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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마티스환자 '진단검사비' 급여 안돼 병 키운다

류마티스환자 '진단검사비' 급여 안돼 병 키운다

  • 이정환 기자 leejh91@doctorsnews.co.kr
  • 승인 2014.10.14 17: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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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단에 필요한 검사비 높아 환자들 검사 거부 비일비재
류마티스학회, "올바른 치료 위해 초기부터 정확한 진단 중요"

류마티스관절염(RA) 환자들이 조기진단을 제 때에 받지 않아 병을 키우는 것이 문제가 되고 있다.

류마티스관절염은 초기부터 관절손상 등이 발생하는데, 진단이 늦어지면 환자들이 더 큰 장애로 고통을 받는다. 그러나 진단을 위해 실시하는 검사비용이 보험적용이 되지 않아 부담이 되다보니 검사를 거부하거나, 늦게 검사를 받는 경우가 많아지면서 장애를 겪는 비율도 덩달아 높아지고 있다.

이에 따라 대한류마티스학회(이사장 고은미·삼성서울병원 류마티스내과)는 진단 검사비용의 보험급여 적용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나섰다. 조기진단 비율이 높아지면 좀 더 빨리 적극적인 치료를 할 수 있고, 장애로 인해 발생하는 더 큰 치료비용 부담을 줄일 수 있다는 이유 때문이다.

 
▶조기진단 지연되면 장애 겪는 비율 높아져
류마티스학회는 14일 '국내 류마티스관절염 진단 지연 실태'를 주제로 기자간담회를 열었다.

이날 간담회에서는 국내외 진단 지연 기간 비교를 통해 국내 류마티스관절염 진단 지연 상황과 심각성이 논의됐다. 또 이를 극복하기 위한 방안으로 조기진단 및 진단 정확성 향상을 위한 방법이 소개됐다.

먼저 최찬범 한양의대 교수(한양대병원 류마티스내과)는 "조기진단과 조기 적절한 치료를 시작하면 관절손상 및 장애가 발생하는 것을 막을 수 있고, 궁극적으로 환자들의 삶의 질이 높아진다"고 말했다.

최 교수에 따르면 우리나라 류마티스관절염(RA) 진단은 캐나다·벨기에·덴마크보다 3~5배 진단이 늦고 젊을수록 진단지연이 심각했다.

 
류마티스학회가 류마티스관절염 임상연구센터(센터장 배상철·한양대 류마티스병원)의 협조를 받아 실시한 '우리나라 류마티스관절염 진단 현황' 조사결과에서도 선진국과 비교해 우리나라에서 약 3~5배 진단이 지연되고 있으며, 발병 나이가 어릴수록 더 늦게 진단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최 교수는 "KORONA에 등록된 류마티스관절염 환자 5376명(남자 896명/여자 4480명)을 분석한 결과, 우리나라 류마티스관절염 환자는 첫 증상 발현 후 진단까지 평균 20.4개월이 걸리는 것으로 나타났으며, 캐나다 6.4개월, 벨기에 5.75개월, 덴마크 3~4개월 등에 비해 무려 3~5배 정도 더 늦다"고 설명했다.

특히 "발병 나이에 따른 진단 지연을 살펴본 결과에서는 발병 나이가 어릴수록 진단 지연이 심각했다"며 "20세 미만에서 발병한 경우는 40.7개월, 20대 31.6개월, 30대 24.6개월, 40대 18.9개월, 50대 14.1개월, 60대 11.8개월, 70대 이상은 8.8개월로 발병 나이가 어릴수록 증상 발현 후 진단까지의 기간이 더 길었다"고 강조했다.

최 교수는 "류마티스관절염은 초기부터 관절 손상이 시작돼 치료가 불충분할 경우 증상 발현 2년 이내에 환자의 70%에서 관절 손상이 발생하며, 진단이 지연될수록 장애를 겪는 비율도 높아진다"고 말했다.

또 "이번 조사에서 증상발현에서 진단까지 12개월 미만인 환자보다 12개월 이상 지연된 환자가 일상생활 기능장애 정도 점수가 유의하게 높았다"며 "기능장애가 없는 류마티스관절염 환자 비율은 진단까지 12개월 미만이 걸린 환자(22.9%)가 12개월 이상이 걸린 환자(20%)보다 더 높게 나타났다"고 덧붙였다.

 
▶젊은 연령층, 관절염에 대한 지식·경각심 부족
심승철 충남의대 교수(충남대병원 류마티스내과)는 "젊은 연령층의 환자는 나이 많은 연령층에 비해 오히려 관절염에 대한 지식이나 경각심이 부족해 관절 증상을 심각하게 생각하지 않는 경우가 많아 진단 지연 현상이 더 심하다"고 말했다.

