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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주리조트 사망자 증가 책임, 리조트에만 있는 것 아니다

경주리조트 사망자 증가 책임, 리조트에만 있는 것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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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4.02.18 15: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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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석주 부산의대 응급의학과 교수
대학생들이 모임을 가지던 산 중턱의 어느 리조트가 17일 밤 9시 15분경 붕괴됐다.

100여명이 다쳤고 사망자가 10여명이라고 한다.

18일 오전에 들여다 본 컴퓨터 화면에 의하면 보건복지부가 파견한 울산대 병원의 현장 응급의료소가 밤 11시 40분경 설치되고 환자가 12개 병원으로 분산되었다고 한다.

매체들은 현장인원들의 ‘영웅적인’ 모습을 보도하고 있다. 예방은 못했지만, 재해 의료체계는 잘 작동한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그렇지 않다.

TV에 처음 보도되기 시작한 시점부터, 시간의 흐름에 따른 대응경과를 볼 수 있었다. 과다하게 몰려든 구급차들로 인해 도로가 막혀 버렸다.

사고 초기 구급대는 작은 인근 병원에 20명이 넘는 환자를 집중시키고, 병상이 200여개에 불과한 또 다른 병원에는 40명이 넘는 환자를 실어다 놓고 가버렸다.

응급실 의사, 수술할 의사, 마취과 의사가 적어 중환자 진료가 어려운 병원들이다. 작은 병원들이 ‘아수라장’이 되어 버렸다.

시간이 흐른 뒤에는 자연히 분산된다. 집 가까운 병원을 찾아가는 경증환자나 사망자 때문에라도 말이다.

이런 식의 체계 하에서 ‘살릴 수 있는’ 중증환자의 진료에 문제가 발생하는 것이 당연하다.

사고를 예측하고, 다수의 대학병원을 현장 근처에 ‘미리’ 세워놓을 수 없다. 그래서, 교과서에서는 ‘적절한 환자를 적절한 시간에 적절한 병원’에 이송해야 하며, 환자를 잘 움직이는 체계가 훌륭한 응급의료체계라고 한다.

병원의 의료자원이 고갈되지 않도록 환자를 분산해야 한다고도 한다. 환자를 분류하고, 지역사회의 의료자원과 매칭하는 작업이 현장에서부터 시작되어야 한다.

중증 환자를, 수술이 안되는 인근의 작은 병원을 우회하여, 거리가 좀 멀더라도 수술을 비롯한 중환자 진료가 가능한 병원으로 곧장 이송해야 한다. 그것이 골든타임이다.

우리는 작년 7월 국적기 추락사고 시의 샌프란시스코의 대응체계를 보았다. 우발적 교통사고와 책임을 사이에 둔 국민감정으로 인해 우리나라 매체의 관심이 적었지만, 초반기부터 여러 병원에 분산되었다.

정해진 지침에 따라 행동하던 그들과 달리, 이번 사고에서는 이런 원칙들을 찾아볼 수 없었다. 20년 전의 삼풍백화점 붕괴사고에서 한 치도 달라지지 않았다.

우리나라에서는 교과서 안에만 원칙이 있고 행정지침 속에는 없기 때문이다. 국적기 사고 당시 개인적으로, 대량재해 후에 백서발간의 필요성을 지적한 바 있다.

대구 지하철 현장까지 찾아와 백서를 발간하던 일본과 달리, 우리나라에는 백서가 없다. 각 지자체가 ‘반성과 개선이 아닌’, 보고를 위해 발간할 뿐이다.

보건복지부와 소방에는 백서 발간의 법적 의무가 없단다. 이번 사건에서 재해 의료체계는 없었다. 우왕좌왕과 가족의 통곡소리가 있었을 뿐이다.

물론 현장인원들은 고생했다. 하지만, 시행착오는 반복될 것이다. 사망자 증가의 책임이 폭설과 리조트 당국에만 있는 것은 아니다. 젊은 희생자들의 명복을 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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