로 돌아가게 된다. 이미 외국의 사례에서 이 부분에 대한 고민들이 시작된 것으로 보인다.

한국의 경우는 여기에 한가지 현실이 더 고려돼야 한다. 이미 알려져 있다시피 한국의 의료비는 다른 나라에 비해서 턱없이 낮은 저수가체계를 유지하고 있다. 즉, 같은 경우라도 한국에 적용하면 절약할 수 있는 미래의 의료비가 외국의 경우와 비교하면 현저히 적어진다는 말이 된다. 절약되는 미래의 의료비용이 적어지면 건강관리서비스에 자본을 투여할 운용비용을 확보하기가 용이치 않기 때문에 보험회사들이 사업에 적극적으로 참여할 동인이 확연히 떨어진다. 즉, 건강관리서비스의 사업모델 측면에서 한국은 결코 매력적인 시장이 되지 못한다.

한편 소비자의 입장에서 건강관리서비스를 보자. 많은 사람들이 자신의 건강을 위해 운동을 하고 싶어하지만 적극적으로 참여하지 못하는 가장 큰 이유는 비용도 비용이지만 무엇보다도 별도의 시간을 내기 어렵기 때문이다. 결국 먹고 살기 위해 생활 전선에서 열심히 뛰는 사람은 비용만 부담해야 할 가능성이 높다.

물론 이렇게 비용을 부담해서 국가 전체적으로 미래의 의료비 지출이 줄어들어 궁극적으로 자신이 부담해야 할 의료보험료가 적어진다면 그나마 위안을 삼을 수도 있지만 앞에서 살펴본 바와 같이 건강관리서비스와 미래의 의료비 절약은 그 인과관계가 명확하지 않다. 결국 건강관리서비스가 도입되면 대다수의 국민들은 효과도 불분명한 사업에 비용만 대고 시간이 없어서 이용은 하지 못할 가능성이 높다.

한국에 있어서 건강관리서비스 사업은 미래의 의료비 지출을 별로 줄이지 못하고 가입자 혹은 국민의 비용 부담만 늘리는 사업이 될 가능성이 아주 높다. 그런데 전국민 공보험을 유지하고 있는 한국의 건강보험 보장률은 2014년 현재 63.2%에 불과하다.

OECD 회원국들의 건강보험 보장률 평균은 약 78%, EU 주요국 평균은 그 보다 훨씬 높은 82.5% 수준으로 알려져 있다. 국민의 비용 부담을 늘려서 재원을 확보한다면 무엇보다도 우선적으로 건강보험 보장률을 끌어올리는 데에 투자를 해야지 사업의 성과도 모호한 건강관리서비스에 올인해서는 안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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