또 "적극적인 사회 활동이 많은 시기이므로 제 때에 치료 받지 못하면 사회 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더 크다"며 "증상과 징후가 있다면 병원을 방문해 류마티스관절염 등의 염증성 관절염이 아닌지 초기부터 정확한 진단을 통해 치료를 시작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심 교수는 류마티스관절염의 올바른 진단과 치료를 위해 ▲류마티스관절염은 특정 연령에서 생기는 질환이 아님을 명심 ▲류마티스인자 검사에서 음성이어도 류마티스관절염일 수 있음을 명심 ▲류마티스관절염은 면역기능 증강과는 무관하고 치료는 반드시 전문의와 상의해야 함을 명심 ▲류마티스관절염은 평생 지속적으로 치료해야 함을 명심 ▲류마티스관절염은 환자 상태에 맞는 운동을 해야 함을 명심할 것을 주문했다.

▶류마티스인자 음성 환자 진단 지연 기간 더 길어
류마티스학회에 따르면 류마티스관절염 진단 지연의 주된 이유로는 첫째, 병원에 내원해 진찰을 잘 받지 않는 것, 둘째, 항CCP항체 등 진단에 도움이 되는 검사가 과거에 시행되지 못했던 점 등을 의심해볼 수 있다.

류마티스관절염의 진단에는 의사의 진찰소견과 병력이 가장 중요하지만 혈액검사도 많은 도움을 주며 분류기준에도 포함돼 있다. 류마티스인자가 음성이고 임상양상이 초기에 전형적이지 않을 경우 진단이 늦어질 수 있다.

실제로 이번 조사에서 KORONA에 등록된 류마티스관절염 환자의 류마티스인자에 따른 진단 지연을 비교해 본 결과, 류마티스인자 음성 환자는 23.2개월, 류마티스인자 양성 환자는 19.9개월로 류마티스인자 음성 환자의 진단 지연 기간이 더 길었다.

▶'항CCP 검사' 등 보험급여 적용 빨리 돼야
홍승재 경희의대 교수(경희대병원 류마티스내과)는 "류마티스관절염은 초기에 정확한 진단이 중요하다"며 "이를 통해 산정특례등록의 공정성을 확보할 수 있고, 초기부터 적절한 치료를 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또 "진단을 명확히 할 수 있는 항 CCP항체 검사, 관절 MRI 검사의 보험적용이 필요하며, 명확한 진단을 통한 희귀난치성질환자 등록 및 초기에 적절한 치료를 통해 장기적, 궁극적으로는 정부의 의료비 부담과 재정비용을 줄일 수 있다"고 말했다.

홍 교수에 따르면 류마티스인자의 한계점을 보완할 수 있는 것이 항CCP항체 검사이다. 이 검사는 유용성이 검증돼 2010년 새로 개정된 류마티스관절염 분류기준에 중요한 한 축을 차지하고 있다.

또 세계 각국에서 류마티스관절염이 의심되는 모든 환자에게 항CCP항체를 확인하는 것이 권장되고 일상화 돼 있으며 류마티스인자검사 보다 진단 특이도가 높아 조기 진단에 큰 도움을 주고 있다.

국내에서는 항CCP 검사가 시작된 2006년 이후 환자들의 진단 지연 기간이 줄어들었다. 2006년 이전에 진단받은 환자는 22.1개월, 2007년 이후 진단받은 환자들은 18.8개월로 2007년 이후 진단이 약 4개월 앞당겨졌다.

류마티스관절염인데도 류마티스인자와 항CCP항체 모두 음성인 혈청음성 류마티스관절염 환자들은 MRI 등의 영상의학검사를 통해 염증 상태 등을 확인하는 것이 조기 진단에 도움이 될 수 있다.

그러나 현재 항CCP 검사와 MRI 검사 등은 류마티스관절염의 진단 사용에 보험급여가 적용되지 않는다. 따라서 많은 환자가 검사비용이 부담스러워 검사를 꺼려 조기진단과 초기 치료 방향 설정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고은미 이사장은 "류마티스관절염은 관절 통증에서 시작해 관절 변형, 나중에는 관절 파괴로 이어지며 다양한 합병증을 동반하는 만큼 초기에 진단 받아 치료를 시작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그러나 "현재 국내에는 정확한 진단을 내리는데 필수적인 검사의 보험급여가 적용되지 않아 환자들이 비용 부담으로 검사를 거부하는 경우가 많다"며 "제도적 뒷받침을 통해 류마티스관절염 환자의 진단이 늦어지지 않도록 한다면 환자의 장애 위험을 줄일 수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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