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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성B형간염 환자, 테노포비르 하나면 충분"

"만성B형간염 환자, 테노포비르 하나면 충분"

  • 이정환 기자 leejh91@doctorsnews.co.kr
  • 승인 2014.06.17 05: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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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영석 교수, 국내 5개병원 다제 내성 환자 대상 임상연구결과 발표

지난 6월 12~14일까지 제주도에서 대한간학회를 비롯해 한국간담췌외과학회·대한간암학회·대한간이식연구회 등 간질환 관련 모든 학회들이 참여한 다학제 통합 형태의 국제학술대회(The Liver Week 2014)에서는 국내 5개 병원이 공동으로 참여한 '국내 다제 내성 환자에 대한 비리어드 치료' 연구결과가 발표됐다.

이 연구는 아데포비어 내성환자 및 엔테카비르 내성 환자에 대한 테노포비르 단독요법의 치료 효과를 검증하기 위해 기획된 연구자 주도의 임상시험으로 임영석 울산의대 교수(서울아산병원 소화기내과)가 책임연구를 맡았다.

임 교수는 연구결과를 통해 만성B형간염 환자에게는 두 가지 약을 복용하는 것보다 '테노포비르'(상품명:비리어드) 한 가지 약만 복용해도 동등한 치료효과를 볼 수 있다고 밝혔다. 또 내성적인 측면에서 이번 연구가 종결판에 해당한다며, 앞으로 만성B형간염 환자를 치료하는데 있어서 가이드라인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국제학술대회가 열리고 있는 제주도에서 임 교수를 직접 만나 이번 연구결과의 의미에 대해 들어봤다.<편집자주>

임영석 울산의대 교수(서울아산병원 소화기내과)
Q. 이번에 발표한 임상연구에 대한 간략한 설명을 부탁한다.
라미부딘 내성 환자를 대상으로 한 테노포비르 단독치료 효과는 이미 충분히 입증됐다. 그러나 엔테카비르에 내성이 있거나 아데포비어에 내성이 있는 환자에 대해서도 테노포비르 단독치료가 가능하냐는 문제에 대해서는 전문의들 사이에 이견이 있어왔다.

이번 연구는 아데포비어 내성환자 및 엔테카비르 내성 환자에 대한 테노포비르 단독요법의 치료 효과를 검증하기 위해 기획된 연구자 주도의 임상시험이다. 2012년 초에 연구 계획서를 완성했고 2012년 9월 제반준비를 마치고 첫번째 환자가 등록됐다. 현재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의 다제내성 환자 대상 테노포비르 단독요법 삭감 이슈가 발생하기 이전에 이미 순수한 학술연구로써 진행이 됐다.

엔테카비르(상품명:바라크루드)를 병용치료제로 선택한 이유는, 테노포비르와 교차 내성이 없는 것으로 알려져 있으면서 현존하는 가장 강력한 치료 옵션이기 때문이다.

연구 설계 당시에는 '테노포비르+엔테카비르' 병용요법이 '테노포비르' 단독요법 보다 우월할 것이라는 가설을 세웠었다. 결과는 놀랍게도 두 치료가 거의 완벽히 동일한 효능을 나타내는 걸로 나왔다. 이는 연구자들에게도 놀라운 결과였다.

Q. 국제적으로 통용되는 기준 보다 더 까다로운 기준을 선정한 이유가 있는가?
먼저 B형 간염 바이러스를 검출하는 진단 검사 방법에 대한 시대적인 발달 상황을 반영한 것이다. 최근의 가장 예민한 검사 기법에 의하면, 바이러스 검출 최하 한도가 15IU/mL이다.

바이러스 내성은 바이러스가 적으면 적을수록 적게 생긴다. 따라서 바이러스가 조금씩이라도 계속해서 검출되는 상태에서는 추가적인 내성이 발생할 위험이 있다. 내성 문제를 다루는 연구였으므로 가능하면 내성가능성이 가장 낮은 레벨의 바이러스 혈청을 바이러스 반응 기준으로 정하자고 합의했다.

Q. 48주 간의 치료 결과가 발표 됐다. 단독요법을 지속해도 병용요법 보다 치료 효과가 더 좋을 것이라고 예측할 수 있는가?
기존의 연구 결과를 보면, 48주 내에 완전 바이러스 반응을 보였다면 그 이후에 추가적인 내성이 발생할 위험이 거의 없다. 현재 임상연구 참가자들을 보면 65~75% 환자들이 완전 바이러스 반응률을 달성했다. 또 추가적인 내성이 전혀 생기지 않았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내성 연구에 관한 부문은 48주 연구로도 충분히 결론이 나왔다고 생각한다.

