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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사 주의의무 다했다면 의사과실 아니다"

"의사 주의의무 다했다면 의사과실 아니다"

  • 송성철 기자 good@doctorsnews.co.kr
  • 승인 2015.11.16 05: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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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료과실로 중한 결과 발생했다고 추정할 수 있을 정도의 개연성 담보해야
서울지법, 대동맥박리 예측 어려워...의사에게 무과실 증명책임 지울순 없어

의사의 과실로 인한 결과 발생을 추정할 수 있을 정도의 개연성이 담보되지 않는 경우에는 의사에게 무과실 증명책임을 지울 수 없다는 대법원 판결을 재차 확인한 판결이 나왔다.

서울중앙지방법원 제18민사부는 A환자 가족이 B대학병원을 상대로 6억 8701만원을 배상하라고 청구한 손해배상 소송(2014가합505654)에서 의료진에세 어떠한 의료상 과실이 있다거나 설명의무를 위반했음을 인정할 수 없다며 원고의 청구를 모두 기각했다.

A환자는 2013년 6월 8일 복통으로 응급실을 방문했다. B대학병원 의료진은 급성충수염으로 진단하고, 혈액검사·흉부 X-선 검사·심전도검사 등을 통해 이상소견이 없음을 확인한 후 마취통증의학과 전문의의 전신마취 하에 6월 9일 복강경충수절제술을 시행했다.

하지만 회복실로 옮긴 직후 산소포화도와 혈압이 떨어지는 양상을 보이다 오전 2시 45분경 심정지가 발생, 심폐소생술을 실시했다. 일시적으로 심장 박동이 돌아오기도 했으나 다시 심정지가 발생, 기관삽관과 함께 에피네프린·노이에프네프린·도파민 등을 투여하며 지속적인 심폐소생술 등 응급처치를 시행했으나 끝내 회복하지 못하고 오전 8시경 사망했다.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은 "부검결과를 종합할 때 복강경 수술 직후 예기치 못한 원인으로 인해 급격히 사망에 이른 매우 드문 사례로 대동맥박리로 사망했을 가능성이 우선 고려되나, 이러한 대동맥박리가 심폐소생술에 의해 발생했을 가능성을 완헌히 배제할 수 없고, 부검으로 밝히기 어려운 치명적 기능적 이상이 발생해 사망했을 가능성 또한 완전히 배제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또한 "수술 부위에 특이소견을 보지 못해 복강경 술기상 오류로 사망했을 가능성은 배제한다"고 밝혔다.

A환자 가족은 심정지·대동맥박리 등 부작용이 발생할 수 있다는 사실을 간과하고 전신마취를 감행했으며, 심폐소생술을 시행하면서 대동맥 박리가 전신마취 부작용에 의해 유발됐는지 검사 등 적절한 조치를 취하지 않은 점, 심폐소생술을 오랜 시간 강행해 대동맥박리 증상을 악화시킨 점 등을 들어 손해배상소송을 제기했다.

재판부는 대법원 판례를 인용, "의사의 과실로 인한 결과 발생을 추정할 수 있을 정도의 개연성이 담보되지 않은 사정들을 가지고 막연하게 중한 결과에서 의사의 과실과 인과관계를 주장함으로써 결과적으로 의사에게 무과실 증명책임을 지우는 것까지 허용되지 않는다"고 밝혔다.

A환자 가족이 지적한 수술 및 전신마취로 인한 과실 주장에 대해 재판부는 "원고들이 제출한 증거만으로 수술 및 전신마취와 관련해 어떠한 과실이 있었다고 보기 어렵다"며 받아들이지 않았다.

급성 충수염 진단과 치료방법도 적정했다고 봤다.

아울러 수술 및 전신마취를 시행하기 전에 혈액·심전도·간기능·신장기능·복부CT·흉부엑스선 검사 등 필요한 검진 및 검사를 모두 실시했고, 수술 및 전신마취에 지장을 줄 만한 특별한 이상소견이 없음을 확인한 점도 인정했다.

부검결과와 감정 결과에서도 수술 과정 및 수술 후 관리상 특별히 부적절한 점이 없었고, 수술 및 전신마취에 사용한 약물등에 있어서도 종류 및 투여 용량이 적절하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심정지가 발생하자 즉시 심폐소생술을 시행했으며, 응급처치도 적절했다고 봤다. 이와 함께 의료진이 전신마취로 인해 심폐기능실조 등의 부작용이 발생할 것을 예측하기 어려웠고, 심정지가 발생한 응급상황에서 전신마취 부작용 내지 심폐소생술로 인해 대동맥박리등이 발생했음을 확인하기 위해 별도의 검사를 비롯한 조치를 취할 것을 기대하기는 곤란했을 것이라고 지적, 환자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또한 심폐소생술 시 물리적 압박에 의해 흉골 및 늑골 골절, 심근손상, 심장파열, 심혈관 손상 혹은 파열, 심장 내 출혈 등이 생길 수 있고, 의료진의 특별한 과실이 없는 한 일반적인 심폐소생술 과정에서 불가피하게 발생하는 손상등에 관해 의료진을 탓하기 어렵다는 점도 지적했다.

설명의무를 위반했다는 A환자 가족의 주장에 대해서도 대법원 판례를 인용, "환자에게 발생한 유해한 결과가 의사의 침습행위로 인한 것이 아니라거나, 환자에게 다른 결정을 할 수 있는 선택의 여지가 없고, 현재의 의학수준으로는 다른 가능한 방법이 존재하지 않는 경우에는 환자의 자기결정권이 문제되지 않고, 설명의무 위반이 문제되지 않는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A환자의 보호자에게 수술 및 전신마취에 관해 설명하면서 전신마취 합병증으로 폐합병증·심혈관계 이상 등이 발생할 가능성까지 설명한 사실도 인정했다.

재판부는 대동맥 박리 자체는 임상적으로 미리 발생을 예측하고 대비할 수 있는 방법이 없는 것으로 보이는 점, 환자의 사망이 의료진의 과실에 의해 발생한 것이라고 단정하기 어려운 점, 수술 및 전신마취로 인해 대동맥박리가 발생할 가능성을 설명했다 하더라도 의료진이 행한 의료행위가 달라졌거나 급성충수염 수술을 받는 것 이외에 다른 선택을 했을 개연성이 있다고 보기 어려운 점 등을 고려할 때 수술 여부에 관한 망인의 결정권을 침해하는 등 설명의무를 위반했다고 보기 어렵다며 A환자 가족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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