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수섬유증, 자카비 등장으로 새로운 전기 맞아"
"골수섬유증, 자카비 등장으로 새로운 전기 맞아"
  • 이정환 기자 leejh91@doctorsnews.co.kr
  • 승인 2014.12.09 19: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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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철원 교수, 골수섬유증 환자 생존기간 연장 최신 임상연구 발표

골수섬유증은 혈액을 만들어내는 골수가 딱딱하게 굳어지면서 비장비대 및 다양한 전신증상 등의 합병증을 동반하는 희귀혈액암으로, 인구 10만 명당 1명 꼴로 발생하며, 국내에 약 600여명이 앓고 있다.

골수섬유화가 진행돼 정상적인 혈액생산에 문제가 생기면서 비장비대 등의 중증 합병증을 동반하며, 4명 가운데 1명은 10년 내 급성골수백혈병으로 진행돼 3개월 만에 사망에 이른다.

가벼운 빈혈 혹은 여성 환자의 경우 폐경 증후군, 원인 모를 뼈의 통증으로 병원을 찾았다가 우연히 진단되는 골수섬유증은 소리 없이 시작되지만 환자의 삶을 위협하는 치명적인 질환이다.

골수섬유증은 최근까지도 치료방법이 극히 제한돼 있었으나, 혈액암에 대한 연구가 활발해지면서 JAK1/2 표적치료제가 등장해 골수섬유증 치료에 새로운 전기를 맞고 있다.

국내에서는 2013년 1월 최초의 골수섬유증 표적치료제 자카비(성분명 룩소리티닙)가 시판허가를 획득 후 현재 급여 등재를 위한 절차를 진행중으로, 최근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의 급여적정성 평가에서 급여 판정을 받은 바 있다.

정철원 교수(삼성서울병원 혈액종양내과)는 지난 2014년 11월 14일 대한혈액학회 추계학술대회 심포지엄 국내 골수섬유증 환자의 치료결과를 포함한 Pan-Asia 임상연구 등, 골수섬유증 환자의 생존기간 연장 및 삶의 질 개선에 대한 최신 임상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이에 정철원 교수님를 만나 희귀혈액암 골수섬유증 치료에 대한 최신 지견과, 희귀혈액암 환자의 치료제 접근성 개선을 위한 정부의 보장성 강화 정책에 거는 기대를 들어봤다. <편집자주>

 
Q. 이번에 대한혈액학회 추계학술대회에서 발표한 임상연구에 대한 간략한 설명 부탁한다.
자카비의 글로벌 등록임상의 3.5년 결과를 소개하고, 한국 환자 17명을 포함한 아시아 4개국(한국·중국·일본·대만) 120명을 대상으로 한 제2상 임상 Pan-Asia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이번 동양인 대상 임상연구는 유럽 및 북미지역 환자가 주축이 되었던 글로벌 등록임상(COMFORT-1, COMFORT-2)의 결과를 동양인에서도 적용할 수 있을지를 검증해보고자 했다.

그 결과, 동양인에서도 비슷한 치료효과가 확인돼 국내 환자들에게서도 자카비 치료효과를 기대할 수 있을 것으로 보여진다.

1차 연구목표인 24주 치료가 지난 후에도 참여환자의 2/3 정도가 지속적으로 자카비를 복용하고 있으며, 현재까지 2년여 추적관찰을 진행하고 있다. 아직까지 임상연구에 참여하고 있는 환자들은 치료 초반 2~3개월 내에 감소한 비장용적 상태가 잘 유지되고 있다.

1차 연구 목표인 24주차 치료 결과를 보면, 비장 용적이 기저시점 대비 35% 이상 감소한 환자 비율이 31.7% 였다. 기존 지지요법과 자카비 치료효과를 비교한 COMFORT-2 연구결과가 31.9%였던 것과 유사한 수치다.

두번째 치료목표인 증상호전 측면에서, 환자의 49%에서 증상점수가 50% 이상 호전을 경험했다. 위약군과 자카비 치료효과를 비교한 COMFORT-1 연구결과가 46%로 동양인에서도 충분히 증상호전 효과가 있음을 입증했다.

Q. 골수섬유증은 어떤 질환인가?
골수섬유증은 혈액을 생성하는 골수가 딱딱하게 굳어지면서 제대로 조혈작용을 하지 못하는 질환이다.

골수에서 정상적인 조혈작용이 못하기 때문에 비장이 대신 그 일을 하면서 비장이 커지는 비장비대증을 동반한다. 심하면 복부를 다 채울 정도로 비장이 커져 다른 장기를 압박하게 되며, 비장에서는 골수만큼 효과적으로 혈액을 만들지 못하기 때문에 심한 빈혈이나 혈소판 감소증 등을 동반한다.