현재 연구를 연장해서 진행하고 있다. 연구 기간 연장 이유는 첫째, 참가자 100%에서 완전 바이러스 반응을 확인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적어도 2년 정도는 연구를 지속해야, 최소한 95%이상의 환자들이 바이러스 반응을 달성할 것이다. 그 사이에 내성이 생기지 않는 지 관찰할 목적도 있으나 실제 발생할 가능성은 낮다고 본다.

두번째, 단기간에 만성B형 간염이 완치되지 않기 때문이다. 어차피 모든 환자들이 장기간 치료를 받아야 하는데 긴 치료 기간동안 부작용이 나타나지는 않는지 확인하고자 한다.

Q. 임상연구에 참가자 수가 적은 것 같다.
모든 임상시험은 적정한 규모의 샘플 사이즈를 대상으로 하도록 돼 있다. 참가자 규모는 연구 설계 당시에 기존에 나온 치료 반응률을 기준으로 과학적인 방법에 의해 산출한다. 연구에 따라 필요한 샘플의 규모는 1000명일 수도 있고 20명으로도 충분할 수 있다.

이번 연구는 국내 통계학 전문가등의 의견을 취합해 결정됐다. 임상연구는 아직 효능이 입증되지 않은 두 치료법을 비교하는 것이다. 필요 이상으로 많은 환자가 등록 되면 윤리적인 문제가 생긴다. 너무 많은 환자들이 검증되지 않은 열등한 치료를 받게 되기 때문이다. 따라서 연구 참가자 수는 '적정'해야 한다. 이는 모든 임상시험의 기본 원칙이다.

Q. 내성환자에서 병용요법 보다 단독요법이 동등한 효과가 입증됐다면 처음부터 테노포비르 단독요법을 처방하는 것이 정설이 될 수도 있는 것 아닌가.
두 치료군의 우열을 판단하는 기준은 바이러스 수치를 떨어뜨리는 측면과 추가 내성의 발현, 이 두 가지 포인트로 판단할 수 있다. 단독요법이 병용요법에 비해 열등하지 않다면, 병용요법의 이득은 없다는 결론을 얻을 수 있다.

첫째, 비용이 두 배로 들고, 두번째, 약은 많이 쓸수록 부작용 위험이 증가하기 때문이다. 약은 많이 쓸수록 상호작용에 의한 위험이 더욱 증가한다. 그리고 셋째, 환자들의 복약순응도도 더 낮아진다. 병용요법을 써야 할 분명한 이유가 없다면 과(過)치료를 해서는 안 된다.

Q. 이번 연구를 통해 초치료 환자 및 약제 내성 환자에게 테노포비르를 우선적으로 처방해야 한다는 것이 진료가이드라인에 포함될 가능성은?
현재 대한간학회에서 만성B형 간염 진료가이드라인의 부분 개정을 추진중이다. 국제적으로는 유럽간학회 전문가들이 이 연구 관련해 유럽간학회 가이드라인의 추천사항을 바꾸어야겠다고 의견을 줬다.

미국간학회 가이드라인은 2009년 이후로 아직까지 한 번도 개정이 안됐으나, 미국간학회 관계자가 이번 학술대회에 참석해 데이터를 확인했다. 이번 연구 결과는 논문으로도 출판될 예정인데, 가이드라인 개정에 어느 정도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러한 다양한 약제 내성, 다약제 내성 환자 대상 연구는 한국 이외에는 수행이 어려워서 유럽·미국에서도 큰 관심을 가질 수 밖에 없는 데이터이며, 거의 최초의 연구인 셈이다.

연구에 참여한 5개 병원의 적극적인 지원이 있었고, 연구 기획 당시 서울아산병원에 있는 임상연구를 감독하는 ARO(Asan Research Office)의 역할로 연구수행 과정에서 데이터이 신뢰도를 확보할 수 있었다.

Q. 심평원의 급여기준도 이번 가을에 개정될 가능성이 높은가?
심평원에 바라는 것은 전문가들의 의견을 경청해 줬으면 하는 것이다. 또 근거가 없을 때에는 근거가 창출될 수 있도록 분위기를 조성해 줄 필요가 있다. 근거가 없어서 삭감을 한다고 하는 것은 논리가 맞지 않다. 이번 연구에 대해 심평원이 열린 자세로 받아들인다면 급여기준 개정은 가능할 것이라고 본다.

Q. 첫 번째 연구는 엔테카비르 내성 환자를 대상으로, 두 번째 연구는 아데포비어 내성 환자를 대상으로 진행했다. 두 연구를 동시에 진행한 이유는?
첫번째 연구의 경우에는 엔테카비르 내성은 테노포비르에 교차 내성이 없는 것은 이미 확인 되었기 때문에, 테노포비르 단독요법 치료가 테노포비르+엔테카비르 병용치료 보다 열등하지 않을 것이라고 가설을 세웠다.

