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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고 보자 서울시장 선거" 악에 받친 의사들

"두고 보자 서울시장 선거" 악에 받친 의사들

  • 이석영 기자 lsy@doctorsnews.co.kr
  • 승인 2014.03.27 12: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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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누리당 후보 정몽준·이혜훈 의원, 의료계 '싸늘'
"의사 무시...시장 자격 없다" 낙선 운동 조짐까지

6.4 지방선거 새누리당 서울시장 후보가 3자 구도로 압축됐다. 새누리당 공천관리위원회는 지난 25일 서울시장 경선 후보로 김황식 전 총리와 정몽준 의원, 이혜훈 최고위원 등 세 명을 발표했다.

이들 후보 가운데 의료계의 관심이 집중되는 인물은 단연 정몽준·이혜훈 의원이다. 두 후보의 공통점은 의사들의 곱지 않은 시선을 한 몸에 받고 있다는 점이다.

정 의원과 의사들의 악연은 2012년 여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대한의사협회는 정부의 포괄수가제 강제·확대시행에 반발해 백내장수술, 편도선수술, 탈장수술, 자궁 및 부속기 절제술, 치질 수술 등 5개 수술에 대해 7월 1일부터 일주일간 수술을 연기하기로 결정했다.

포괄수가제가 의료의 질을 떨어뜨려 결과적으로 국민의 건강과 생명에 악영향을 미친다는 사실을 알리고, 정부의 일방적인 제도 강행을 막기 위한 불가피한 선택이었다.

그런데 수술 연기 돌입을 불과 이틀 앞두고 의협은 방침을 전격 철회했다. 결정의 중심에 정몽준 의원이 있었다. 정 의원은 6월 29일 서울 동부이촌동 의협회관을 방문해 노환규 의협회장을 만나 수술 연기라는 극단적 선택을 철회해 줄것을 간곡히 부탁했다. 그 대신 포괄수가제 강제 시행의 원흉이자 잘못된 건보제도의 근원지인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건정심) 구조를 개선하겠다고 약속했다.

당시 정 의원은 의협을 방문한 자리에서 "정부는 8년 전에 이미 감사원으로부터 건정심의 구조가 중립적·객관적인 결정을 내릴 수 있도록 구조를 개선하라는 권고를 받았음에도 불구하고 아직 시정하지 않았다"면서 "정부에 건정심 구조 개선을 요구할 것"이라고 말했다.

▲정몽준 의원은 2012년 6월 29일 의협을 방문, 수술연기 방침을 철회하는 대신 건정심 구조개선을 위한 입법을 약속했다. 그 약속은 2년이 다 돼가도록 지켜지지 않고 있다. 

약속 지키지 않은 건정심 구조 개선

이와 함께 "의협이 보건복지부 산하단체라는 표현은 대단히 잘못된 것이다. 의협과 보건복지부는 대등한 관계로서 대화해야 한다"고 밝혔다. 또 "우리나라가 세계 최고 수준의 건강보험제도를 갖게 된 것은 의사들의 희생과 헌신이 있었기 때문이다. 정부는 의료의 최고 전문가인 의사들의 의견에 귀 기울여야 할 것"이라고 강조하기도 했다.

이에 대해 노환규 의협회장은 "정 의원의 건정심 개혁에 대한 강력한 의지를 믿으며 수술 연기 계획을 일단 철회한다"고 답했다.

당시 정 의원은 7선 의원이자 무시 못할 대선 후보였다. 게다가 19대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배정이 유력한 상황이었다. 의협은 그의 정치적 영향력을 믿었고 의료계를 바라보는 시각의 진정성을 신뢰했다.

그러나 정 의원은 의협과의 약속을 지키지 않았다. 정 의원은 건정심 구조 개선을 위한 국민건강보험법 개정안을 발의하지 않았다. 발의는 커녕 입법 공청회 조차 열지 않았다. 의협을 방문한지 열흘 만에 기획재정위로 배정돼 보건의료 분야에서 손을 뗐다. 나중에 다시 복지위로 복귀했으나 건정심 구조 개선 약속은 완전히 잊어버렸다.

