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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RG 전면시행 그 후, 의료현장은 한마디로 "난리"

DRG 전면시행 그 후, 의료현장은 한마디로 "난리"

  • 고신정 기자 ksj8855@doctorsnews.co.kr
  • 승인 2013.11.29 05: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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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위험 환자 기피는 예사...검사 빼고 수술법 바꾸기도
"신의료는 고사하고, 있는 치료법도 못써" 병원계 성토

7개 질병군 포괄수가(DRG) 전면시행 이후, 제도 도입 이전부터 의료계가 제기해왔던 부작용 우려들이 현실로 나타나고 있다는 현장의 증언들이 나왔다.

중소병원들에서는 고위험 환자를 상급 의료기관으로 떠넘기거나, 통상적으로 해오던 검사를 생략하고, 치료재료나 장비 등을 저가 제품으로 교환해 쓰는 일들이 더 이상 낯설지 않은 상황.

대형병원에서는 여기에 더해 DRG 진료과목이 '외따른 섬'처럼, 다른 진료과목과 분리·소외되는 조짐마저 보이고 있다. 협진 기피대상이 되고 있는 것은 물론이고, 진료비 규모가 감소로 병원 투자·지원대상에서도 제외될 것이라는 걱정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한국의료질향상학회는 27일 부산 벡스코에서 연 가을학술대회에서 'DRG 적용 전과 후, 실제 임상진료에서의 변화'를 주요 세션 중이 하나로 다뤘다.

"대학병원, 그야말로 난리...DRG 진료과 소외 현상도"

이근영 대한병원협회 보험위원(한림대의료원 부의료원장·산부인과)은 올 7월 DRG 전면도입 이후, 혼란에 빠진 대형병원들의 목소리를 전했다.

이 위원은 "오늘 발표자로 나선다는 소식을 듣고 전국 대학병원에서 '이런 얘기들을 해달라'는 메일이 밤새 쏟아져 들어왔다"면서 "DRG 적용 전과 후 실제 임상진료 현장은, 한마디로 난리"라고 상황을 전했다.

그는 "대학병원의 경우 일선 의사들에게 일주일 단위로 '비싼 것 쓰지 말라'는 경고가 들어오고 있다"면서 "진료의 질을 떠나, 진료형태가 자체가 달라지고 있다. 신의료는 고사하고 있는 치료법도 제대로 못쓰게 되는 상황"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병원에서 DRG 진료과목이 배제되거나 소외되는 일도 벌어지고 있다고 했다.

이근영 위원은 "생각한대로, 제대로 진료를 할 수 없으니 다른 진료과목들도 DRG 환자를 함께 보기를 꺼려한다"면서 "분과가 허물어지고 있는 상황에서 DRG 진료과목만 역행을 하고 있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덧붙여 "산부인과의 진료비 내역이 올해 확 줄었다"면서 "진료비 규모가 늘어야 병원에서 해당 과목에 대해 투자를 늘릴텐데, DRG에 들어간 과목들은 볼륨이 줄어드니 자연히 '키우는 과'가 아니라 '줄이는 과'로 들어가게 됐다"고 안타까워했다.

중소병원, 검사 생략-치료재료 변경은 기본...'탈 DRG' 편법도 동원

상급병원보다 1년 먼저 DRG 강제시행을 경험한 중소병원들에서는, 그 변화가 더욱 뚜렷하다. 비용절감을 위해 검사나 진료를 줄이는 일이 더 이상 낯설지 않다.

육의곤 대항병원 부원장은 "복합질환을 보면, 한명당 100만원씩 손해가 발생한다. 그러니 고위험 환자나 복합질환자는 가능하면 상급병원으로 보내고 싶어한다. 통상적으로 하던 검사들을 생략하거나 더 좋은 장비보다 재활이 가능한 장비를 선호한다. 병원들이 최대한 비용을 절감할 수 있는 쪽으로 가고 있는 것"이라고 상황을 전했다.

일부에서는 비용부담을 줄이기 위해, DRG 제도를 벗어나려는 편법까지 등장하고 있다.

육 부원장은 "업코딩을 하거나 수술법을 변형하는 등 아예 DRG에서 벗어날 수 있는 방법들도 동원되고 있다. 수술시 필요한 검사를 수술전 외래로 돌리거나 입원중 필요한 검사 또는 투약 등을 퇴원 후 외래에서 진행하는 외래비용 전가현상도 벌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포괄수가제의 경우, 진료비가 질환별 정액으로 묶여있다보니 검사나 처치를 많이 할수록 병원이 손해를 보는 구조. 반대로정해진 비용보다 적은 양의 검사나 처치·진료를 하면 그만큼이 병원의 수익으로 돌아온다.

병원들이 수익을 많이 남길 수 있는 쪽으로 의사들의 진료행태 변화를 요구할 유인이 높은 것이 제도의 특성이기도 하지만, 의료계는 충분치 않은 수가가 이 같은 변화를 더욱 재촉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저수가에 얹혀진 포괄수가, 의사 시험에 들게하는 나쁜제도"

송형곤 대한의사협회 공보이사 겸 대변인은 "포괄수가제도는 의사를 시험에 들게하는 굉장히 나쁜 제도"라고 잘라 말했다.

그는 "가장 잘못된 점은 수가"라면서 "서구와는 달리 적정수가라는 기본이 안되어 있는 상황이다보니, 의사나 병원이 적자를 감수하고라도 (검사 혹은 처치 등을)할 것이냐 말 것이냐를 매번 고민해야 하는 상황으로 몰리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송 대변인은 "의료의 핵심은 이익을 많이 내는 것이 아니라 좋은 진료를 제공하는 것"이라면서 "포괄수가제는 저수가로 인한 이미 왜고된 한국 의료를 또 다시 왜곡시키는 결과를 가져오고 있다"고 비판했다.

의료계의 성토에도 불구하고, 정부는 지불제 개편은 시대적 흐름이라며, 행위별 수가제로의 회귀는 있을 수 없다고 못 박았다.

정성훈 보건복지부 보험급여과 사무관은 "일정부분 적정수가 반영이 필요하다고 본다"면서도 "다만 지금의 저수가 구조와 이를 커버하기 위한 행위량의 증가, 또 이것이 수가인상 어렵게 만드는 악순환을 끊고, 급격히 이뤄질 것으로 예상되는 의료비 증가에 대비하기 위해서는 지불제 개편이 불가피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포괄수가제가 각종 의료왜곡을 유발, 의료 질 저하로 이어지고 있다는 지적에 대해서는 "업코딩이나 의료 질 저하 등의 문제는, 질 향상 차원에서 접근해 보완할 문제이지 그것이 다시 행위별 수가제로 돌아가야 할 이유가 될 수는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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