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건의료노조, 국회서 실태조사 결과 발표..."근무조건·처우 등 열악"
노동시간 49.8 시간, 62%가 이직 고민...폭언·폭행·성희롱 실태 심각
보건의료노조는 11일 새정치민주연합 이목희·이인영 의원, 정의당 정진후 의원과 공동주최로 국회 의원회관에서 '병원실태조사 결과 및 3대 존중병원 만들기 추진계획 발표회'를 개최했다.
이번 발표회 발제를 맡은 오선영 보건의료노조 정책국장은 지난 4월~5월 현장에서 일하는 병원노동자들의 노동조건과 의식실태를 설문조사한 결과와 함께 지부에서 조합원 간담회를 통해 조사한 현장실태를 발표했다.
병원노동자 실태조사에는 총 83개 보건의료기관에서 일하는 1만 8629명이 참가했으며, 보건의료기관 현장의 ▲폭언, 폭행, 성희롱, 성폭력 실태 ▲감정노동, 소진 실태 ▲노동시간, 휴게시간, 휴일휴가 사용, 직장생활 만족도 실태 ▲보건의료인력 실태 등에 대한 조사결과가 포함됐다.
실태조사에 참여한 응답자 중 간호사는 63.4%(1만 1331명)로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했고, 임상병리사, 방사선사 등 의료기술직이 16.4%였다.
실태조사 결과 병원노동자들의 대다수는 자신들의 근로조건과 처우 등 근로환경이 갈수록 열악해지고 있다고 느끼는 것으로 나타났다.
병원노동자들은 최근 3년 사이 노동조건이 악화된 것으로 느끼고 있으며, 그 이유로는 ▲업무량 증가(67.9%, 2014년 65.2%) ▲승급, 승진 인사승진 가능성 희박(55.9%, 2014년 56.6%) ▲근로조건 및 처우 미흡(47.1%, 2014년 46.9%) ▲업무 자율성 미흡(42%, 2014년 41.3%) ▲동료 및 부서간 경쟁 강화(24.6%, 2014년 24.5%) 등을 꼽았다.
이직을 고민하는 비율도 62%로 높았다. 이직 고민 이유는 ▲직무불만 및 높은 노동 강도(49.3%) ▲낮은 임금 수준(14%) ▲결혼출산육아, 가족연고 이전(14.7%) 등 이었다.
노동시간은 주당 49.8 시간으로, 우리나라 전체 임금노동자의 주당 평균 노동시간 41.9 시간 보다 길었다. 1일 평균 노동시간은 10.6 시간이었다.
이와 관련 오 정책국장은 "인력부족으로 인한 시간외 근무, 병원들의 토요진료 실시, 밤 근무 등이 원인"이라고 분석하고 "인력이 부족해 개별 업무량이 많고, 3교대 근무형태, 병동 근무가 대부분으로 근무지 내외에서 휴게시간을 제대로 가질 수 없는 요건"이라고 말했다.
성희롱 등에 대한 정신적 스트레스 수치도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조사결과 병원노동자 10명 중 5명(49.8%, 8694명)은 폭언을 당했고, 폭행(7.8%, 1270명), 성희롱(9.6%, 1556명), 성폭력(0.4%, 62명) 등을 경험한 것으로 나타났다.
가해자는 환자와 보호자, 그리고 의사였다. 가해자 10명 중 3명은 가해자가 환자(33.4%)와 보호자(29.4%)라고 답했고 의사(16%)와 상급자로부터의 폭언 경험이 있다는 답변도 14%에 달했다.
그러나 불쾌한 언행을 경험한 상태에서 직장에서 해소 프로그램이나 교육을 받은 비율은 폭언·폭행 유경험자의 45.9%(6843명), 성희롱 유경험자의 64.5%(9477명) 수준이었다. 불쾌한 언행의 대응 유형은 '혼자 그냥 참고 넘어간다(폭언·폭행 86.2%, 성희롱 51%)', '주위 도움을 요청(폭언·폭행 49.2%, 성희롱 43.5%)' 등의 순으로 나타났다.
오 정책실장은 "이번 실태조사 결과에서 보듯이, 현재 병원노동자들의 근무조건과 처우 등이 매우 열악하며, 심지어 성범죄 노출도도 심각하다"며 노동환경 개선을 위한 조속한 대안 마련을 촉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