의사들은 아직도 당시를 생생한 악몽처럼 기억한다. 정부의 강압적인 의료정책에 항거할 절호의 기회를 허무하게 날려버린데 대한 자괴감이 팽배했다. 의협의 결단을 둘러싼 내부 갈등도 불거졌다. 정 의원과의 '빅딜'이 남긴 상처는 두고두고 의사 사회 내부의 반목·갈등을 일으키는 단초로 작용했다.

최초의 여성 서울시장을 꿈구는 이혜훈 의원도 의사들의 뭇매를 맞고 있다. 이 의원은 3월 24일 한의사협회 총회에 내빈으로 참석해 "한의학은 우리나라의 전통의료다. 전통의료인 한의학이 주인노릇을 해야 함에도 주객이 전도됐다"고 밝혔다. "건강보험 총 진료비 중 한방 관련 진료비가 극히 일부분 밖에 안된다"며 한방 급여를 확대해야 한다는 주장도 했다. 특히 한의사의 현대 의료기기 사용을 가로막는 장벽이 없어질 때까지 노력하겠다고 한의사들 앞에서 강조했다.

▲2013년 12월 9~19일까지 대한의사협회 회원 1085명을 대상으로 박근혜정부에 대한 지지율을 조사한 결과, 응답자의 42.5%가 '지지에서 반대로 돌아섰다'고 답했다. 26.6%는 '반대한다'고 답해 69.1%에 달하는 의사들이 박근혜정부를 지지하지 않는 것으로 조사됐다.'지지한다'는 응답은 16.1%에 불과했다.

우리나라 의료의 주인은 한의사 ? 

이 같은 발언 소식이 전해지자 대한의사협회 한방대책특별위위원회, 서울시의사회와 서울시내과의사회, 전국의사총연합 등은 일체히 이 의원의 발언을 규탄하고 서울시장 후보에서 물러날 것을 촉구했다.

서울시의사회는 24일 "완전히 다른 학문 체계를 가진 한의학을 배운 한의사들이 현대 의료기기를 사용한다는 것은 어불성설"이라고 비판하고 "표심에 눈이 어두워 실현 가능성이 불분명한 정치적 수사를 남발하는 것은 민심의 역풍을 불러올 수 있다"고 경고했다.

서울시내과개원의사회도 이튿날 성명을 내어 "졸지에 10만 의사를 '객(客)'으로 만든 서울 시장 선거 새누리당 이혜훈 예비 후보에게 진심을 담은 해명과 사과를 촉구한다"며 강하게 반발했다.

인터넷 의사 커뮤니티에는 이들 후보를 성토하는 글들이 이어지고 있다. 한 의사 누리꾼은 "의사들의 뒷통수를 치고 의학을 폄훼하는 인물이 우리나라 수도의 수장이 되게 해선 안된다"고 주장했다.

본격적인 선거철에 들어서면 조직적인 낙선운동까지 벌어질 기세다. 다른 누리꾼은 "두 후보를 반대한다는 입장을 공개적으로 표명하고 합법적인 범주 내에서 낙선 운동을 벌여야 한다"고 목소릴 높였다.

새누리당 공천관리위원회는 오늘(27일) 중 서울시장 후보 경선의 컷오프(후보자 압축) 작업을 완료키로 했다. 정밀 여론조사 결과를 본 후 2파전으로 압축 여부를 결정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의료계는 정 의원과 이 의원, 둘 중 누가 서울시장 후보로 낙점되든지 관심이 없어 보인다. 인물을 떠나 여당에 대한 정서가 좋지 않다. 2013년 12월 9~19일까지 본지가 대한의사협회 의사 회원 1085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응답자의 42.5%가 '현 정부 지지에서 반대로 돌아섰다'고 답했다. 원래부터 반대한 26.6%까지 합치면 무려 69.1%에 달하는 의사들이 현 정권에 거부감을 품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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