아데포비어 내성은 엔테카비르 내성과는 다르다. 아데포비어 내성은 테노포비르에 교차내성이 있다는 것이 알려져 있었기 때문에, 테노포비르+엔테카비르 병용요법이 테노포비르 단독요법보다 우월할 것이라는 가설을 세웠다. 그러나 연구 결과는 우리 가설을 뒤집은 것이었다.

Q. 그렇다면 아데포비어 내성 환자 대상으로 테노포비르 단독요법을 써도 무방하다고 볼 수 있는 것인가?
그렇다. 무방하다.

Q. 이에 대한 임상 현장의 반응은 어떻게 예상하는가?
한국에서는 유난히 만성B형 간염에 있어서 내성 문제가 심각했다. 현재 엔테카비르 내성환자 대상 임상연구 참여자들만 봐도, 기존 치료 기간이 평균 84개월, 아데포비어 내성 환자의 경우 약 102개월이다. 거의 10년이라는 오랜 시간동안 치료를 받았음에도 치료가 제대로 안 된 셈이다.

그 과정에서 환자들과 담당 전문의들도 내성문제에 매우 민감해졌다. 때문에 정말로 단독요법이 가능하겠느냐는 의심이 여전한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과학적으로 검증한 데이터라면 믿어도 될 것 같다는 생각이다.

이번 연구결과를 요약하면 '치료제 내성이 있는 만성B형 간염 환자의 치료에 있어서 테노포비르를 포함하지 않는 병용요법은 테노포비르의 단독요법보다 열등하다. 그리고, 테노포비르를 포함하는 병용요법은 테노포비르 단독요법과 동등하다'고 정리할 수 있다.

Q. 치료비가 덜 들고, 치료효과는 좋은 치료 옵션이 있음에도 심평원이 이를 삭감했다고 하는 것은 이해할 수 없다. 또 건강보험재정을 더 지출하는 결과를 초래한 것인데, 환자(국민들) 입장에서는 분개할만한 문제라고 본다.
학계의 일관된 주장은 전문가들의 판단을 신뢰해 달라는 것이다. 단독요법이든 병용요법이든 어느 쪽이 낫다는 근거가 없다면 자유로운 치료 행위가 이루어질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전문가들이 자율적인 판단을 할 수 있도록 해야 하는 데, 심평원의 삭감 조치는 예단해 처벌하고 이를 막아왔다는 생각이다.

Q. 대규모 삭감의 피해는 고스란히 환자의 몫이다. 단독요법으로 치료가 잘 이뤄진 환자도 다시 기존의 병용요법으로 되돌아가 치료를 받고 있나?
심평원이 기존의 병용요법으로 환원하라고 하는 것은 학술적 근거가 없다. 학계에서 더 이상 데이터를 만드는 것은 불필요하고 이유도 없는 일이다. 이제 정책적인 결정만 남았다고 봐야 한다. 심평원의 문제점에 대해서는 더 할 말이 없다. 학회나 병원이 심평원의 조치에 강경하게 대응하는 데는 위험부담이 크다.

Q. 간질환 환자를 진료하는 입장에서 단독요법의 비용에 대한 이점이 클 것 같은데.
만성B형 간염은 장기간 치료가 필요한 질환이다. 30~40년을 두고 보면 더 많은 재정을 절감할 수 있고, 이를 꼭 필요한 다른 부문에 사용할 수 있다. 전문가의 입장에서 현재 가장 절실한 2개의 부분이 있다.

간경화 환자에 대한 항바이러스제 사용 기준 완화와, 간암 환자들에게 예방적 조치로써 항바이러스제 치료를 받을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심평원의 현재 급여기준은, 대한간학회 진료가이드라인뿐만 아니라 전 세계 모든 가이드라인과도 일치하지 않고 있다.

불필요한 병용요법을 줄여 건강보험재정을 아껴 여기에서 절감된 비용은 큰 효능을 기대할 수 있는 다른 간질환 환자에게 쓰는 것이 효과적이라고 생각한다.

Q. 이후 연구 진행 방향 및 향후의 만성B형 간염 치료 임상연구에 대해 소개해 달라.
먼저 엔테카비르 내성 환자 대상 테노포비르 단독요법 임상 연구는 2년 더 연장해 진행한다. 매년 중간 결과를 발표할 예정이다. 이 연구는 전 세계적으로 내성 연구의 종결판인 셈이다. 추가적인 내성 연구는 필요하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새롭게 진행되는 만성B형 간염의 임상연구는 환자들에게 희망을 주는 차원에서 중요하다. 현재 만성B형 간염 완치를 목표로 한 치료제가 여럿 개발중에 있다. 현재 제1상 또는 2상 임상연구가 진행중에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완치를 할 수 있는 치료제가 개발 될 때 까지 환자들이 간경화나 간암 등 질환이 진행되는 것을 막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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