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을 위한 바른 소리, 의료를 위한 곧은 소리
updated. 2024-04-26 17:49 (금)
의료분쟁 조정 강제화에 들끓는 의료계

의료분쟁 조정 강제화에 들끓는 의료계

  • 이석영 기자 leeseokyoung@gmail.com
  • 승인 2016.02.18 12:15
  • 댓글 0
  • 페이스북
  • 트위터
  • 네이버밴드
  • 카카오톡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상임위 통과 직후 의협 중심 반발 이어져
"방어진료 일반화...결국 피해는 국민이"

의료사고가 발생한 경우 상대방의 동의 없이도 분쟁 조정 절차를 강제 개시토록하는 방안이 국회 상임위를 통과하자 의료계가 크게 반발하고 있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는 17일 오전 전체회의를 열고 환자의 '사망' 또는 '중상해'의 경우 의료분쟁조정중재원에 접수된 조정신청을 자동 개시토록 하는 내용의 의료사고 피해구제 및 의료분쟁 조정법 개정안(이하 의료분쟁조정법)을 의결했다.

 

법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해 확정되면 의료사고 피해를 주장하는 측이 한국의료분쟁조정원에 조정을 신청한 경우, 상대 의사는 무조건 조정에 응해야 한다. 중상해의 범위는 대통령령에 위임해 정부가 마음대로 정할 수 있다.

대한의사협회는 '포퓰리즘 졸속 입법'이라며 강력히 반발했다. 의협은 즉각 성명을 내어 "당사자간 자율적인 분쟁해결이라는 의료분쟁조정법의 원래 취지를 몰각한 것"이라고 비난했다.

특히 분쟁조정 자동 개시는 결국 국민에게 악영향을 끼칠 것이라고 우려했다. 의협은 "방어진료를 부추키고 안정적인 진료환경을 저해해 궁극적으로 국민과 의료기관, 의료인 모두에게 피해를 초래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서울시의사회도 같은 날 성명을 통해 "최선의 진료가 위축되고 방어적 진료가 일반화될 가능성이 높다. 이로 인해 환자의 생명 연장과 삶의 질 향상을 위한 의료 행위 본연의 목적이 달성되기보다 의료 분쟁을 피하기 위한 소극적 대처가 만연하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의사회는 "건강을 위해 노력하는 의료진과 환자의 마음은 똑같다. 그러나 개정안으로 인한 환자-의사의 신뢰 악화, 최선의 진료를 추구하는 의료 환경의 위축은 결국 우리 사회 모두의 피해가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의료사고 위험에 상시 노출돼 있는 산부인과 의사들의 분위기는 더욱 격앙돼 있다. 대한산부인과의사회는 18일 "분쟁조정 자동개시법안이 여론몰이에 휘말려 불과 이틀 만에 졸속 처리됐다"며 "임신중독증과 같은 고위험 임산부의 진료를 기피하는 등 의료분쟁 가능성을 줄이기 위한 방어진료가 증가해 결국 피해는 국민에게 돌아갈 것"이라고 밝혔다.

개정안이 통과되면 불가항력적인 산모 사망을 포함한 모든 사망 사건에 대해 무차별적인 분쟁조정을 조장하게 돼, 의사로선 의료분쟁에 휘말리지 않기 위해 과잉진료가 일반화될 것이라는 우려다. 또 힘들고 위험한 진통 과정을 거치는 자연분만보다 의사의 통제가 상대적으로 쉬운 제왕절개수술 분만이 급증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산부인과의사회는 "의사-환자 사이의 신뢰관계 훼손이 더욱 조장될 수밖에 없고 국민들의 의료계에 대한 오해와 불신이 가중될 것"이라며 법안 심의를 중단할 것을 촉구했다.

전국의사총연합도 성명을 내어 "의료사고 피해자를 돕는다는 선의의 탈을 쓴 위헌적·폭압적인 법안"이라며 맹비난하고 "법이 실현될 경우 일선 의료현장에선 극심한 혼란과 과도한 재정적·행정적 낭비가 발생할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전의총은 "환자가 사망하거나 병원 치료 이후 후유증을 주장하는 많은 사람들이 소송이라는 합리적이고 정당한 절차를 거치지 않고, 의료분쟁조정을 신청할 것"이라며 "의학적으로 전혀 과실이 없는 정당한 치료에 대해서도 환자·보호자가 불만을 갖고 분쟁조정을 신청하는 일이 비일비재 해질 것"이라고 지적했다. 전의총은 법안 통과를 주도한 국회의원들의 낙선 운동을 포함해 강력히 저항하겠다고 강조했다.

상임위를 통과한 개정안에는 분쟁조정 자동개시와 더불어 의료기관 현지조사 강제개시 규정도 담겨 있다. 이는 의료분쟁조정원의 감정위원·조사관 등이 의사 동의 없이 의료기관에 출입해 의료기관의 물품을 조사하거나 각종 문서를 열람·복사할 수 있도록 허용하는 것이다. 압수수색에 대한 법원 영장주의에 위배되고 국민 기본권을 침해하는 위헌 소지가 있어 의료계는 수용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경기도의사회 "감정위원이 의료기관에서 영장 없이 취득한 문서나 물건을 증거자료로 이용하지 못하도록 해당 내용을 법률에 명시해야 한다"며 "조정이 시작됐을 때 의료인의 형사처벌을 면책하고 민사소송에는 없는 강제출석, 강제조사 관련 조항도 개정해야한다"고 밝혔다. 

또 "중재원이 조정기관이 아닌 분쟁 신청인이 소송을 제기할 때 증거를 수집하는 기관으로 전락하게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개정안은 현재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와 본회의 의결 절차를 남겨두고 있다. 개정안의 국회 통과가 가시화 될수록 의료계이 반발 수위도 더욱 높아질 전망이다.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
* 기사속 광고는 빅데이터 분석 결과로 본지 편집방침과는 무관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