또 골수섬유증에 동반되는 증상 가운데 환자들이 가장 어려움을 호소하는 것이 외출이 어려울 만큼 쇠약감이 들고, 말기암 환자처럼 체중이 줄고, 빈혈 때문에 심한 어지러움을 느끼는 등 사회생활을 불가능하게 하는 통증등이다. 때문에 골수섬유증 환자들은 삶의 질이 현저히 떨어지는 것이 큰 문제이다.

이런 비장비대와 증상들이 수년에 걸쳐 진행되며 환자에 따라 질환의 경과는 다양하게 나타나는데, 중등도-2 및 고위험군의 경우 2~3년 내 사망하기도 한다.

Q. 국내 환자규모는 어떠한가?
국민건강보험공단과 중앙암등록본부의 통계를 종합해보면, 국내 발생률은 1년에 약 120명 수준으로 현재 유병률은 1200~1300명으로 보여진다. 사회가 점차 고령화 되면서 10년 전 800여명에서 점차 유병률이 증가함을 알 수 있다.

Q. 자카비라는 신약이 나오기 전에는 어떤 치료 방법이 있었나?
조혈모세포 이식 외에는 다른 치료들은 단지 증상 조절용일 뿐이며, 질환 자체를 극적으로 호전시키지 못한다. 증상조절도 일부 환자에게서 일시적인 기간 동안에만 유효하기 때문에, 엄밀한 의미에서 치료약이라고 할 수 있는 약제가 없었다.

골수섬유증 환자들에게 나타나는 비장비대증이 너무 심해지면 비장을 싸고 있는 피막이 늘어나면서 극심한 고통을 느끼는데 강한 진통제를 써도 잘 듣지 않는다. 때문에 비장크기를 줄이는 목적으로 하이드록시우레아와 같은 항암제를 쓰기도 한다.

이밖에 일부 빈혈 개선을 위한 호르몬제제, 면역억제제 등을 쓰기도 하는데 골수섬유증을 개선하는 것은 아니다.

Q. 최초의 JAK 억제제 '자카비'는 어떤 작용을 해 치료효과가 있는 것인가?
골수섬유증 환자 중 약 50%만이 JAK2 돌연변이가 있는데, 돌연변이 유무에 관계없이 치료효과가 있는 것으로 보아 약리 기전으로 크게 비장비대증 감소와 증상개선 효과로 나눠 생각해볼 수 있다.

JAK 억제제는 JAK2 단백과 에너지를 생산하는 단백과의 결합을 차단해 골수의 섬유화 증식을 억제해 비장이 혈액생성 역할을 쉴 수 있게 해줌으로써 비장크기를 감소시킨다.

다른 한 가지는, 자카비가 인터루킨-6, TNF-a 등과 같은 혈중 염증성 사이토카인 농도를 낮춰 줌으로써 삶의 질을 떨어뜨리는 여러 증상들을 개선시킨다.

Q. 혈액암 치료에서는 빈혈, 혈소판감소증 등의 혈액학적 이상반응을 잘 조절해 치료를 지속하는 것이 중요한데, 실제 임상현장에서의 경험해보면 어떠한가?
혈액학적 이상반응으로 빈혈, 혈소판 감소등이 나타날 수 있는데 치료 초기에 용량을 조절하면서 환자에게 맞는 최적의 용량을 찾는 것이 중요하다. 반면, 흔히 항암치료하면 떠올리는 구토·설사·탈모 등의 비혈액학적 이상반응은 거의 없다.

골수섬유증 환자 대부분이 혈소판 수가 정상인 경우가 많기 때문에 혈소판 수치가 조금 떨어진다고 해도 정상보다 조금 낮은 정도여서 임상적으로 크게 문제가 되지는 않는다.

수혈할 필요도 없고, 출혈 위험성도 증가하지 않는다. 빈혈 역시 8~9개월이 지나면 치료 이전 수준으로 회복하고 이후로는 쭉 유지된다.

 
Q. 자카비가 치료효과가 좋기는 하지만, 계속 복용하기에는 비용 부담이 상당하다.
치료를 계속하는 이유는 골수섬유증으로 인한 증상개선 및 삶의 질이 상당수준 향상 되기 때문이다. 생존기간 연장을 입증한 것도 중요하지만 실제 환자를 치료하다 보면 환자들이 빠르게 체감하는 증상개선, 삶의 질 향상 등이 더욱 크게 느껴진다.

