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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사선 피폭량 고지 의무? '의료피폭' 몰라도 너무 몰라

방사선 피폭량 고지 의무? '의료피폭' 몰라도 너무 몰라

  • 이정환 기자 leejh91@doctorsnews.co.kr
  • 승인 2014.02.20 05: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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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경현 대한영상의학회 홍보이사, 최근 잇달아 발의된 법안에 쓴소리
방사선 촬영 질병 진단에 필수…환자별 의학적 상황 달라 일률적용 'NO'

컴퓨터단층촬영(CT) 등 진단용 방사선 발생장치에서 발생하는 방사선 피폭량을 환자에게 고지토록 하는 방안이 추진되고 있는 것과 관련 의료계는 환자에게 오히려 공포심만 조성할 수 있다고 경고하고 나섰다.

또 매번 환자에게 방사선 피폭량을 고지할 경우 환자들이 질병 진단을 위해 필요한 방사선 검사를 받지 않을 수도 있어 결국에는 환자들이 피해를 볼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높다.

대한영상의학회는 최근 이상민 의원이 대표발의한 의료법 일부개정법률안(방사선 피폭량을 환자에게 고지토록 의무화한 법안)을 비롯한 법안들이 기본적으로 '의료피폭'을 이해하지 못한 상황에서 만들어진 것이라며 쓴소리를 냈다.

도경현 대한영상의학회 홍보이사(서울아산병원 영상의학과)를 만나 최근 잇달아 발의된 법안들이 왜 문제가 되는지를 들어봤다.<편집자주>

 
Q. 최근 CT, X-ray 등에서 발생하는 방사선 피폭량을 환자에게 의무적으로 고지토록 하는 방안이 추진되고 있습니다. 이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높은데, 대한영상의학회의 기본적인 입장은 무엇입니까?
단편적인 방사선 피폭선량 정보 공유, 실행 불가능한 기준 설정등으로는 환자선량 저감화에 한계점이 있고, 오히려 불필요한 부작용만 양산할 수 있으므로 이 보다는 국가의 지원 하에 지속적이고 체계적인 관리 체계의 인프라 구축이 우선적으로 필요합니다.

또 의료계 내부에서는 진료지침을 통해 방사선검사의 정당화를 확보하고 표준촬영 프로토콜, 각종 검사에 대한 가이드라인들을 만들어 확산시킴으로서 환자가 안전하고 질 높은 검사를 받을 수 있도록 더욱 노력해야 합니다.

선량관리는 선량을 낮추기 위한 목적으로 사용되어야지 위험성을 평가하는데 사용해서는 안됩니다. 방사선 노출 선량 자료가 집단에서는 유용하지만 개인적으로는 그 유용성이 확실하지 않아 그 위해성을 개인적으로 해석하기 어렵고 국제방사선방어위원회(ICRP)에서도 환자선량에서 오는 위험성을 개인적인 위험성으로 계산하지 않아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습니다.

이런 점을 간과하고 개인별 선량관리를 내세워 관리를 하려고 한다면, 방사선 검사를 거부할 수 있고, 무조건 방사선량을 낮추려는 경쟁이 일어날 수도 있습니다.

이로 인해 병변을 발견하지 못하는 불량검사를 유도하는 결과가 초래될 수 있고, 결국 환자가 적절하게 진단을 받지 못하게 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개별 환자의 진료방침은 의사의 판단에 의해서 결정돼야 하고, 검사는 이 검사가 환자의 진단과 치료 등에 도움이 되는지를 의학적으로 검토하고 시행돼야 하므로 의사들은 검사에 대한 이득과 손해를 모두 잘 알고 있어야 합니다.

Q. 민주당 이상민 의원은 최근 △진단용 방사선 발생장치에 대한 촬영부위별 환자의 피폭관리기준 마련 △환자피폭관리기준을 넘을 경우 환자에게 고지 의무화 △진단용 방사선 발생장치에 따른 피폭량, 검사기간 및 검사횟수 등 진료기록부 보존 의무화 등의 내용이 담긴 의료법 개정안을 국회에 대표발의 했습니다. 이 법안은 오히려 환자들에게 공포심만 조장하고, 환자의 진료권을 침해할 소지가 있다는 지적인데요.
최근 잇달아 발의되고 있는 환자선량 피폭관리 기준 등의 개정안들은 기본적으로 의료피폭에 대한 이해 부족의 결과로 생각됩니다.

