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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년간 동결된 담뱃값...이번엔 인상될까?

9년간 동결된 담뱃값...이번엔 인상될까?

  • 이승우 기자 potato73@doctorsnews.co.kr
  • 승인 2014.09.06 05: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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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복지부, "흡연율 낮아질 것" 추진의지 강하게 피력
"전형적 서민증세...흡연자가 범법자 인가" 반대 여론 '비등'

지난 2005년 이후 매 정권마다 추진됐지만 번번이 무산됐던 담뱃값 인상을 국회와 보건복지부가 동시에 추진하겠다는 의지를 밝혀, 담뱃값 인상 논란이 재점화되는 양상이다. 일부 정치권과 정부가 추진할 때마다 담배 농가의 반대, 흡연자들의 반대, 물가인상을 부추길 수 있다는 등의 이유로 번번이 무산됐던 담뱃값 인상 시도가 이번에는 가능할 것인지 귀추가 주목된다.

지난 2005년 이후 노무현 정권과 이명박 정권을 거치면서 수차례 담뱃값 인상 시도가 있었지만 지난 9년간 담뱃값은 인상되지 못했다.

지난해 박근혜 정부 출범 당시에도 보건복지부는 담뱃값을 1갑당 2500원에서 5000원으로 올리는 방안을 대통령직 인수위원회에 보고한 바 있다. 물가수준에 맞춰 담뱃값을 현실화하고, 이를 통해 흡연율을 낮춘다는 논리였지만 실현되지 못했다.

그러나 지난 5월부터 이한구 새누리당 의원 등 3명의 국회의원이 저마다 인상폭 등은 다르지만 담뱃값 인상을 골자로 한 법안을 발의하면서, 담뱃값 인상 논란에 다시 불을 당겼다.

이한구 의원은 담배소비세를 인상해 담배 1갑의 가격을 우선 500원 인상하고, 이후에도 물가에 연동해 담배 가격이 오르도록 담배소비세를 매년 자동 인상하는 내용의 '지방세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이어 박기춘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이 담배 과세항목에 '소방안전세'를 신설하는 내용을 담은 지방세법 개정안 등을 발의했다. '원인자 부담 원칙'에 따라 주요 화재원인물질인 담배를 과세대상으로 소방안전 강화를 위한 재원을 확보하겠다는 논리였다.

게다가 지난 2일 보건복지부까지 나서, 연말까지 담뱃값을 최소 4500원 이상으로 인상하는 것을 정부 입법으로 추진하겠다는 의지를 피력하면서, 담뱃값 인상 논란을 확산시켰다.

복지부, 연말까지 최소 4500원 이상으로 인상
문형표 보건복지부 장관은 지난 3일 보건복지부 취재기자들과 만나, 담뱃값 인상을 적극적으로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문 장관은 "담뱃값 인상이 필요하다는 데 사회적 인식이 모아졌다고 생각한다"며 "가격 인상 폭은 최소 2000원은 돼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문 장관은 "보건사회연구원 등 여러 연구용역에서 담뱃값이 최소 4500원은 돼야 한다는 결과가 나온다"며 "현재 국회에 담뱃값 인상에 대한 여러 법안이 나와 있지만 정부 입법으로 추진하는 방안도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이어 "담뱃값 인상으로"이를 통해 얻은 재원은 금연클리닉 등 흡연자들을 위해 사용한다는 것이 보건복지부 입장"이라고 덧붙였다.

복지부 "낮은 담배가격이 청소년 흡연연령 낮춰"

 
이같은 문 장관의 입장발표 직후, 보건복지부는 담배값 인상 여론 조성을 위한 발 빠른 행보를 취하고 있다.

지난 4일 보건복지부는 보도 참고자료를 통해 "우리나라 청소년의 매일흡연을 시작하는 평균 연령이 매년 낮아지고 있다"며 "점점 낮아지는 흡연 시작 연령의 원인이 낮은 담배 가격에 있다"고 주장했다.

