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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염병관리 거버넌스 체계 자체가 문제"

"감염병관리 거버넌스 체계 자체가 문제"

  • 이정환 기자 leejh91@doctorsnews.co.kr
  • 승인 2015.08.06 12: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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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병율 전 질본 본부장 "초기 단계부터 대응 미숙" 비판
질병관리본부 '청' 승격, 전문인력 확보 국제공조 강화 조언

전병율 교수
질병관리본부장을 역임했던 전병율 교수(연세대 보건대학원)가 메르스(중동호흡기증후군) 사태와 관련 우리나라 감염병관리 거버넌스 체계에 문제가 있었다고 쓴소리를 했다.

국제보건기구(WHO)로부터 메르스가 심각한 감염병이라는 정보를 제공받았음에도 정부차원에서의 사전 대비가 미흡했고, 초기 단계부터 대응미숙으로 환자뿐 아니라 국민들이 불안에 떨었다는 이유 때문이다.

전 교수는 대한의사협회에서 발행하는 JKMA(대한의사협회지) 7월호 시론에서 우리나라 감염병 관리체계의 문제점을 지적하고, 제2, 제3의 메르스 사태가 발생하지 않도록 최선의 대책을 강구할 것을 강조했다.

먼저, 정부차원에서의 사전 대비가 미흡한 부분에 대해 전 교수는 "메르스 국내 유입에 따른 가상 시나리오를 토대로 중앙정부, 지방정부, 의료기관간의 역할을 사전에 점검하지 않은 것이 문제였다"고 지적했다.

또 "해외 유행 감염병의 국내 유입을 최일선에서 책임져야할 검역소에서조차도 메르스와 같은 신종 감염병이 발생한 위험지역을 방문 또는 거주하는 출·입국자에 대한 지속적인 감시와 예방 교육은 물론, 해당 질병의 증상을 보일 경우 즉각 신고하도록 하는 교육 및 홍보도 미흡했다"고 꼬집었다.

다음으로 국제공중보건위기가 감지됐을 때 대처하는 능력 부족을 문제로 들었다. 전 교수는 "해당 국가에 관련 분야 전문가와 담당 공무원을 파견해 해당 사례에 대한 면밀한 분석과 필요한 정보의 수집을 통해 대응해야 하지만 국제기구 또는 현지 공관의 보고서만 모니터링하고 있을 뿐"이라고 밝혔다.

따라서 "국제공중보건 위기상황 발발 시 질병관리본부 내의 최고 전문가들로 구성된 즉각 대응팀의 편성과, 이를 가동할 수 있는 지원체계가 갖춰져야 한다"고 제안했다.

질병관리본부에 국제협력 전담부서도 없었고, 감염병 발생 현장에서 가장 신속하고 효과적인 대응을 해야 할 역학조사관 인력이 절대적으로 부족했던 것도 언급했다.

전 교수에 따르면 역학조사관 대부분이 군 복무를 대신하는 공중보건의사로서 1년 내지 3년의 복무기간 이후에는 또 다시 새롭게 임기를 시작하는 공중보건의사 역학조사관으로 대치되게 돼 감염병 발생 현장에서의 과거 경험과 전문성이 측적되지도 않아 늘 새로운 역학조사관이 그 역할을 수행하고 있는 현실이다.

감염병 급속 확산의 배경에는 우리나라의 진료전달 체계 및 병원이용 문화와도 밀접한 연관성이 있다고 밝혔다.

전 교수는 "다인용 병실에 여러 명의 환자와 가족, 간병인이 함께 생활하고 친지와 가족들이 수시로 환자를 문병하는 등 환자진료와 무관한 이들과의 접촉 사례가 매우 빈번하며, 대형병원 선로 때문에 응급실이 입원 대기 장소로 전락했다"고 진단했다.

마지막으로 감염병 관련 거버넌스 체계를 개선하기 위해서는 질병관리본부 내의 개선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전 교수는 "현재 질병관리본부는 적은 예산으로 기관 특성상 정책 계획, 조사, 연구 등 다방면의 전문적 업무를 이행하고 있는데, 기관장은 보건으료전문가에 대한 인사권 조차 없다"고 밝혔다.

따라서 "이를 해결하기 위해 질병관리본부를 '청' 단위로 기관 승격하는 방안을 논의해야 하며, WHO나 미국의 CDC와 같은 국제기구와 각 국가의 감염병 관리기관에 질병관리본부 전문가 등을 파견해 국제협력을 강화하고 커뮤니케이션 네트워크를 구축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이밖에 "이번 메르스 사태는 의료기관 내 병동과 응급실 격리시설 등 시설기준과 밀접히 연관돼 있다"며 "격리 진료실 및 음압 병실 확보, 호흡기 감염 등을 대비한 별도의 환기시스템, 감염환자 관리를 위한 응급실 내 구조개선과 격리 환자를 위한 처치실, 격리 및 치료지침 등이 보완돼야 한다"고 제시했다.

전 교수는 "이번에 메르스라는 신종 해외 유입 갑염병에 직면하면서 우리나라의 감염병 관리체계가 얼마나 무기력했는가를 보여주는 것 같아서 대단히 유감스러울 뿐"이라며 "이번 메르스 사태를 통해 우리나라 감염병 관리 거버넌스 체계의 문제점을 파악하고 이를 극복하기 위한 개선방향을 찾는 것이 시급하다"고 거듭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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