의료피폭에 대한 기본적인 이해가 없이 의료피폭을 산업등에서 사용하는 방사선피폭 제한이나 종사자 피폭관리와 같은 수준으로 생각하고 규제를 하려고 하는 법안을 계속 발의하는 것은 국가적으로 불필요한 에너지 낭비이며 손실이라고 생각합니다.

방사선 촬영은 현대의학에서 질병의 진단에 필수적이며 이를 통해 환자를 치료할 수 있어서 질병의 발견과 치료과정 추적에 필수 불가결합니다.

골절이 있는 환자에서 정확한 부위를 진단하거나 암 발생을 찾아내고 치료방침을 결정하는데 방사선 촬영이 없으면 진단 자체가 불가능해 환자가 치료를 받지 못하는 결과가 생길 것입니다.

따라서 현대 의료에서 방사선 촬영은 환자의 생명을 살리고 질병을 낫게 하는 중추적인 역할을 하며, 실제 수술을 하지 않고는 볼 수 없는 몸 내부를 볼 수 있는 방법은 영상진단밖에 없습니다. 또 환자 개개별로 의학적인 상황이 매우 다르므로 일률적인 기준을 제시할 수 없습니다.

물론 환자피폭을 낮추려는 노력은 반드시 필요하지만 질병 진단을 위해 시행하는 의료방사선피폭은 반드시 필요해서 받는 피폭으로, 일반인이 원자력 발전소 사고등에서 원치 않는 피폭을 받는 것과는 분명히 다른 적극적 피폭임을 이해해야 합니다.

Q. 방사선 피폭량 사전고지가 의무화되면 매번 환자에게 고지해야 합니다. 그렇게 되면 신속한 검사가 오히려 지연될 가능성이 높아보입니다.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예를 들어, 만약 어떤 교통사고 환자가 그 전날 CT를 찍었다고 해서 뇌출혈이 의심되는데 CT를 찍지 못하고 사전고지를 하고 동의를 받는다는 것은 환자의 진단과정에서 불필요한 지연이 생기고 환자가 피해를 받게 됩니다.

검사의 결정은 이 검사가 환자의 진단과 치료 등에 도움이 되는지를 의학적으로 검토하고 결정해야 하며 환자는 개개인별로 상황이 모두 다르므로 일률적으로 적용하면 안될 것으로 생각합니다.

Q. 의학적 목적으로 방사선을 사용하는 경우 선량한도가 없다는 것이 전 세계적인 합의라고 알고 있습니다. 외국의 사례를 좀 더 구체적으로 설명해주시면 고맙겠습니다.
진단영역의 저선량 검사인 방사선촬영은 그 위험성이 직접적으로 증명된 것이 없으며, 실제 국제방사선방어위원회보고(ICRP 보고 93, 103)에서도 '의료피폭에서 환자의 선량한도는 없다'고 명시돼 있습니다.

이와 함께 전 세계에 선량관련 기준을 만들어서 규제를 하는 나라도 없습니다. 식품의약품안전처에서 예로 든 '미국 캘리포니아주에서 시행하고 있는 CT 촬영 시 환자방사선량을 기록하는 법'은 개별검사의 방사선량을 판독지나 의무기록(PACS 포함)에 기록해야 한다는 일반적인 사항에 대한 규정입니다.

Q. 고선량의 경우 암 발생 확률이 증가하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저선량 방사선의 위험성은 어느정도 됩니까?
방사선 피폭을 많이 받을 경우 암발생 확률이 증가하지만 이는 고선량을 일시에 받은 경우로 일반적인 방사선 촬영에서는 증명된 바가 없습니다.

또 각 검사별로 낮은 선량의 검사등에서 어떤 위험성이 얼마나 있는지를 설명하는 것은 위험 정도도 분명하지 않고, 근거도 충분하지 않은 것을 마치 기정사실화하는 것이며, 더욱이 환자피폭관리 기준의 설정은 정량적으로 평가할 수 없는 사항을 규제하려고 하는 것으로 타당성도 부족합니다.

 
Q. 세계 각국에서는 환자선량을 낮추는 노력을 하고 있습니다. 세계 각국의 사례 및 우리나라는 어떤 노력을 하고 있는지 말씀해주시면 고맙겠습니다.
방사선 검사가 필요한 경우는 시행돼야 하지만 검사시행에 있어서 진단적 가치를 유지하는 최소한의 방사선량으로 검사를 하는 것은 당연합니다.

