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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도 두 손든 거대결장증 환아 한국서 희망가

영국도 두 손든 거대결장증 환아 한국서 희망가

  • 송성철 기자 good@doctorsnews.co.kr
  • 승인 2014.02.06 18: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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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대학교 서울성모병원 중동 아부다비 환아 재수술 성공
이명덕 소아외과 교수팀 항문감각 살려내 배변 조절 능력 회복

▲ 아랍에미리트 아부다비의 선천성 거대결장증 환아 모자 오마르 알쉐히(가운데)가 건강을 되찾아 준 주치의 이명덕 교수(왼쪽)와 장혜경 교수와 함께했다.
소아외과 수술의 본고장인 영국에서도 두 손을 든 선천성 거대결장증 환아가 한국에서 새로운 희망가를 부를 수 있게 됐다.

가톨릭대학교 서울성모병원은 소아외과 이명덕 교수팀(이명덕·장혜경·김신영)이 중동 아랍에미리트연합(UAE) 아부다비에서 온 선천성 거대결장증 환아 모자 오마르 알쉐히(Mouza Omar Alshehhi)에게 복강경수술을 시행, 새로운 희망을 선사했다고 6일 밝혔다.

선천성 거대결장증은 5만 명 중 1명 정도 발생하는 희귀질환. 항문관과 큰 창자에 연동운동을 담당하는 신경절이 선천적으로 없기 때문에 대변이 큰 창자를 통과하지 못한 채 쌓이면서 장폐쇄증을 일으킨다.

지난 2001년 아부다비에서 태어난 모자 양은 선천성 거대결장증으로 고통을 받던 중 2004년 인도 봄베이에서 첫 수술을 받았다. 수술 후 2년 동안은 정상적인 배변이 이뤄졌으나 장의 연동기능에 문제가 생기면서 관장과 세척으로 고통스런 삶을 살아야 했다.

2008년 아부다비에서 2차 수술을 받았으나 호전은 커녕 변을 참지 못하고 흘리는 변실금까지 발생했다. 초등학교에 입학할 나이가 됐지만 기저귀를 달고 살아야 했다.

아부다비 보건청은 모자 양의 완치를 위해 세계 최초로 소아외과를 개설한 영국 런던의 유명 병원에 SOS를 날렸다. 2013년 영국 의료진들은 총 3차례의 수술을 진행했다. 하지만 대변을 제대로 볼 수 없게 됐을 뿐만 아니라 자가 배변능력과 변의기능까지 상실, 하루종일 변을 흘리는 실금 상태로 악화됐다. 담당 주치의는 "이제 더 이상 개선시킬 방법이 없다. 변실금 치료를 위해 항구적 관장용장루수술 밖엔 답이 없다"고 했다.

난감해진 보건청은 세계 각국에 모자 양을 치료할 수 있는 전문의료진을 수소문하고 나선 끝에 아부다비 출신의 5세 거대결장증 환아의 수술을 성공적으로 마친 서울성모병원 소아외과팀에 마지막 희망을 걸기로 했다. 한국에서 수술을 받아보지 않겠냐는 보건청의 제안에 모자 양의 가족들은 당시까지 생소했던 대한민국 의료 수준에 대해 반신반의했다. 소아외과의 종주국인 영국에서도 어쩌지 못했는데 하는 의구심이 앞섰다.

최근 1년 동안 서울성모병원에서 아부다비 출신의 선천성 거대결장증 환아 아이샤(여·5세)의 수술을 성공시켰을 뿐 아니라 고난도 조혈모세포이식으로 백혈병을 치료한 루다(여·8세)의 사례를 전해 들은 모자 양의 가족들은 한국에 희망을 걸기로 했다. 이명덕 소아외과 교수팀이 한국에서 처음으로 소장이식에 성공하고, 거대결장과 장 재활 수술에 풍부한 경험이 있다는 얘기도 전해들은 터였다.

지난 1월 3일 입원실에서 모자 양을 대면한 이명덕 교수는 "다른 나라에서 여러 차례 수술을 받았던 터라 항문관이 거의 망가져 10mm 크기의 내시경 조차 깊숙이 들어가지 못할 정도로 협착이 심했고, 전혀 움직이지 않을 만큼 항문관 주변과 단단히 얼어붙은 상태였다"고 설명했다.

다른나라의 진료기록이 없다보니 1차 수술 때 어떤 수술 방법을 시도했는지, 2∼3차 수술 후 필연적으로 발생하는 직장맹관의 처리 모양에 대한 기록도 참조할 수 없었다.

이 교수는 맹관 잔존 가능성에 희망을 걸고, 망가진 항문과 직장관을 통째로 새롭게 정리하는 전면 재수술을 계획을 세웠다. 횡행결장 후반부부터는 과거 수술로 짧아진 결장을 끌어내리고, 장기와 장기의 접합부 부분의 긴장도 문제도 대비해야 했다.

모자 양은 1월 22일 이명덕 교수의 집도로 개복이 아닌 복강경 수술로 이뤄졌다.

6시간 동안의 수술은 많은 변화를 불러왔다. 과거 수술로 발생한 혈변과 변실금 등 부작용이 사라지고, 항문감각이 살아나면서 변의를 느낄 수 있게 됐으며, 배변의 자가 조절도 가능해 졌다.

환자의 어머니 아스마씨(여· 35세)는 "직접 목격한 놀라운 사실들을 지인들에게 알리고 싶다"며 "아이 삶의 질이 향상될 것"이라고 기대감을 감추지 못했다.

"수술은 정성의 결과"라고 밝힌 이 교수는 "환자에 대한 개별적 판단과 집중이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이 교수는 "아랍에미리트 아부다비 환자를 전담 관리하는 국제진료센터의 정성과 노력으로 좋은 결과를 얻게 됐다"며 감사의 뜻을 전했다. 

서울성모병원은 지난 2011년 10월 아랍에미리트 아부다비 보건청과 중동 현지 환자유치를 위한 협약을 체결한 후 국제진료센터 중동팀을 구성해 전담 관리하고 있다.

현재 조혈모세포이식 및 혈액암 치료를 필두로 소아외과·소아신경·정형외과 등 다양한 진료를 선보이고 있다.

아부다비 보건청이 의뢰환자는 2011∼2012년 8명에 불과했으나 고난도 수술이 잇따라 성공하면서 2013년 40명을 의뢰다. 

모자 양은 건강을 되찾아 5일 퇴원했으며, 2주 간 외래진료를 받은 후 2월말 본국으로 돌아갈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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