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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르스 해결책..."합창단 처럼 한 목소리 내야"

메르스 해결책..."합창단 처럼 한 목소리 내야"

  • 이정환 기자 leejh91@doctorsnews.co.kr
  • 승인 2015.07.07 05: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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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도 나도 목소리 내면 시장통 소음에 그쳐...단일화된 전략 필요
김윤 교수, 의협이 리더십 발휘하도록 의학회가 조력자 역할해야

김윤 교수
메르스(중동호흡기증후군) 사태로 대한민국이 발칵 뒤집혔고, 1개월이 지난 지금 메르스 확산이 진정세로 접어들면서 각 단체들이 서로의 입장에서만 해결책을 제시할 것이 아니라 합창단처럼 목소리를 내야 한다는 의견이 나왔다.

또 대한의학회는 대한의사협회가 우리나라 보건의료계를 대표하는 단체로서 리더십을 발휘할 수 있도록 조용한 조력자 역할을 해야 할 필요가 있다는 주장도 함께 나왔다.

김윤 대한의학회 기획조정이사(서울의대 의료관리학교실)는 대한의학회에서 발행하는 <e-newsletter> 6월호 '메르스 사태와 의학회의 역할'이라는 글을 통해 이같이 밝혔다.

김 이사는 먼저 메르스 사태와 관련 우리나라 보건의료시스템에 여러 가지 문제점이 불거져 나온 것을 지적했다.

김 이사는 "메르스 바이러스에게 '낙타'보다 더 좋은 숙주는 '대한민국 보건의료체계'였다는 교훈을 얻었다"며 "공중보건의에 의존하는 후진적인 방역체계, 거대한 다인실이 된 중환자실과 응급실로 상징되는 감염에 취약한 병원, 허약한 일차의료와 맞물린 국민의 병원쇼핑, 마지막으로 문병문화를 포함한 국민의 의료이용문화까지 우리나라 보건의료체계 전반이 메르스 확산에 기여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고 평가했다.

또 "지난 6월 25일 '메르스 사태에서 무엇을 배울 것인가?'라는 주제로 토론회가 열렸는데, 의협과 의학회가 공동으로 주관한 이 토론회는 메르스 사태를 되풀이하지 않기 위해 우리나라 보건의료체계를 어떻게 바꿔야 하는가를 논의하는 자리였다"고 덧붙였다.

김 이사는 "이 토론회에서 의료관련감염관리학회와 예방의학회, 응급의학회를 포함한 여러 학회가 메르스 사태에서 드러난 우리나라 보건의료체계의 취약점에 대한 진단과 처방을 제시했다"며 "역학조사 전문인력의 양성과 배치, 질병관리본부의 강화, 병원감염관리에 대한 건강보험수가 인상, 일차의료의 강화를 포함한 다양한 논의가 이뤄졌음을 기억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 이사는 "1개월 전만해도 동네병의원을 중심으로 일차의료를 강화하기 위한 방안을 논의했지만, 국민과 언론, 정책결정자들은 별 관심이 없었고, 또 병원감염관리에 관심을 둔 국민과 언론, 정책결정자는 거의 없었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이제는 이들이 관심을 갖기 시작했고, 현실적인 정책 대안을 논의할 수 있는 때가 된 것은 기회"라고 강조했다.

하지만 앞길이 녹록지 않다고 밝혔다. 우선 메르스 사태로 드러난 문제는 해결하기 어려운 해묵은 난제들이고, 정책적으로 실현가능하고 정치적으로 합의된 대안이 아직 존재하지 않기 때문이라는 것. 특히 대안을 만들어 가는 과정에서 다양한 이해관계를 조정해 한 목소리를 내기 위한 의료계 내부의 리더십이 취약하다는 것.

따라서 "최근 여기저기서 메르스 사태 이후에 우리나라 보건의료체계를 어떻게 바꿀 것인가에 대한 논의로 분주한데, 너도나도 목소리를 높여서 이야기 하면 결국은 아무도 듣지 못하는 시장통 소음에 그칠 뿐이므로 한 목소리를 내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제시했다.

김 이사는 "대한의사협회, 대한의학회와 회원 학회, 대한병원협회를 포함한 여러 주체들이 각자의 역할을 나눠 맡아 제대로 된 소리를 내는 합창단처럼 목소리를 내야 한다"며 "그래야 국민과 정책결정자들에게 보건의료계가 생각하는 대안을 잘 전달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또 "시장통 소음에 목소리를 보태는 것은 대한의학회가 할 일은 아니다"며 "의학회가 의료계 내부의 복잡한 이해관계를 조정하는 과정에 끼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고, 그보다는 학술적 근거를 바탕으로 한 과학적이고 합리적인 대안을 만드는 것이 의학회의 역할"이라고 덧붙였다.

의학회가 자신의 역할을 하기 위해서는 ▲회원 학회가 원하는 바가 무엇인가를 파악하고 ▲회원 학회의 문제의식이 정책 대안으로 발전할 수 있도록 조직적으로 뒷받침하고 ▲공론의 장을 마련해 회원 학회의 대안이 국민과 정책결정자에게 전달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제시했다.

김 이사는 "보건의료계를 대표하는 단체로서 내부의 다양한 이해관계를 성공적으로 조정해내지 못하면, 너도 나도 목소리를 높여봤자 정작 아무도 알아듣지 못하는 시장통 소음을 만들어 내게 된다"며 "의학회는 의사협회가 리더십을 발휘할 수 있도록 조용한 조력자의 역할을 해야 할 필요가 있음을 의미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또 "의사를 환자보다 자기 밥그릇을 중시하는 전문가라고 생각하는 국민이 적지 않기 때문에, 의학회는 국민이 보건의료계가 내놓은 대안을 객관적으로 바라볼 수 있도록 도와줘야 한다"며 "국민의 의학회에 대한 신뢰를 자산으로 보건의료계가 내놓은 대안을 국민이 객관적으로 바라볼 수 있도록 설득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 이사는 "메르스 사태로 소위 정책의 창(policy window)이 열렸다"며 "보건의료계가 단합해 해묵은 난제를 해결할 수 있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고 기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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