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을 위한 바른 소리, 의료를 위한 곧은 소리
updated. 2024-04-27 13:15 (토)
치료제 국내 있는지 모르는 것도 책임...주의의무 위반

치료제 국내 있는지 모르는 것도 책임...주의의무 위반

  • 송성철 기자 good@doctorsnews.co.kr
  • 승인 2015.10.26 05:59
  • 댓글 0
  • 페이스북
  • 트위터
  • 네이버밴드
  • 카카오톡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요소회로대사이상질환 10만 명 중 1명 발생 희귀병...예후도 불량
서울고등법원, 병원측 책임 10%로 제한...1심 판결 뒤집어

서울고등법원 제9민사부는 A환아의 보호자가 B학교법인를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 소송(2014나26097)에서 원고에게 5907만원을, 부모에게 1200만원을 배상하라고 판결했다.

원고측은 B학교법인에 17억 7523만원을, 부모에게 8940만원을 배상할 것을 청구했으나 재판부는 환아가 10만 명 중 1명 발생하는 희귀병인데다 병원 도착 전 뇌손상 가능성과 장애 발생률이 높다는 점 등을 감안, 피고측 책임을 10%로 제안했다.

2007년 1월 16일 출생한 A환아는 계속 잠만 자는 상태로 의식이 기면상태가 되면서 호흡곤란과 청색증을 보여 1월 22일 B학교법인 응급실에 내원했다. A환아는 혈액검사 중 상태가 악화, 심폐소생술로 호흡과 맥막을 회복했다.

B학교법인 의료인은 1월 23일 01:48분경 혈중 암모니아 수치가 정상치(25-94㎍/㎗)를 초과하는 1850㎍/㎗임을 확인한 데 이어 1월 24일 13:35분경 1614㎍/㎗임을 확인, 같은 날 20:00경부터 6시간마다 락툴로오즈 제제를 경구투여하고 관장을 시행했다.

당시 병원측은 고암모니아혈증 치료제(sodium benzoate, arginine, phenylacetate, sodium phenylbutyrate 등)를 구비하지 않고 있었고, 의료진은 이 치료제를 국내에서 구할 수 없는 것으로 판단했다.

의료진은 혈중 암모니아 수치가 줄어들지 않자 1월 27일 11:00경부터 락툴로오즈 제제의 경구투여와 관장을 2시간 마다 시행, 2월 7일 162㎍/㎗까지 줄어들었으나 여전히 정상치를 초과했다. 의료진은 2ㅝㄹ 9일 보호자의 요구에 따라 A환아를 C대학병원으로 전원했다.

 C대학병원으로 전원된 A환아는 고암모니아혈증 치료제를 투여받았으며, 2월 20일 혈중 암모니아 수치가 1090㎍/㎗까지 오르자 혈액투석을 받기도 했다. 요소회로대사이상 질환자용 특수분유를 섭취하며 치료받은 후 3월 6일 퇴원했다.

A환아는 요소회로대사이상질환 중 카바밀합성효소(CPS) 결핌증 진단을 받았고, 과암모니아성 공포성 뇌병변, 뇌간 및 소뇌 위축과 사지 마비·의사소통 장애·일상 생활 동작 및 보행 장애 상태를 보이고 있다. 안과적으로는 독성 황반변증·시신경 위축으로 인사 주시불능 상태를 보이고 있다.

A환아의 보호자는 B학교법인 의료인이 고암모니아혈증을 확인했음에도 42시간 동안 치료효과가 적은 락툴로오즈 투여 및 관장만 시행, 적절히 대응하지 못한 과실이 있다며 소송을 제기했다.

재판부는 B학교법인 의료진이 요소회로대사이상질환에 따른 급성기 고암모니아혈증을 치료하기 위해 혈액 투석 또는 복막 투석을 하고, 고암모니아혈증 치료제를 주사해 암모니아 수치를 낮춘다음 저단백 고탄수화물식과 고암모니아혈증 치료제 경구투여와 카바밀합성 효소 결필증 치료를 위해 arginine을 투여해야 함에도 그렇게 하지 않은 점을 주목했다.

1999년 경부터 경북대병원·일신기독병원·영남대의료원 등에서 고암모니아혈증 치료를 위해 sodium benzoate 등의 치료제를 사용한 사례가 학회지에 발표된 점, 치료제를 보유하고 있는 병원이 있었음에도 국내에서 구할 수 없다고 성급하게 단정한 채 신속히 전원시키지 않은 데 대해 손해배상 책임이 있음을 지적했다.

이와 함께 뇌손상 가능성·지체 및 지적 장애 가능성·전원 가능성 등에 대해 설명의무가 부족한 점을 인정했다.

하지만 선천성 요소회로대사이상질환은 유전성 대사질환의 하나로 발생빈도가 10만 명 중 1명일 정도로 희귀한 질환으로 2007년 당시 모든 병원이 전문가와 치료제를 확보하기에 현실적인 어려움이 있고, 카바밀합성효소 결핍증의 경우 신생아 시기에 경련·호흡곤란으로 사망하는 경우가 많으며, 생존시 예후가 매우 좋지 않은 점, 지적 장애 발생률이 45%에 달하는 점, 내원 당시 이미 바가역적인 뇌손상이 진행됐을 가능성이 많은 점 등을 고려, 손해의 공평·타당한 분담이라는 손해배상제도의 이념에 따라 피고의 책임을 10%로 제한했다. 소송 비용도 A환아 측이 90%를 부담토록 했다.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
* 기사속 광고는 빅데이터 분석 결과로 본지 편집방침과는 무관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