이에 국제보건기구(WHO)·국제원자력기구(IAEA)·국제방사선방어위원회(ICRP)가 공조해 의료방사선 사용의 정당화·최적화를 통해 의료 방사선 피폭량을 낮추려고 하고 있습니다.

각 나라에서는 Diagnostic reference levels(DRL)을 설정해 환자선량을 낮추려는 노력을 하고 있고, 우리나라에서도 일반 촬영, CT, 유방촬영, 소아 검사, 치과검사 등 에서 DRL을 설정해 환자선량 관리를 하고 있습니다.

DRL은 한글로는 '진단참고수준' 또는 '진단참고준위'등으로 직역할 수 있고 식약처에서는 '환자선량권고량', '환자선량권고기준'으로 의역해 왔습니다.

DRL은 이 수준을 넘어서는 안되는 기준이 아니고 저감화 목표치도 아닙니다. 어떤 일정 지역 또는 국가의 전체적인 환자선량 조사에서 삼사분위 수이므로 전체 중에 25%는 DRL을 넘게 됩니다.

이런 DRL을 설정하고 지속적으로 교육 홍보하면서 일정기간 후 DRL을 재조사해 DRL이 떨어지게 되면 관리가 잘 되고 있다는 것으로 평가할 수 있습니다.

더구나 DRL은 각 개개인의 검사에서의 기준은 아니며 전체적인 검사의 기준입니다. 예를 들어 비만한 환자의 검사에서 DRL 보다 낮게 선량을 설정하면 진단할 수 없는 영상이 나올 수 있으므로 개인별 기준이 될 수 없습니다.

미국에서는 개인정보를 제외한 선량정보를 데이터베이스화 해 각 병원과 지역의 선량을 다른 병원의 선량과 비교해 봄으로써 선량을 관리하려는 노력을 하고 있습니다. 의료영상기기회사들도 선량을 위한 여러 프로그램 등을 개발해 임상적용하고 있으며 더 새로운 시스템을 위해 연구하고 있습니다.

Q. 방사선 선량은 법으로 기준을 정해 규제를 할 대상이 아니고 자율적으로 적절히 관리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의견이 있습니다. 영상의학회에서는 어떠한 관리체계가 가장 바람직하다고 보십니까?
누적 선량과는 달리 1회 검사에 노출된 선량 자료는 검사를 시행하고 나서 기록하고, 필요한 경우 환자에게 제공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생각됩니다.

그 이유는 환자가 투약을 받을 때 약의 용량과 투약 방법등을 기록해 두는 것과 마찬가지로 환자가 받은 검사가 일반적으로 어느 정도의 방사선량을 받은 것인지 기록하는 것이 당연하기 때문입니다.

여러 의료기관을 포함하는 데이터베이스를 형성하되, 환자의 익명성을 보장해 무기명으로 데이터를 축적해 관리하는 방법이 현재 상황에서 가장 적절한 피폭관리 시스템이라고 생각합니다.

이 경우 환자들은 개인의 선량을 확인할 수 없으며 국가도 환자 개개인의 선량은 확인이 불가능합니다.

하지만, 기관별·지역별, 혹은 검사 종류별 선량 정보는 확인이 가능하므로 특정 의료기관의 선량이 과다할 경우 지도할 수 있으며, 국가 정책 수립을 위한 자료 획득 및 의료기관 차원에서 선량관리를 위한 자료를, 다른 기관 혹은 전국 단위와 비교 평가가 가능합니다. 이런 시스템을 미국에서는 영상의학과의사협회에서 자발적이고 주도적으로 시행하고 있습니다.

대한영상의학회는 증가하는 의료 피폭량을 최소화하려는 노력과 함께 의료 방사선 피폭선량을 올바르게 측정하고 환자의 피폭선량을 관리하고 과도한 피폭 선량을 예방하는 일이 무엇보다 중요한 사안임을 인지하고, 우리나라 현실에 맞는 적정한 관리 시스템의 구축을 위해 다각적으로 연구·노력하고 있습니다.

국가 환자선량 저감화를 위해서는 단편적인 방사선 피폭선량 정보 공유나 홍보에는 한계점을 갖고 있으며, 지속적이고 체계적인 관리 체계가 필요하며 국내 실정에 맞는 선진화된 관리 시스템이 필요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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