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큰 관심 어떨떨…생사 넘나든 동료 의료인에 감사"
"큰 관심 어떨떨…생사 넘나든 동료 의료인에 감사"
  • 송성철 기자 good@doctorsnews.co.kr
  • 승인 2015.11.17 05:5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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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협창립 107주년 기념 인터뷰]
내가겪은 메르스 -부산 메르스 확산 막은 임 홍 섭 원장
 

"저는 크게 한 일이 없는데 언론과 인터넷에서 관심을 보이니 얼떨떨하기도 하고, 좀 당황스럽네요."

부산지역에서 처음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 환자를 발견, 신속히 보건소에 신고하고 확산을 막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한 임홍섭 원장(부산시 사하구·임홍섭내과의원)은 "인터뷰를 할 만큼 큰 일을 한 게 아니다. 고생한 의료인들은 따로 있다"며 부끄러워 했다.

임 원장이 부산지역 1호 환자와 만난 건 지난 6월 3일 오후 1시 무렵.

"점심 먹고, 오후 진료를 막 시작하던 참이었는데 환자 한 분이 왔어요. 기침도 없었고, 어지럽다 하시더라구요. 체온을 재보니 37.8도였어요."

당시까지만 해도 보건복지부는 낙인 효과를 우려, 메르스 환자가 발생하거나 경유한 병원 정보를 공개하지 않았다.

대한의사협회와 부산광역시의사회에서 수시로 메르스 정보를 전해 들으며 긴장의 끈을 놓지 않고 있었던 임 원장은 노인에서 흔치 않은 고열이 영 마음이 걸렸다.

"자세한 문진을 통해 삼성서울병원에 병문안을 다녀왔다는 얘기를 듣는 순간 혹시 메르스 아닐까라는 의심이 들었습니다."

기침도 없었고, 단지 고열뿐이어서 메르스 확진검사 대상에도 해당하지 않았지만 내과전문의로 10년 넘게 환자를 진료하면서 쌓은 '촉'이 작동했다.

"이 환자를 진료하기 전에 인터넷 의사커뮤니티에서 삼성서울병원 의사가 감염된 것 같다는 소식을 접했습니다. 그래서 의심을 한 거죠."

보건소에 전화를 걸었다.
"확진검사 대상에 해당은 안되지만 검사를 한 번 해 보자고 했죠. 메르스가 아니라면 괜한 호들갑 떤 걸로 저 혼자 망신 한 번 당하면 되고, 만약 메르스라면 확산을 막을 수 있지 않겠냐고 했죠."

보건소도 매뉴얼에 없는 의심환자 신고를 접수할지 여부를 놓고 난감해 했다. 응급환자도 아니니 구급차도 이용할 수 없었다.

"환자를 이대로 귀가시킬 수도 없고, 일단 메르스 의심환자 선별진료가 가능한 동아대병원으로 보내기로 했습니다."

'원인불명의 고열'이라는 소견서와 함께 마스크부터 쓰웠다. 선별진료 병원으로 전원하면서 ▲대중교통을 이용하지 말고 택시를 타시라 ▲택시 운전기사 이름과 차량번호를 알아두시라 ▲병원에 도착하면 외래로 가지말고 응급실 선별진료소로 가시라 등 세 가지를 당부했다.

▲ 임홍섭 원장(부산 사하·임홍섭내과의원)

혹 메르스 환자일 경우 확산을 최대한 막을 수 있지 않겠냐는 생각에서 환자 눈 높이에 맞는 방역 수칙을 알려줬던 것. 환자는 임 원장의 말을 그대로 따랐다. 임 원장은 환자를 전원하면서 대기실에 함께 있었던 환자들의 명단과 연락처도 미리 파악해 뒀다. 메르스로 확진되면 필요하겠다는 생각에서였다.

임 원장의 염려는 3일 뒤 현실이 됐다.
"현충일이었는데 보건소에서 전화가 왔어요. 이 환자가 병 문안 갔던 삼성서울병원 입원환자가 메르스 확진 판정을 받았다는 거예요."

61세 환자는 6월 7일 확진 판정을 받아 81번 환자로 등록됐다. 부산은 메르스 1호 확진환자 발생에 비상이 걸렸다. 81번 환자가 들렀던 임홍섭 내과의원은 물론 동선에 따라 접촉했던 약국과 식당 등에 대한 자택격리와 능동감시가 진행됐다.

임 원장은 부산 1호 메르스 환자와 접촉한 까닭에 6월 6일부터 18일까지 병원 문을 닫고, 자택격리에 들어가야 했다. 메르스 확진 환자가 다녀간 병원이라는 낙인도 찍혔다.

하지만 부산경찰 페이스북과 카페 등에서 임 원장이 확산 방지를 위해 애쓴 사실이 소문나면서 "일선에서 이렇게 성의있게 진료해 주시는 의사선생님들 덕분에 안심이 됩니다." "이런 분들이 많은 사회가 되면 얼마나 좋을까요. 화이팅입니다!" 등의 선플이 이어졌다.

부산광역시의사회는 지난 7일 부산시의사의 날 때 임 원장에게 의학대상 사회봉사상을 수여했다.
"진단을 잘 못내려 실수하기도 하고, 청구를 잘못해 삭감당하는 그냥 평범한 동네의사"라는 임 원장은 "단지 잘 찍다보니 그렇게 됐는 데 상을 받아야 하는 지 고민된다"고 했다.

양만석 부산광역시의사회장은 "임 원장은 의사회의 메르스 지침에 따라 주의해서 환자를 진료했고, 메르스가 의심된다고 신고한 뒤 신속히 전원조치를 한 것은 물론 환자가 자택에 머물면서 치료받도록 조치했다"면서 "단순한 감기환자로 판단해 진료했다면 메르스 판정을 받기까지 기간이 길어지면서 감염환자가 늘어날 수 있었다. 부산지역에 메르스가 확산되지 않도록하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고 사회봉사상 수상자 선정 배경을 밝혔다.

임 원장은 "메르스 환자를 치료하느라 감염될 위험 속에서도 밤 잠 제대로 못자며 일선에서 고생한 동료 의사회원들을 비롯해 간호인력·의료기사·행정직원들에게 감사의 인사를 전하고 싶다"며 "환자들을 낫게 하려고 매일 노심초사하고 있는 의사들의 진정성을 국민이 알아줬으면 좋겠다"고 했다.

"지역사회의 일원으로 살아가는 동네의사이고 싶다"는 그에게 한 네티즌은 "감사합니다. 대한민국이 좋아질 수밖에 없는 이유를 보여주셔서"라는 댓글을 달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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