보건복지부는 "제9차 청소년건강행태온라인조사(2013년)에 따르면, 청소년의 첫 흡연 시작 연령은 13.5세로 지난 2005년 첫 조사를 한 이래 매년 낮아지고 있는 추세"라면서 "담배의 실질가격이 계속 하락하면서, 싼 담배가격으로 인해 중학생들조차 쉽게 담배를 구매할 수 있었던 것"이라고 밝혔다.

이와 관련 박순우 대구가톨릭대학교 의과대학 예방의학교실 교수는 "담배가격 인상수준에 따른 흡연청소년 금연의도"라는 연구에서 청소년 금연을 위해서는 가격 인상이 매우 효과적이라고 말했다.

흡연자 3명 중 1명 "담뱃값 오르면 끊겠다"

▲ 담배가격이 4,500원으로 오를 경우 흡연 여부.
5일에는 한발 더 나아가, 담뱃값이 4500원 이상으로 오르면 흡연자 3명 중 1명이 담배를 끊을 의사를 가지고 있다는 설문조사 결과를 발표하면서, 담뱃값 인상의 당위성을 강조했다.

보건복지부와 한국건강증진개발원이 시행한 담뱃값 인상 관련 긴급설문조사 결과 담뱃값이 4500원 이상으로 인상되면 흡연자 중 32.4%가 금연하겠다고 답변했다.

계속 흡연을 하겠다는 응답자는 51.6%, 마음의 결정을 하지 못한 응답자는 16.1%로 나타났다.

▲ 담뱃값 인상에 대한 찬반 여부.
또한 응답자 중 64.5%가 담뱃값 인상에 찬성했으며 반대는 35.5%에 그쳤다.

담뱃값 인상에 따라 늘어나는 재원활용 방안은 흡연자 금연지원 41.5%, 금연 캠페인 및 교육 31.3%, 담배 위험성에 관한 연구지원 27.2% 순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조사 대상(1000명)의 20.9%를 차지한 흡연자 중 70.7%는 담배가격 인상을 반대, 29.3%는 찬성이라고 입장을 밝혔다.

설문조사 결과에 대해 보건복지부는 "담뱃값 인상 시 흡연자 중 32.3%가 금연할 경우, 현재 성인 남성 흡연율(43.7%) 기준으로 10%p이상 흡연율이 하락하는 것으로 추정된다"며 " 지난 2004년 500원 인상시 성인 남성 흡연율이 12% 하락한 것과 유사한 효과가 발생할 것"이라고 예측했다.

"부자감세 재원 손실, 서민증세로 채우겠다는 건가"
그러나 담뱃값 인상에 반대하는 여론 역시 만만찮다.

사단법인 한국담배소비자협회는 문형표 보건복지부 장관이 2일 담뱃값을 현재보다 2,000원 더 올리는 것을 추진하겠다고 밝힌데 대해, "국민건강이라는 그럴싸한 명분을 내세웠지만 전형적인 서민증세"라며 강력히 반발했다.

한국담배소비자협회는 "국민건강증진, 청소년흡연율 감소 등을 명분으로 내세운 담뱃값 인상의 실질적인 목적은 부자감세로 줄어든 세수 보전을 위해 서민증세라며 담뱃세 인상 추진을 즉각 중단하라"고 촉구하면서 "이같은 담뱃세 인상 밀어붙이기는 박근혜 정부의 '증세없는 복지'공약 파기로서 이에 대한 책임을 지고 문형표 장관은 즉각 물러나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미희 통합진보당 의원 역시 3일 담뱃값 인상에 반대하는 입장문을 발표하고 "담뱃값 인상 추진은 서민 호주머니 터는 일"이라고 주장했다.

김 의원은 "흡연율을 낮추는 것이 국민의 건강을 위해서 필수라는 것에는 동의하나 문형표 장관이 말한 정책들이 과연 진정한 해결방안인지는 살펴볼 필요가 있다"면서 "2011년 보건복지부 지역건강통계 자료에 따르면 상대적으로 소득이나 교육수준이 낮은 지역의 주민 흡연율이 고소득·고학력자가 많이 거주하는 지역보다 높게 나왔다"고 지적했다.

