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동윤 외과의사회장, 정부의 '따라오라' 태도 비난
"수익이 나야 재투자 가능...수술 할 수록 손해 구조"
"외과의사들은 자존심이 매우 강합니다. 레지던트때 빛나던 그 자존심, 자신감을 이제는 잃어버리고 삽니다."
이동윤 대한외과의사회 회장은 현재 우리나라 외과 의사 개원의사들이 처한 어려운 상황을 토로하고 정부의 일방통행식 의료정책을 비판했다.
이 회장은 23일 열린 춘계학술세미나에서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한반도에서 전쟁이 일어나면 야전에서 부상 당한 병사를 살릴 수 있는건 외과의사들 뿐이다. 그런데 정부는 외과계를 몰살시키는 정책만 만들어 낸다. 정부가 과연 외과의사의 중요성을 알고 있는지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의학적 판단을 무시하는 제도를 비난했다. 이 회장은 "갑상선 수술의 경우 양쪽 동시에 수술해도 한 쪽만 수술한 것으로 간주된다. 신장초음파도 양쪽 모두 실시하는 경우 수가를 200%가 아니라 150%만 인정해준다"며 "왜 200%가 아니냐고 (정부에) 물어보면, '신장 두 개가 서로 가까이 있어서'라고 한다. 의료적 논리가 아니라 공직자들의 논리로 보는 것"이라고 비난했다.
그는 특히 "의사들이 문제를 제기하면 정부는 늘 '시행 후 보완'이라고 한다. '선시행 후보완'이란 말은 공무원들이 빠져나갈 궁리일 뿐이다"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 회장은 "수익이 생겨야 재투자도 하는 것 아닌가. 맹장 수술을 하면 할수록 손해를 보는데 재투자는 언감생심"이라며 "외과의사들은 자신감을 다 잃었다. 레지던트 때 빛나던 자신감으로 어떻게 돌아가야 할지 모르겠다"고 한숨을 쉬었다.
최근 의협의 총파업 투쟁이 일선 의사들에게 준 의미에 대해 언급했다. 이 회장은 "파업투쟁은 제도개선도 중요하지만 의사들의 자존감을 키워달라는 바람으로 이뤄진 것"이라며 "정부의 '닥치고 따라와라'하는, 의사 무시하는 정책에 의사들은 많은 상처를 받았다. 회복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한편 이날 외과의사회 춘계학술세미나에는 약 500여명의 외과 개원의사들이 모인 가운데 모발·미용·레이저·성형분야와 필러·리프팅 등의 라이브 시술 등이 진행됐다. 미용분야에 집중된 이날 세미나 프로그램은 우리나라 외과 개원의들이 처한 현실을 반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