혈관종 앓는 인도네시아 소녀 한국서 종양 제거·미세혈관 수술
가톨릭대 부천성모병원, 정형외과 수부·미세혈관 의료진 의기투합
가톨릭대학교 부천성모병원(병원장 백민우)은 태어날 때부터 오른손 전체에 생긴 혈관종으로 고통 속에 살아온 와우 크리스틴 양을 한국으로 초청, 종양을 제거하는데 성공했다고 밝혔다.
크리스틴 양은 현지 의료진들로부터 혈관종이 너무 커 손목을 절단할 수밖에 없다는 얘기를 들었다. 요리사가 되고 싶다는 꿈도 함께 접어야 하는 절망과 고통이 엄습했다.
선뜻 수술을 받지 못한 채 고민하던 순간에도 혈관종이 악화되면서 통증은 팔꿈치까지 치고 올라왔다. 마냥 치료를 늦출 수 없는 상황으로 병세가 악화됐다.
그러던 중 인도네시아로 해외봉사에 나선 부천지역 교회 청년봉사단이 크리스틴 양의 딱한 처지를 발견하고 평소 친분이 있던 민준기 교수(부천성모병원 류마티스내과)에게 SOS를 보냈다.
소식을 전해 들은 가톨릭대 부천성모병원은 정형외과 협진 클리닉 의료진(김형민·정창훈·박일중·이재영 교수)에게 크리스틴 양의 수술 가능성을 타진했다.
수부 및 사지 재건술과 미세혈관수술에 주력하고 있는 이들 의료진들은 종양 제거와 미세혈관수술이 가능하다는 의견을 모았다.
크리스틴 양은 지난 1월 5일 부천성모병원에 입원, 정밀검사를 받은 후 정형외과 의료진들이 협진결과를 토대로 수술 계획을 세웠다. 9일 박일중 교수에게 혈관종 수술을 받은 크리스틴 양은 새끼 손가락을 잃는 대신 요리사의 꿈을 되찾을 수 있었다.
수술과 치료에 들어간 비용은 부천성모병원과 외부 자선단체가 연계, 지원방안을 찾기로 했다.
크리스틴 양은 "수술을 받은 후 극심했던 고통이 사라져 너무 행복하다"며 "앞으로 맛있는 요리를 만들어 내가 받은 사랑을 다른 이웃에게 전할 수 있는 훌륭한 요리사가 되겠다"고 말했다.
수술을 집도한 박일중 교수는 "협진을 통해 종양을 제거하되 손의 형태와 기능을 보존할 수 있도록 절단을 최소화했다"며 "의료진이 함께 모여 최선의 치료법을 논의하고 수술 부위와 방법을 최적화한 협진이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라고 설명했다.
별다른 이상없이 건강을 회복한 크리스틴 양은 26일 퇴원, 고향 인도네시아행 비행기에 올랐다.
부천성모병원은 지난 2009년 3월부터 매주 수요일마다 수부 및 미세수술·견주관절·종양 등 각 분야 의료진이 협진을 통해 진단과 치료 방침을 결정하는 정형외과 협진 클리닉을 운영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