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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술 과정 뇌출혈...악결과 나왔다면 병원 책임?

수술 과정 뇌출혈...악결과 나왔다면 병원 책임?

  • 송성철 기자 good@doctorsnews.co.kr
  • 승인 2015.12.11 12: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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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원 "세심한 주의의무 다하지 못했다" 1억 1626만원 배상 판결
의료계 "불가항력 사고에 병원 책임 물으면 '방어진료' 늘어날 것"

뇌심부자극술 시술 과정에서 뇌소동맥 출혈이 발생, 사지마비라는 악결과가 발생한 사건에 대해 대법원이 병원 책임을 40%로 제한, 1억 1626만원을 배상하라는 고등법원 판결에 무게를 실었다.

대법원은 최근 A환자와 가족이 B대학병원을 상대로 제기한 2억 9580만원대 손해배상 소송(2013다28742)에서 상고를 기각, 서울고등법원(2012나16713) 판결을 확정했다.

2002년 파킨슨병원 진단을 받은 A환자는 2004년부터 B대학병원에서 약물치료를 받아오다 뇌심부 자극술을 받기 위해 2009년 5월 21일 B대학병원에 입원했다. 뇌에 전극선을 삽입하던 중 불량한 구강 반응과 우측 운동력 저하 증상 등이 나타났으며, 응급 뇌 CT 촬영결과 전극선 주위인 좌측 뇌기저핵 부위에 뇌출혈이 발생한 것으로 진단됐다. 출혈량이 증가하자 개두술 및 혈종제거술을 진행했다.

수술 결과, 뇌 소동맥에서 출혈이 발생한 것으로 확인됐다. 수술 후 의식이 혼미하고 강한 자극에도 눈을 뜨지 않고 명령에 복종할 수 없으며, 통증에만 반응을 보였다. A환자는 현재 사지마비와 함께 타인과 의사소통이 불가능한 상태다.

1심에서는 "환자에게 의료행위 이전에 그러한 결과의 원인이 될 만한 건강상의 결함이 없었다는 사정을 증명한 경우에는 의료상 과실과 결과 사이의 인과관계를 추정하여 손해배상책임을 지울 수 있도록 입증책임을 완화할 것이지만, 이 경우에도 일련의 의료행위 과정에 있어서 일반인의 상식에 바탕을 둔 의료상 과실의 존재는 환자측에서 입증하여야 하는 것이지 의사에게 무과실의 입증책임을 지우는 것까지 허용되는 것은 아니다"는 대법원 판결(2007년 5월 31일 선고. 2005다41863)을 기본법리로 적용했다.

1심 재판부는 "뇌심부자극술 좌표설정이 잘못된 상태에서 시행됐다고 볼 아무런 증거가 없으며,  술기상의 잘못으로 뇌 소동맥을 파열시켰다고 볼 증거도 없다"며 병원과실이라는 원고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이와 함께 A환자와 보호자에게 합병증에 대해 설명하고, 동의를 받은 사실을 들어 설명의무도 다했다며 원고의 손해배상 청구를 기각했다.

하지만 고등법원의 판단은 달랐다.

고법 제17민사부는 "환자가 치료 도중에 상해를 입은 경우에는 피해자측에서 일련의 의료행위 과정에 있어서 저질러진 일반인의 상식에 바탕을 둔 의료상의 과실 있는 행위를 입증하고 그 결과와 사이에 일련의 의료행위 외에 다른 원인이 개재될 수 없다는 점을 증명한 경우에 있어서는, 의료행위를 한 측이 그 결과가 의료상의 과실로 말미암은 것이 아니라 전혀 다른 원인으로 말미암은 것이라는 입증을 하지 아니하는 이상, 의료상 과실과 결과 사이의 인과관계를 추정하여 손해배상책임을 지울 수 있도록 입증책임을 완화하는 것이 손해의 공평·타당한 부담을 그 지도원리로 하는 손해배상제도의 이상에 맞는다고 할 것이다"며 1995년(94다57701)과 1998년(97다12778) 대법원 판결을 인용했다.

고법은 뇌 소동맥 출혈은 수술 과정에서 전극선을 삽입하던 중 발생한 것으로 보이는 점, 수술 전 검사 결과 뇌 부위에 비정상적 혈관에 대한 소견은 없었던 점, 뇌에 삽입중이던 전극선 이외에는 뇌 소동맥 출혈을 유발할 만한 다른 원인이 개재하였을 가능성이 거의 없는 점 등을 지적했다.

아울러 "뇌심부 자극술로 인해 발생할 수 있는 뇌출혈 발생률이 0.5∼1.7%라는 보고만으로는 뇌출혈 발생률이 주의의무 위반에 기인하는 것인지 아니면 주의의무를 다하더라도 발생할 수 있는 불가항력적 사고에 기인하는 것인지 명확하지 아니하나, 뇌출혈 발생률이 매우 낮은 점에 비추어 전극선 삽입 과정에서 세심한 주의와 관심을 기울임으로써 예방이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며 "원고에게 발생한 뇌출혈의 정도가 가볍지 아니한 점, 위 원고에게 다른 환자보다 수술시의 위험요소가 가중되었다고 볼 자료가 없는 점 등을 고려할 때, 수술 과정에서 심부 뇌좌표 설정과 관련한 기구를 정확하게 조작하지 아니하거나 전극선 삽입 과정에서 세심한 주의와 관심을 기울이지 아니함으로써 뇌 소동맥을 파열시켰다고 추정함이 상당하다"고 밝혔다.

고법 재판부는 "피고 병원은 수술상의 잘못으로 인한 것이 아니라 전혀 다른 원인으로 말미암은 것이라는 입증을 다하지 못하는 이상 원고와 가족이 입은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며 "파킨슨병 진단 후 5년 이상 경과하였던 점, 사건 수술 당시 상태가 수술적응증에 해당하였던 점, 의료사고의 경위 등을 참작하면 손해의 공평하고 타당한 분담을 위해 피고들의 손해배상책임을 40%로 제한하는 것이 타당하다"고 판결했다.

이번 판결에 대해 병원계 관계자는"의학적으로 불가항력적인 사고의 원인을 입증하지 못하고 있는 상황에서 수술결과가 나빴다고 병원에 배상책임을 지우게 하면 방어진료가 확산될 것"이라며 "수술로 인해 불가피하게 발생하는 출혈이나 감염을 비롯한 합병증까지 병원에 책임을 지우게 되면 부작용 발생 가능성이 높은 수술을 회피하게 돼 더 큰 부작용을 양상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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