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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pdated. 2024-04-28 19:59 (일)
[특별대담]의료 현안을 진단한다

[특별대담]의료 현안을 진단한다

  • 최승원 기자 choisw@kma.org
  • 승인 2002.08.1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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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공의 비인기과 지원기피 해소방안 - 김건상 대한의학회 부회장



― 일부과에 대한 전공의들의 지원 기피 현상의 원인은?

우선 시대가 바뀌었다. 진로를 선택하는 기준이 예전과 같이 어려운 기술을 익혀서 환자 진료하며 얻는 보람보다는 자신의 안락과 편안함을 우선하는 시대이다. 그러다 보니 개원이나 수련이 용이하지 않은 과들이 이른바 `비인기과'로 찍히며 지원기피 학과로 내몰리고 있다. 예전에도 개원가의 수입격차는 있었다. 그래도 담당 교수가 될 성 싶은 학생을 설득하면 따라오는 경우가 많았다. 하지만 지금은 교수들도 개원을 위해 학교를 떠나는 추세다. 요즘은 오히려 전공의들의 일부과에 대한 지원 기피현상을 막기 위한 방안을 만나는 사람들에게 묻고 싶은 심정이다.
 
― 전공의들의 비인기과 지원기피 현상이 어느 정도이며 향후 어떤 문제점이 발생할 것으로 예상하나?

개인적으로는 현 비인기과 지원 기피현상이 매우 심각한 수준이라고 생각한다. 흉부외과의 경우 전공의 구하기가 어려워 웬만한 대학병원에서도 관상동맥 수술 받는데 6개월 정도의 대기기간이 소요된다. 5년 후 쯤에는 우리나라 의사에게 흉부외과 관련 수술을 받을 수 없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해 본다. 결국 그 피해는 국민에게 고스란히 돌아갈 것이다. 정부도 전공의들의 비인기과 지원 기피 현상을 단순히 의료 인력수급 차원에서만 보지 말고 전체 의료시스템의 상황에서 파악해야 한다.
 
― 전체 의료시스템의 상황에서 파악해야 한다는 것은?

신세대들이 어렵고 힘든 일을 기피하는 것은 시대 조류다. 젊은 의사들을 탓할 문제도 아니고 단기적인 해결책이 있는 것도 아니다. 물론 의학교육 과정에 인성교육을 강화하고 봉사하는 의사상을 보여주기 위해 몇가지 방안들을 계획하고 있지만 이런 조치들과 함께 어렵고 힘든 일을 수행하는 것에 대한 정당한 대가를 보장하기 위한 시스템이 확립돼야 한다. 결국 보험재정의 확충을 통해 재원을 확보하고 비인기과에 대한 보험급여 시스템상의 지원이 있어야 한다. 결국 비인기과에 대한 지원을 즉, 전공의들의 공급을 늘리기 위해서는 그에 대한 유인책이 급여 시스템에 확립돼야 한다.
 
― 최근 정부가 발표한 비인기과 전공의 지원금 지급안이 유인책이 될 수 있다고 보는지.

최근 전공의협의회에서 설문조사한 것을 보면 지원금 지급방안 도입에도 불구하고 80%의 전공의들은 “지원금 때문에 비인기과를 지원할 의사는 없다”라고 대답했다. 개인적으로도 정책의 효과에 대해 의문이다. 하지만 정부가 전공의들의 비인기과 지원기피 현상이 상당히 심각한 문제로 대두될 것이란 문제의식을 가졌다는 것과 비록 만족스럽지는 않지만 국가가 의사양성 과정에 개입해 지원하는 첫 케이스라는 정도의 의미는 눈여겨 봐야 한다고 생각한다.

또한 20% 정도의 응답자가 정부가 지원금을 지급할 시 비인기과에 지원을 고려할 의사가 있다고 응답해 희망이 보인다. 향후 의료인 양성을 위한 국가의 지원은 선진외국의 상황을 고려해 볼 때 더욱 다양해지고 많아져야 한다. 국가의 지원 비용은 건강보험공단에서 지불하는 것이 당연하다고 생각한다.

― 건강보험공단이 의료인 양성의 비용을 부담해야 하는 이유는?

당연하다. 공단은 우리나라 보험제도를 통제하고 관리하는 기관이다. 보험제도는 의료소비자와 공급자 모두를 관리하고 책임져야 한다. 그런 의미에서 의료인 양성은 의료 공급과 밀접한 관계가 있다. 의료인의 공급이 원활하지 않아 소비자에게 적정한 서비스 공급을 하지 못하게 될 경우 보험제도 시스템을 관리하고 있는 공단은 해결방안을 모색하고 원활한 공급방안을 고민해야 하는 책임을 가져야 한다.
 
― 그 밖에 의학회나 병협, 의사 사회가 해야 될 일은 ?

단기적인 방안으로 우선 병협의 신임업무가 좀 유연해 져야 한다. 모든 과에 대한 전공의 정원의 일괄적인 적용보다는 몇몇 지원 기피과에 대한 특수성을 신임업무에서 인정해줘야 한다.

예를 들면 전공의 정원책정때 전년도 확보율을 기준으로 삼아 자칫 한해 적정한 전공의를 확보하지 못한 지원 기피과들은 그 다음 해까지 그 여파를 받아야 한다. 또한 의사 사회에서는 지원 기피과들의 전문성을 인정해줬으면 한다. 진단방사선과 같은 경우 판독료 인정이 그 예가 되겠다. 그 밖에 원하는 전공과를 가기 위해 재수를 택하는 우수인력을 줄이는 방안과 전공과를 수련 중이라도 전과할 수 있는 시스템도 학회를 중심으로 연구되고 있다.

― 전공과를 결정하게 될 젊은 의사 후배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우선 인기과, 비인기과의 구분이 보험제도나 개원환경의 변화에 따라 5∼6년의 주기로 변한다는 것이다. 젊은 의사가 의사면허를 따고 개원을 하면 30년 이상 개원의 생활을 하게 된다. 30년 농사를 금년에 다 지으려 하면 그건 단견이다. 보다 멀리, 넓게 보는 시각이 필요하다. 그리고 한가지 더, 의학은 문학이나 영화처럼 사람을 연구하는 학문이다. 의학을 하는 사람은 자신의 인생 전체를 타인과 교감하고 자신의 삶을 객관적으로 조망할 수 있는 인식의 힘을 키우기 위해 노력했으면 한다. 물론 전문의제도에 대한 대폭적인 개선과 다양한 진로와 선택을 보장할 수 있는 유연한 제도, 무엇보다 정상적인 의료보험 시스템과 전달체계가 그 밑바탕이 돼야 함은 말할 것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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