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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 이탈주민이 말하는 "북한의 의학교육은..."

북 이탈주민이 말하는 "북한의 의학교육은..."

  • 고신정 기자 ksj8855@doctorsnews.co.kr
  • 승인 2014.04.22 17: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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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개 대학서 엘리트로 육성...졸업 후 생활은 '참담'
"교육체계 미비·시설 노후화...통일시 재교육 필수"

북한의 의학교육 실태를 엿볼 수 생생한 증언이 나왔다.

교육학제 등에 대해서는 일부 유사점이 보였는데, 별도의 면허시험 없이 의과대학 졸업 시 의사자격이 부여된다는 점, 교육과정 중에 정치사상 과목이 상당부분 포함된다는 점, 졸업 후 본인의 의사와 상관없이 국가에서 근무지를 강제 지정·배치한다는 점 등은 우리의 상황과 크게 달랐다.

정은찬 통일부 통일교육원 교수는 22일 통일의학포럼(국회의원 안홍준·김춘진·문정림/ 서울의대 통일의학센터) 주최로 국회에서 열린 '통일의학포럼 심포지엄'에서 북한의 의학교육 현황을 설명했다. 정 교수는 북한 이탈주민으로, 경제학을 전공했다.

정 교수에 따르면 북한에서는 평양의학대학 둥 중앙대학 1곳, 함흥·청진·평성·개성·원산·해주·신의주의대 등 지역대학 11곳 등지에서 의사와 고려의사, 위생의사, 구강의사 등을 양성하고 있다.

북한에서도 의과대학에 진학하는 학생들은 이른바 엘리트에 속한다. 북한의 경우 대학입학비율이 11년제 의무교육기간을 거친 중학교 졸업생 가운데 10~15% 수준인데, 입학시 출신성분과 입시 전 시험성적·정치조직생활과 도덕생활 평정 결과·체력조건 등을 꼼꼼히 따진다.

특히 중앙대학인 평양의학대학의 경우, 출신성분이 핵심계층이거나 노동자·농민·근로인텔리로 구성되는 기본계층에서도 상위권에 속한 경우에만 입학이 가능하다.

교육학제는 임상의사 6년을 비롯해 직군별로 5~6년으로 구성되며, 교과목은 대략 56가지 정도로 추정되고 있다.

저학년 때에는 조직학·미생물학·생리학·약리학 등 기초의학과목과 더불어 김일성/김정일 혁명역사·당정책·주체철학 등 정치사상교육, 군사이론 및 실전 교육을 이수하며 3~5학년에는 내과와 외과 등 임상의학 교과과정을 중점적으로 받는다.

졸업년도인 6학년 시기에는 실습의 비중이 60% 정도로 높아지며, 1학기 6개월 동안 대학이 위치한 지역 종합병원에서 임상실습을 받게 된다.

▲통일의학포럼은 22일 국회에서 '남과 북의 의료가 하나되는 첫걸음-언어와 의학용어, 의학교육의 통합'이라는 주제로 심포지엄을 열었다. ⓒ의협신문 고신정

북한의 의대생들은 6년제 의대 졸업과 동시에 의사자격을 부여받는다. 우리와 같은 별도의 의사국시 제도를 두고 있지는 않으나, 재학 중에 의사자격에 필요한 과목별 시험에는 반드시 합격해야 한다.

전문의제도가 없다는 점도 특징이다.

북한의 경우 전문의 대신 의사급수제도를 두고 있다. 의과대학 졸업시 부여되는 6급 의사로 시작해 조교원, 교원, 상급 교원, 2급 교원을 거쳐 최상급 단계인 1급 교원으로 승진하는 식.

급수 승진시마다 '의사급수시험'에 합격해야 하며, 매급수별 3년 동안 보건의료분야 종사경력이 있어야만 응시자격이 주어지므로 6급에서 1급으로 승진하려면 최소 15년 가량이 소요되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졸업생들은 졸업과 동시에, 국가가 지정한 병원으로 분할·배치된다. 병원 배치는 졸업생 본인의 의사가 반영되지 못하는 것이 보편적이나, 재학 중 특출한 실력을 인정받았거나 부모가 간부인 경우에는 선호하는 병원에 배치될 수 있다.

북한의 총 의사 수는 2003년 기준 인구 10만명 당 297명으로, 우리나라(2010년 기준 183명)에 비해 많으나 의료의 질적 수준은 낮은 것으로 전해진다. 교육의 체계가 미비한데다, 교육시설도 열악한 탓이다.

의사의 보수가 워낙 낮아 의사가 우리나라의 진료의뢰서와 유사한 '교환병력서' 발급을 빌미로 뇌물을 수수하거나, 시장에서 약을 판매하는 상인과 결탁해 소개비를 취득하는 등의 비리행위도 만연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1990년대 경제난 이후, 의사도 예외없이 생활고를 겪고 있는 상황이다.

정은찬 교수는 "이번 발표자료는 탈북의사들의 인터뷰 내용을 근거로 재구성한 것으로, 북한 의학교육의 실태를 명확히 파악하기에는 어려움이 있는 것이 현실"이라면서 "통일을 대비하기 위해서는 북한 의학교육 실태 파악과 연구가 본격적으로 이뤄져야 한다"고 지적했다.

정 교수는 덧붙여 "탈북의사 스스로 통일 이후 재교육을 받아야만 남한 의료를 따라갈 수 있다는 이야기를 할 정도로 북한 의사의 질적 수준은 떨어지는 상황"이라면서 "남북한 의학용어 차이 극복, 교육학제 및 교과목 통합 구상과 더불어 북한의 의료시설을 현대화하고 의학기술 전수를 정례화하는 노력도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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