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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보재정 3년 흑자를 바라보는 불쾌한 시선

건보재정 3년 흑자를 바라보는 불쾌한 시선

  • 고수진 기자 sj9270@doctorsnews.co.kr
  • 승인 2014.01.16 12: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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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단, 3분기 당기 흑자 '4조원'...누적흑자 '11조'
"의사 쥐어짜 생긴 흑자...수가 현실화등에 써야"

건강보험 재정수지가 지속적으로 흑자 기조를 이어가고 있다. 2011년부터 3년째다. 

국민건강보험공단이 최근 공개한 지난해 3분기 건강보험 재정현황(현금흐름기준) 자료에 따르면, 3분기 건강보험 총 수입은 11조 1008억원, 총지출 10조 3864억원으로 당기수지 7144억원의 흑자인 것으로 파악됐다.

공단은 지난해 1분기와 2분기가 각각 9704억원과 2조 4285억원의 당기 흑자를 기록한 바 있으며, 3분기까지 발생한 당기 흑자를 모두 합하면 4조 1133억원을 달성하게 됐다.

3분기 흑자와 함께 건보 재정의 누적 흑자는 11조77억원으로 사상 처음 10조원을 넘어선 것으로 파악됐다.

▲ 2013년 3/4분기 건강보험 재정현황

건보공단, 4분기 적자 예상...국제회계기준따라 부채 급증

건보공단은 흑자분이 절대 많은 것이 아니라는 입장이다. 건강보험 재정특성에 따라, 상반기에는 국고지원금 조기수납·직장 연말정산 수납 등의 영향으로 하반기보다 수입비중은 높고 지출 비중이 낮게 나타난다는 분석이다. 이에 하반기로 갈수록 보장성 강화 등에 따라 지출비중이 증가하는 연간 재정특성이 있다는 설명이다.

건보공단 관계자는 "이번 3분기 흑자는 매년 5월 들어오는 직장가입자 정산급이 3분기에 영향을 미친 것"이라며 "경제가 불황이다 보니 병원을 찾는 환자들이 줄어들고, 약가인하정책이 영향을 미친게 아닐까 하는 예상을 하고 있는 정도"라고 말했다.

이어 "오히려 연간 특성에 따라 4분기에는 재정수지가 적자 발생이 예상된다"며 "아직 4분기까지 결과가 나오지 않은 상태라 단정지을 수 없지만 2월말에 나오는 4분기 결과를 토대로 입장을 밝힐 수 있을 것 같다"고 설명했다.

누적 흑자분 11조77억원에 대해서도 입장을 밝혔다. 누적 흑자분은 미회수된 보험료와 토지, 건물과 같은 유형자산 등 현금 외 자산이 포함된 금액이라는 것. 관계자는 "2013년 3분기까지 현금성 자산은 8조 6890억원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특히 현금성 자산에서 국제회계기준 의무도입에 따라 미지급진료비가 5조 3천억원에 이르면서 이에 대한 부채가 발생하고 있다고 밝혔다. 관계자는 "앞으로 부채가 추가로 발생 할 수 있어 흑자분을 통해서 현금유동성을 확보해 나가갈 것"이라고 말했다.

의료계, "의료현장은 허덕이는데...공단은 방만 경영"

그러나 건보재정의 흑자를 바라보는 의료계의 시선은 곱지 않다. 의료 현장은 나날히 열악해져 가는데, 건강보험에 돈이 남아돈다는 것은 납득할 수 없다는 분위기다. 

의료계 한 관계자는 "건보재정 흑자는 의료수가가 원가의 70%에 불과하기 때문에 발생한 것"이라며 "의학적 판단 보다 정부가 제시하는 기준에 따른 '경제적 치료'를 강요해서 흑자가 난 것"이라고 꼬집었다.

특히 공단이 재정 흑자를 마치 자기 돈인냥 지역마다 새로운 청사를 짓고 방만한 운영을 계속하고 있다는 비판의 목소리도 높다. 의료현장은 경영난에 허덕이고 있는데 공단은 국민의 돈을 낭비하고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지난해 10월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새누리당 김현숙 의원이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건보공단은 2007년부터 직원 업무공간 부족, 민원인 편의 증진을 목적으로 전국 자사 신축계획을 추진 중이다. 이미 전국 34개 지사 신축 및 증축을 완료했고 9개 지사는 신축을 추진 중이다. 지사 신축·중축에 들어간 비용은 부지매입비 663억원, 건축비 1725억원 등 총 2389억원에 달한다.

건보 재정의 흑자분은 수가 인상 등 의료계에 투자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서울의 한 개원의(산부인과)는 "건강보험료는 3년간 물가상승률보다 더 큰 폭으로 올랐다. 반면 의료급여비는 줄어들면서 걷을 돈은 꾸준히 올리고, 내어줄 돈은 대폭 깎고 있는 상황"이라며 "재정흑자분은 의료수가를 현실화 하고 의료의 질을 높이는데 사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건강보험공단이 지급한 진료비 비중이 2002년 병원급 의료기관 50.69%, 의원급 의료기관 49.31%에서,10년이 지난 2012년 현재  57.69%와 32.31%로 격차가 크게 벌어졌다. 의원급 의료기관이 경영난에 허덕이고 있다는 사실을 직접적으로 보여주는 지표다. 

의원급 진찰료 인상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이 개원의는 "환산지수 인상은 개원가보다 규모가 큰 병원에 혜택이 돌아가게 된다. 상대가치점수가 낮은 개원가는 환산지수가 아무리 올라가도 그 효과가 반감된다"며 "이에 개원가에 실질적인 도움이 되려면 의원급에 진찰료 인상에 흑자분을 사용하는 게 효과적일 것"이라고 말했다.

건보 재정 흑자를 4대 중증질환 보장 재원으로 사용하겠다는 정부 방침도 달갑지 않다. 또 다른 개원의는 "건강보험이 흑자를 보이고 있으니, 4대 중증질환 보장에 소요되는 비용을 누적 적립금으로 충당하겠다는 발상은 근시안적인 무책임한 정책"이라며 "단기적인 재정 흑자분을 통한 보장성 확대 계획은 건강보험 재정의 지속 가능성에 오히려 위협 요인이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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