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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점 변동없는 상대가치 "사실상 총액계약제"

총점 변동없는 상대가치 "사실상 총액계약제"

  • 송성철 기자 good@doctorsnews.co.kr
  • 승인 2014.08.26 05: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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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정호 충북의대 교수 "우리과 올리려 상대과 깍아야 하는 제로섬 게임"
"각개전투 하다간 공멸...학회·개원가 힘 모아 의료·보험 정책 연대해야"

▲ 한정호 충북의대 교수(충북대병원 내과)가 24일 일산 킨텍스 국제전시장에서 열린 제51회 소화기내시경학회 세미나에서 '현 보험급여의 문제점'을 주제로 강연하고 있다.
외과 수가를 올리기 위해 내과 수가를 깍아야 하는 총점 고정 방식의 상대가치제도를 바꾸지 않는한  이전투구식 제로섬 게임에서 결코 벗어날 수 없다는 지적이 나왔다.

한정호 충북의대 교수(충북대병원 내과)는 24일 일산 킨텍스 국제전시장에서 열린 제51회 소화기내시경학회 세미나에서 '현 보험급여의 문제점'을 주제로 한 강연을 통해 "수가가 낮은 이유는 내 분야의 상대가치를 올리면 다른 분야의 상대가치가 줄어들 수밖에 없는 총점 고정방식의 상대가치 수가체계 때문"이라며 "새로운 시술이 보험급여체계로 들어오면 기존의 행위료를 깍아야 하는 불합리한 제로섬 방식의 상대가치체계는 실질적인 총액계약제"라고 비판했다.

한 교수는 수가를 정하는 과정에서 원가의 20∼30%만을 인정하고 있는 변환지수의 문제점도 비현실적인 수가를 조장하는 대표적인 제도로 손꼽았다.

현행 변환지수는 인건비 21%, 재료비 36%, 장비비 34% 등이다. 즉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이 조사한 원가가 100원인 경우 인건비는 21원, 재료비는 36원, 장비비는 34원만 인정한다는 계산법이 변환지수인 것.

한 교수는 "심평원은 서울에 있는 대형병원의 내시경 소독비용을 직접 시뮬레이션해서 6039원의 비용을 산출했지만 변환지수 20%를 적용해 실제 소독비는 1200원만 인정했다"며 "더욱이 수백 건씩 내시경을 하는 대형병원의 원가와 하루에 몇 건 밖에 못하는 동네의원의 원가가 다를 수밖에 없음에도 심평원이나 건강보험공단은 대형병원의 예만 들어 비용을 산출했다"고 언급했다.

한 교수는 하루 2건 내시경을 하는 동네의원의 경우 인건비·땅값·시설 관리비·소모품 등을 감안하면 위내시경 1건의 원가가 8만 745원(기술료 제외)이지만 실제 상부위장관 수가는 4만 3074원, 하부위장관 수가는 6만 3716원에 불과하다며 규모의 경제를 이루지 못하고 있는 동네의원이 아닌 대학병원을 기준으로 내시경 수가를 정하는 것은 불합리하다고 지적했다.

이와 함께 의료분쟁 해결비용의 경우 병원별 소송비용 자료를 구하지 못해 올해 상대가치점수 개정작업에 반영하지 못했다며 원가조차 인정받지 못하고 있는 내시경 수가가 더 낮아질 것으로 전망했다.

▲ 위내시경 수가 대학병원과 동네의원
한 교수는 건강보험 행위 급여·비급여·상대가치점수는 물론 치료재료·약제 등 모든 의료행위와 재료비를 결정하고 있는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의 위원 구성에 대해서도 문제를 제기했다.

한 교수는 "표면적으로 건정심은 노·사·정 위원회처럼 돈 내는 사람(가입자)·돈 받는 사람(의약계)·중립적 입장(공익대표)의 3개 축으로 구성돼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 안을 들여다보면 건보공단·심평원·보건복지부·기획재정부 등이 공익대표란 이름으로 버젓이 중립인 척 들어가 있다"며 불공정한 건정심 위원 구성 문제를 들춰냈다.

이와 함께 "전문적인 지식이 필요한 신의료기술이나 신약이 건강보험에 진입하는 것 또한 비전문가가 상당수를 차지하는 건정심에서 모든 결정권을 행사하고 있다"며 전문적인 결정을 해야 하는 건정심이 비전문가 위주로 구성된데 대해서도 이견을 보였다.

한 교수는 "요양급여 급여비 점유율의 64%를 차지하는 의과가 4∼5%에 불과한 치과나 한방과 동일한 권리를 행사하는가 하면 의학회는 전혀 구성원에 포함돼 있지 않다"며 "이해관계가 다른 전문 진료과와 병원 종별의 의견을 반영하지 못하고 있는 것도 문제"라고 꼬집었다.

대정부 카운터 파트 역할을 맡고 있는 대한의사협회의 중요성에 대해서도 무게를 실었다.

한 교수는 "현재 의협이 외부적으로 비치는 모습은 개원의 이익단체라는 이미지"라며 "하지만 보건의료정책의 대정부 카운터 파트라는 의협 본연의 역할과 중요성은 변함이 없는만큼 어떻게 하면 최악의 보험환경과 진료환경에서 벗어날 수 있을지 고민하고, 정치적·조직적 역량을 끌어내야 한다"고 강조했다.

대한의학회와 각 학회가 건강보험과 의료정책에 대한 역할을 강화해야 한다는 조언도 했다.

"대부분의 학회가 학술행사와 학회지 출간에 상당한 역량을 집중하는 반면에 건강보험과 의료정책에 관여하는 기능은 현저히 낮다"고 언급한 한 교수는 "산부인과와 흉부외과의 몰락을 바라보면서 많은 학회 회원들과 교수들이 건강보험수가가 학회의 유지와 발전에 얼마나 중요한지 알게 됐을 것"이라며 "의료정책 수립자인 정부에 대해 전문지식과 자료를 제공해 바른 제도 수립을 도울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날 소화기내시경학회 세미나에서는 ▲내시경 및 대장폴립 절제술 보험청구의 실제(남준식·연세미소내과의원) ▲내시경 수가의 결정구조 이해와 다가오는 포괄수가제(김석일 가톨릭의대 교수·예방의학교실) 등 내시경 보험급여 정책과 관련한 강연이 이어져 눈길을 끌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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