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원장은 놀란 가슴을 가까스로 진정시키고 일단 영화 상영 부터 막아야 겠다고 판단, 변호사와 의논한 끝에 서울지방법원에 '상영금지 가처분신청'을 냈다.
버젓이 진료하고 있는 병원을 '죽음을 잉태하는 곳'(영화 포스터 문구 중)으로 묘사한 영화는 이땅에 정의가 살아있는 한 마땅히 상영 금지될 것이라는 A원장의 믿음은 너무나 순진했다. 서울지방법원으로부터 상영금지가처분신청 '기각' 통지서를 받아든 A원장은 법원의 기각 사유를 읽어보고 또 한번 두 눈을 의심해야만 했다.
'영화 상영을 금지했을 때 제작사가 입는 피해가 영화 상영시 병원이 입는 손해에 비해 현저히 클 것으로 보이며' 라니 또 '영화상의 A산부인과가 신청인의 A산부인과를 지칭하는 것이라고 볼 만한 어떠한 연관성을 찾을 수 없다'는 말은 도대체 어느 외계 행성에서나 통용될 논리인가? 누가 내 이름을 부르며 "아무개는 도둑놈이다!" 외치고 다녀도 "이름은 같지만 당신을 말한게 아니다"라고 말해버리면 모든게 해결된다는 논리 아닌가
무엇보다 A원장을 서글프게 한 것은 환자의 고귀한 생명을 다루는 병원의 명예가 심심풀이 오락 영화의 그것보다 낮다고 판단하는 우리나라 사법부의 수준이었다.
앞으로 어떻게 할 것이냐고 묻는 기자의 질문에 "무슨 방법이 있겠나요 법원까지 저렇게 생각하니"라고 말끝을 흐리며 뒤돌아 가는 A원장의 모습을 보며, 이제는 영화 예고편까지 꼼꼼이 챙겨 봐야 하는 우리 의사들의 슬픈 단면을 보는 것 같아 취재 내내 우울한 기분을 지울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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