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희철 대한피부과학회장, 붕괴된 의료전달체계 및 저수가 문제 지적
학회 조직·운영 민주화 및 개원의-봉직의 간 조화도 이뤄낼 것 다짐
최근 제56대 대한피부과학회 회장으로 취임한 은희철 서울의대 교수(서울대병원 피부과)는 대학병원 피부과 의사들이 교육·연구에 매진하지 못하고 병원 경영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외래환자를 많이 보는 현실을 극복하기 위한 특단의 조치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또 정부는 건강보험재정이 어렵다는 이유로 저수가 정책을 펴왔는데, 이같은 상태가 계속 유지될 경우 언젠가는 꼬이고 곪았던 불만들이 터지고 말 것이라고 우려했다.
2011년 세계피부과학회 학술대회장을 맡으면서 우리나라 피부과의 위상을 알리는데 앞장섰던 은희철 교수는 "피부과 전문의가 제대로 배출돼 능력을 발휘할 수 있게 하려면 진료중심으로 운영되고 있는 병원의 시스템을 개선하는 것이 무엇보다 시급하다"고 말했다.
또 "저수가 정책으로 인해 대부분의 피부과 외래에서는 많은 환자를 볼 수밖에 없어 좀 더 이상적인 진료를 하지 못하고 충분한 설명도 하지 못해 항상 국민들에게 미안한 마음을 갖고 있다"며 수가현실화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의료전달체계의 문제점도 지적했다. 은 교수는 "현재 1, 2, 3차 의료기관이 제 역할을 하지 못하고 있다"며 "의료전달체계가 붕괴된 상태는 앞으로 쉽게 개선시키기는 여의치 않지만 그렇다고 방관만 할 수 없다"고 말했다.
학생들의 실습 현장이 평범한 장기 환자들로 가득 채워진 피부과를 포함한 많은 대학병원의 외래는 학생·전공의들에게 무엇을 가르치려고 하는지 반성해야 한다는 것.
은 교수는 "외래 교육환경이 빠른 시간 내에 좋아지지 않는다면 컴퓨터 활용이나 다른 교육기관과 교육자재 교환 등으로 보충해야 할 것이며, 대한피부과학회가 앞장서서 전공의 교육에도 적용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특히 "과거에 많은 피부과 의사들이 개원가로 진출하면서 교육을 담당해야 하는 병원에서 지도 전문의 확보에 어려움이 있었는데, 최근에는 지도 전문의 수가 증가하면서 여건이 나아졌다"며 "새로운 교육 및 연구방법들이 나와야 후배 의사들이 제대로된 전문 교육을 받을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아울러 "피부과학연구재단을 통해 각 분야에서 능력이 우수한 회원을 선별해 공익과 관련된 연구사업에 대한 많은 지원을 할 계획도 갖고 있다"고 덧붙였다.
대한피부과학회의 운영도 민주화하고, 개원의사들과 봉직의사들 간의 조화에도 힘쓸 것을 약속했다. 그동안 대한피부과학회는 회장과 이사장의 이원화된 체제로 운영됐는데, 앞으로는 운영의 효율화를 위해 이를 통합키로 했다.
은 교수는 "2013년말에 회칙이 개정돼 2016년부터는 회장과 이사장이 일원화 되며, 이사들의 인선도 보다 민주적으로 선출시키는 것은 물론 개원의사들의 요구도 많이 수용될 수 있도록 학회를 운영할 것"이라고 말했다. 또 "앞으로 1년 임기동안 과도기를 겪겠지만 2016년부터는 좀더 발전한 대한피부과학회의 모습을 보게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이밖에 "학회는 대한피부과의사회를 신뢰적 동반자로 존중할 것"이라며 "피부과와 관련된 정부 정책의 문제점에 대해 두 단체가 공동으로 대응방안을 마련하는 모습을 많이 보여줄 것"이라고 확신했다.
은 교수는 올해 피부과 관련 세부학회들이 국제학회를 많이 개최하는데, 2011년 서울에서 열린 세계피부과학회 개최 경험을 살려 적극 지원하는데 앞장설 것도 다짐했다.
은 교수는 "피부질환은 생명에 직접적인 영향이 크지 않다고 해 과거에는 많이 경시됐지만 현대사회에서는 점자 중요성이 증가하고 있는 추세"라며 "세계적으로도 인정을 받고 있는 피부과 치료 기술이 좀 더 발전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거듭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