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건복지부가 최근 메르스사태로 외래 진료가 중단된 삼성서울병원 환자들이 담당의사와 전화진료를 하고, 환자가 지정하는 약국에서 팩스로 의약품 처방전을 보내 처방받을 수 있도록 지침을 내렸다.
삼성서울병원에 한시적으로 원격의료를 허용하겠다는 것인데 의료계의 비난이 쏟아지자 정부는 '전화진료'라고 말을 바꿨다. '전화진료'도 넓은 의미에서 '원격의료'로 해석할 수밖에 없고, 이에 대한 의료계의 정서를 알면서도 굳이 의료계의 뇌관을 건드릴 '원격의료'란 용어를 애초에 쓴 점이 석연치 않다.
이달 초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는 최고위원회의에서 "이럴 때에 원격진료 의료시스템이 시작됐더라는 아쉬움이 남는다"고 했고, 유승민 원내대표도 "이번 사태를 겪으면서 원격진료 의료시스템의 필요성이 대두된다"고 말한 바 있다.
새누리당의 최고 책임자인 두사람의 발언에 이어 '한시적'이란 조건을 달았지만 복지부가 원격의료를 허용한 과정이 무관할 것 같지 않다. 더욱이 복지부의 방침에 의료계가 거세게 반발하고 나섰지만 이에 아랑곳 하지 않고 강동경희대병원과 아산충무병원에도 이를 확대하겠다고 발표했다.
현재 의료계는 메르스 확산 저지에 전력투구하고 있다. 위급상황에서는 민관합동을 역설하며 손을 내밀면서 아무런 사전 논의 없이 허용 방침을 던졌으니 의료계를 과연 파트너로 인정하고 있는지 의문이다.
복지부의 말을 곧이 곧대로 받아들다 해도 전화진료 역시 현재 대면진료를 원칙으로 하고 있는 의료법체계에서 불법이기는 마찬가지이다.
비상상황이라 말하고 있지만 삼성서울병원이나 삼성서울병원의 협력병원이 아니라도 환자들이 진료받을 곳은 얼마든지 있다. 주변의 안전한 병의원을 이용토록 유도하면 될 일이요, 환자가 같은 처방내역을 원하면 주치의와 상의해 처방전을 공개토록 하면 될 일이다.
정부도 그렇지만 메르스 확산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는 삼성서울병원이 이를 요청했다는 것도 어처구니가 없는 일이다.
삼성서울병원이 어떤 곳인가? 삼성생명공익재단이 운영하고 있으며, 다른 병원과는 달리 2011년부터 삼성석유화학 대표이사 출신의 기업인 윤순봉 사장이 지원총괄을 맡고 있다.
이 같은 기업식 특성 탓에 이번 메르스 사태에서 2·3차 감염의 매개자가 됐음에도 다른 병원과 달리 응급실 폐쇄, 병동격리 등에 미온적이었다는 비판이 나온 바 있다. 더욱이 삼성은 그동안 원격의료 도입의 배후로 까지 지목됐던 터이다.
메르스 사태와 같은 국가적 혼란과 위기상황을 이용해 원격의료 허용의 발판으로 삼으려 한다면 그 저항은 상상을 초월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