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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 의료 60년 넘게 무면허 의료행위 방조?

군 의료 60년 넘게 무면허 의료행위 방조?

  • 송성철 기자 good@doctorsnews.co.kr
  • 승인 2015.12.14 12: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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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원 "의무병에 주사 놓게 한 군의관 의사면허 정지 정당하다"판결
면허(자격) 없는 군 의무병 의료행위 보조 불법...군의료체계 혼란 불가피

의무병에게 대신 주사를 놓게 하거나 약 처방을 하도록 지시한 군의관에게 의사면허 자격을 정지한 행정처분이 적법하다는 법원 판결이 나왔다.

서울행정법원 행정14부(부장 차행전)는 최근 전직 군의관 A씨가 의사면허 정지처분을 취소해 달라며 보건복지부를 상대로 낸 소송(2015구합6224)을 기각했다.

A씨는 군의관으로 복무할 당시 의무병들에게 주사와 투약을 하게 지시, 무면허 의료행위를 교사하고, 진료기록부를 작성하지 않은 혐의로 2014년 12월 17일 B군사법원에서 벌금 700만원의 유죄판결(2014고32호)을 받았다.

B군사법원의 유죄판결을 근거로 보건복지부 장관이 의료법 위반혐의를 적용, 3개월 7일동안 의사면허 자격정지 처분을 하자 법원에 소송을 제기했다.

A씨는 "대한민국 국군은 창군 이래 60년 이상 의료관련 자격이 없는 의무병에게도 의료행위 또는 의료보조 행위 등 군내 의료를 담당케 했다"며 "의무병에게 의료행위를 하게 한 것에 대해 어떠한 행정처분을 받지 않을 것이라는 정당한 신뢰보호원칙 또는 실효의 원칙에 위배된다"고 항변했다.

아울러 의사면허 자격 정지 처분은 지나치게 가혹하다며 비례의 원칙을 위반했다고 주장했다.

재판부는 "군의관이 의무병에게 의료행위를 하도록 지시할 수 있다거나 이 같은 행위에 대해 제재를 가하지 않겠다는 보건복지부의 공적인 견해 표명이 있었다고 볼 수 없다"면서 "한씨가 자격정지와 같은 처분이 내려지지 않으리라는 정당한 신뢰를 갖게 됐다고도 볼 수 없다"고 지적했다.

이와 함께 "의료인은 높은 수준의 준법의식이 요구되는 점, 의료인이 아닌 자에게 의료행위를 하게 할 경우 환자 생명이나 신체에 위험을 초래할 가능성이 높은 점 등을 고려해야 한다"며 "A씨에게 내린 처분이 지나치게 가혹하다고 볼 수 없다"고 판결했다.

이 사건 당시 '군보건의료에 관한 법률 시행령'은 군 보건의료인을 의료법·약사법 등 관련 법률에서 정한 자격을 갖춘 장교·준사관·부사관·군무원으로 한정, 병사는 의사·간호사·방사선사 등의 국가면허(자격)가 있어도 군내에서 보건의료 행위를 할 수 없는 근거 조항이 없는 실정.

이번 판결에 대해 전국의사총연합은 "국방부 장관과 보건복지부 장관은 지난 60여 년 동안 무자격자에 의한 의료행위를 묵과하고 방조해 온 데 대해 국민 앞에 무릎 꿇고 사죄하라"는 입장을 밝혔다.

전의총은 "의료 관련 자격이 없는 의무병에게 의료 행위를 지시하는 것은 의료법상 불법이라는 이번 판결로 당장 내일부터 모든 군 의료를 마비시킬 수도 있고, 모든 군의관과 의무병을 범법자로 만들 수도 있다"며 "즉각적으로 군 예산을 총 동원해 대대 의무실부터 3차 군병원 급까지 간호사·간호조무사·방사선사·임상병리사 자격증이 있는 인원이 기존의 의무병 업무를 대체하도록 하고, 야간 당직 업무를 수행함에 있어서도 적법한 노동시간을 지킬 수 있도록 충분한 인력을 확보해 더 이상 불법적인 무자격자 의료행위가 이뤄지지 않도록 하라"고 촉구했다.

"국방부는 이번 판결로 문제가 된 무자격자 의료 행위와 직간접적으로 관련된 모든 병사와 간부에 대해 처벌하고, 처벌 내용을 공개해 형평성을 확보해야 한다"고 밝힌 전의총은 "현재 군 내부에 만연해 있는 불법적인 무자격자 의료 행위에 대해 실태조사를 실시하고, 관련자들을 모두 처벌하라"고 요구했다.

보건복지부에 대해서도 "국방부와 협조해 군 의료에 대한 실태조사를 바탕으로 기준에 맞지 않는 군 의료기관은 폐쇄조치하고, 무면허 의료행위와 관련된 모든 사람들에 대한 행정 처분과 사법 기관 고발 조치를 실시해 더 이상 군대 내에서 의료법 위반 사례가 나오지 않도록 조치하고, 현재 상당수 벽오지 보건지소나 보건진료소에서도 행해지는 또 다른 무자격자에 의한 의료행위도 조사해 처벌하라"고 주장했다.

전의총은 "군의료 발전을 위한다는 허울 좋은 명분으로 국민의 세금을 이용해 군 필수 의료에는 관심 없는 장기 군의관 양성이나 국방의전원 설립 같은 실효성 없는 계획은 과감히 버리고, 군 의료 발전을 위해 의료계와 협의체를 구성해 진정성 있는 군 의료의 발전을 위한 단계적 계획을 수립하라"고 밝혔다.

한편, 군사법원에서 의무병의 무면허의료행위 문제가 불거진 이후 국방부는 '군보건의료에 관한 법률 시행령'을 개정, 지난 9월 22일부터 군 보건의료인의 범위에 국가면허(자격)를 가진 의사·간호사·의료기사·응급구조사·간호조무사 등을 의무병에 포함하고, 군내에서 군보건의료인인 간부의 지휘·감독 하에 합법적으로 보건의료 행위를 수행할 수 있게 보완했다.

하지만 국보건의료에 관한 법률 시행령 개정 이후에도 보건간호 계열 학교 및 학원을 졸업한 후 면허(자격) 취득자만으로 한정하고 있어 면허(자격)을 취득하지 못한 재학생이나 졸업생은 여전히 법적으로 보건의료행위를 할 수 없어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현재 군 의무병 7900여명 가운데 의사·간호사·간호조무사·응급구조사 등의 유자격자는 600여 명에 불과한 실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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