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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랑천에서 빅토리아 호 코메섬까지

중랑천에서 빅토리아 호 코메섬까지

  • 이영재 기자 garden@kma.org
  • 승인 2013.10.21 16: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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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한종 지음/한비미디어 펴냄/2만 3000원

 
1949년 고등학교 2학년이던 한 소년은 대한민국 정부수립 1주년을 기념하는 제1회 전국 과학전람회에 '개구리의 기생충'을 출품해 대통령상을 받는다. 서울 중랑천 논두렁과 북한산 계곡을 찾아다니면서 개구리를 잡고 내부 장기 속에 있는 기생충을 찾아낸 것이다. 그 소년은 수상을 계기로 기생충학자가 되겠다는 마음을 먹었고, 이 때 시작한 그의 발걸음은 여든이 될 때까지 이어진다.

국내 기생충학 박사 1호 임한종 고려대 명예교수가 '기생충학 리포트' <중랑천에서 빅토리아 호 코메섬까지>를 펴냈다.

우리나라는 한동안 기생충 왕국의 불명예 속에 국민이 각종 기생충에 시달리던 시절이 있었다. 그 때 저자는 교편을 잡고 연구활동을 하면서도 전국 방방곡곡의 무의촌과 교통이 불편한 산간·해안 벽지를 마다 않고 찾아다니며 구충사업을 전개해 기생충을 박멸하는데 큰 공헌을 했다. 이와 함께 후학 양성과 함께 불치의 기생충병으로 불리던 간흡충증의 치료제를 개발하기도 했다. 대학에서 퇴임한 후에는 건강관리협회의 책임을 맡아 국내 뿐만 아니라 중국·라오스·아프리카 산악 지방과 작은섬 등 해외까지 발을 넓혀 기생충 감염으로 고통받는 이들을 위해 기생충 퇴치사업을 전개해 왔다.

이 책에는 저자가 기생충과 함께 한 60여년의 삶이 그대로 옮겨져 있다. 저자가 기생충학을 공부하게 된 계기에서부터 우리나라 기생충학의 변천사와 구충제 개발과정, 기생충 퇴치사업을 시행하면서 경험했던 수많은 애환들이 파노라마 처럼 펼쳐진다.

1971년 우리나라 국민의 기생충 감염률은 84.3%였으나 15년여만인 1997년 2.4%로 줄었다. WHO에서도 기생충 퇴치사업에 성공했음을 인정했다. 이 과정에는 저자의 손길이 곳곳에 스며들어 있다. 대한기생충학회 창설에 참여했고, 1964년 한국기생충박멸협회(한국건강관리협회 전신)에도 창설 멤버로 활동했다. 독일 제약사의 '프라지콴텔'을 국내 제약사에서 재합성하면서 세계적인 구충제 생산국이 되는데도 큰 힘을 보탰다.

모두 17장으로 구성된 이 책은 각 단락의 표제 속에 우리나라 기생충학의 발전상을 올곳이 느낄 수 있다. ▲코메 섬에 이르다 ▲빅토리아 호 코메 섬에서의 기생충 사업 ▲과거 우리나라의 기생충학 발전 ▲1945년 해방 이후의 기생충학 발전 ▲꿈을 안고…왜 하필이면 기생충학을 ▲기생충학 교수가 되기 위한 교육과 훈련 ▲외국 유학, 연수 및 외국 체험 ▲우리나라의 풍토병이 사라지고 있다 ▲구충제를 찾아라 ▲한국기생충박멸협회와 한국건강관리협회 ▲중국의 기생충 관리 우리가 앞장섰다 ▲기생충에 관심 없는 조용한 나라 라오스 ▲검은 대륙 탄자니아의 기생충 ▲북한과 북한의 기생충 ▲WHO 기생충 관리정책 참여 등을 통해 기생충 연구에 일생을 바친 저자의 열정을 확인할 수 있다.

문국진 고려대 명예교수는 추천사를 통해 "이 책에는 저자가 60여년간에 걸쳐 기생충학을 연구하고 그를 토대로 구충사업을 실천한 일들이 가감 없이 기술돼 있다"면서 "개인의 업적이기도 하지만 우리나라 기생충학의 변천사이며 자신의 길 앞에 놓인 장애들을 극복해 가는 과정은 마치 한 편의 드라마를 보는 듯 흥미도 준다"고 말했다. 이어 "이 책을 통해 이유없이 좋은 것에 사명을 느끼게 되면 이해득실을 가리지 않고 전력투구하는 저자의 인생철학을 배울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02-877-739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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