실제 임상에 참여했던 한 환자는 자카비 치료 이후 "세상이 바뀌었다"고 표현했다. 일상 생활이 불가능하고 밖에 나갈 수 없어 완전히 우울증에 빠져 있는 환자였는데, 치료제 복용 1개월 정도 지나면서 몸이 눈에 띄게 좋아지고, 등산이나 낚시 등 활동적인 외출도 가능해졌다.

임상연구에서는 이상반응 등에서 일정 범위를 넘어가면 치료를 중단해야 하는데, 그 당시 약을 구할 방법이 없어 무슨 일이 있어도 약을 계속 먹을 수 있게 측정을 잘 해달라고 부탁하는 환자가 있을 정도이다. 환자 입장에서는 치료를 중단해 옛날 생활로 돌아가는 것을 너무나 끔직하게 여기는 것이다.

Q. 자카비의 급여화 논의가 최근 급물살을 탔는데 학회에서도 중요한 역할을 했을 것 같다.
자카비는 처음에 진료상필수약제로 신청했다가 비용 문제로 적절한 논의가 이루어지지 못했다. 그런데 최근 정부의 보장성 강화 정책으로 자세가 바뀌면서 물살을 타기 시작했다고 생각한다. 여기에 올해 초 생존율 개선을 입증하는 관련 임상 결과가 발표되고, 경제성 평가 자료도 발표되면서 적극적인 논의가 이뤄졌다.

골수증식질환연구회 및 학회서도 지속적으로 의견을 개진했고, 질환의 심각성이나 환자들의 질병부담 등을 알리기 위해 노력해 왔다.

치료제가 간절히 필요한 환자분들의 목소리가 전달되고, 또 한편으로는 환우회에서도 적극적인 역할을 하면서 정부 담당자들의 책임있는 행정조치가 이뤄진 것 같다. 자카비의 급여화 논의는 다른 치료제보다는 상대적으로 빠른 편이었다.

Q. 약가협상 등의 과정이 남아있다. 임상전문가 입장에서 정책적으로 어떠한 지원이나 개선이 필요하다고 보나?
실제 과학적인 증거가 명확하고 의료 현장에서 판단했을 때 환자의 치료 혜택이 분명한 약제에 대해서는 학회차원에서 보건복지부에 공문도 보내고,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적극적으로 의견을 개진한다.

그런데, 토의과정에서 아주 일부 약제만 급여 혜택을 받고 대부분은 비용 문제로 차단되는 것이 현실이다. 이 약을 간절히 기다리는 환자들의 상황을 충분히 고려해 여러 측면에서 가능성을 열어놓고 협상을 진행하기를 바란다.

골수섬유증은 현재 종양(희귀암)으로 분류돼 있어 정부의 4대 중정성질환 보장성 강화 정책에 따라 산정특례 혜택을 받을 수 있다. 자카비가 급여혜택을 받게 되면 약제비의 5%만 부담하면 되기 때문에 환자들에게는 큰 힘이 될 것이다.

Q.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정부에서는 어떤 치료제의 가격협상 이후에도 환자들에게 얼마나 도움이 되는지를 추적 관찰하고 데이터를 모아서 이후 신약의 급여등재나, 약제의 급여범위 확대 등을 재평가 할 때 참고했으면 한다.

자카비의 경우에는 전체 생존(Overall Survival)을 입증했기 때문에 급여 논의가 적극적으로 이뤄졌지만, 임상현장에서는 환자들이 겪는 당자의 하루 하루 고통을 줄여주는 것이 생존기간 연장만큼 중요한 치료 혜택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정부에서는 이에 대해서는 전혀 고려하고 있지 않는데, 생존율까지 개선할 수 있으면 더없이 좋겠지만 이에 국한되지 않는 균형 잡힌 시각을 가졌으면 한다.

제약사 입장에서 약값을 높게 책정할 수 밖에 없는 배경은 이해하지만 환자의 입장을 고려해 재정부담을 줄일 수 있는 시도를 해줬으면 한다.

아울러 자카비의 경우 골수섬유증 이외에도 JAK2 돌연변이가 있는 림프구 계열의 종양에서 치료 효과가 뛰어난데, 임상연구 지원 확대를 통해 더 많은 환자들이 치료 혜택을 받을 수 있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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