특히 "담배가격을 인상한다고 해서 실제 흡연율 감소에 얼마나 큰 영향을 끼칠지는 확실치 않으나 저소득, 저학력, 육체노동자들의 부담만 가중된다는 것만은 분명하다"며 "흡연율 감소는 흡연자 본인의 금연의지에 현실적인 정부정책이 뒷받침 돼야만 성과를 거둘 수 있을 것이다. 담배 가격을 인상해 흡연율을 감소하겠다는 정책의 실효성은 재고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흡연이 범법?...담뱃값 인상 앞서 KT&G부터 없애라"
몇몇 인터넷 포털사이트에서는 '담뱃값 인상 반대 청원 운동'이 진행되고 있다.

청원 동참자들은 "흡연자는 자기 돈으로 정당한 담배소비를 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마치 범법자 비슷한 취급을 받고 있다. 비흡연자의 간접흡연을 논하기 이전에 흡연자의 흡연공간부터 늘려주시길 바란다"면서 "물가인상률에 따른 담배 인상이 아닌 인위적인 담배인상에 대해서 단호히 반대한다"고 밝혔다.

아울러 "담배가 국민의 건강을 해친다고 생각한다면 담뱃값 인상을 논하기 전에 담배를 제조, 판매하는 KT&G부터 없애주길 바란다"고 촉구했다. 

의료계, 인상 논란 때마다 "적극 찬성"
이번에 재점화된 담뱃값 인상 논란 이후 의료계에서는 아직까지 공식적인 찬반입장을 피력하고 있지 않지만, 의료계는 전통적으로 담뱃값 인상에 대해 적극 찬성입장을 피력해왔다. 이유는 국민 건강권 확보와 흡연으로 발생하는 국민의료비 절감이다.

지난 2010년 8월 11일 대한의사협회·대한병원협회·대한치과의사협회·대한한의사협회·대한약사회·대한간호협회 등 보건의약단체 대표들은  공동기자회견을 열고 흡연의 위험성과 막대한 사회경제적 비용 낭비 문제를 지적했다.

당시 보건의약단체 대표들은 "흡연은 심혈관·폐·각종 암질환 등 심각한 질병의 중요한 원인"이라며 "흡연 관련 질환으로 인한 건강보험 급여비 지출액이 2조원을 뛰어넘고, 총 사회경제적 비용은 10조원 이상으로 추정된다"고 밝히고, 획기적인 금연정책을 위해 담뱃값을 두 배 인상할 것을 요구했다.

이들 대표들은 "담뱃값 대폭 인상으로 마련된 재원은 더욱 다양하고 효과적인 금연 사업을 추진, 장기적으로 국민의료비 절감을 꾀함과 동시에, 흡연 관련 질병으로 지출되는 건강보험 급여비를 지원할 수 있는 방법을 강구해야 한다"고 밝혔다.

한국보건교육건강증진학회는 2007년 8월 담뱃값과 흡연율은 반비례한다는 연구결과를 발표하기도 했다.

당시 김원년 고려대 교수(경제학과)는 "매년 9%씩 담뱃값을 인상하면 2010년 30.25%로 흡연율을 낮출 수 있을 것이며, 2007년에 담뱃값을 25%를 인상한 후 2010년까지 매년 3%를 인상할 경우에도 흡연율을 32.7%로 낮출 수 있다"는 연구결과를 제시했다.

가장 최근에는, 지난해 3월 대한가정의학회가 당시 정치권의 담뱃값 인상 추진 움직임에 찬성입장을 밝혔다.

당시 가정의학회는 "흡연은 건강에 매우 해롭지만 교정 가능한 건강위험인자라는 점은 이미 의학적으로 입증된 바"있다면서 "직접 흡연과 간접흡연은 폐암을 비롯해 각종 암과 심뇌혈관질환·호흡기질환·저체중아·태아사망률 증가를 유발해 매년 우리나라에서 약 5만 명의 흡연 관련 사망을 일으키는 매우 심각한 보건 문제"라고 지적했다.

특히 "국회가 하루빨리 이번 담뱃값 인상 개정법률안을 통과시켜서 미래 우리나라의 기둥이 될 청소년들의 건강을 지켜야 한다"면서 "국회가 흡연자들의 금연을 비롯한 국민건강이 향상될 수 있는 획기적인 전기를 만들어야 한다"고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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