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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중취재] 경영위기 비상구는

[집중취재] 경영위기 비상구는

  • 송성철 기자 songster@kma.org
  • 승인 2002.08.0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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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원 도산 사태가 잇따르면서 병원계 안팎에 위기감이 확산되고 있다.

대한병원협회가 전국 276개 종합병원과 699개 병원을 대상으로 올해 1∼6월까지 상반기 동안 병원 도산현황을 조사한 결과 50개 병원(종합병원 1.1%, 병원 6.7%)이 도산한 것으로 집계됐다.

병상 규모별로는 100병상 미만이 7.0%로 가장 높고, 100∼199병상 3.8%, 200∼299병상 2.6%, 300병상 이상 1%로 병원 규모가 작은 중소병원일수록 경영상태가 안 좋은 것으로 드러났다. 50개 도산 병원을 대상으로 도산 사유를 조사한 결과 경영권 양도 19개, 경영부진(부도 포함) 18개, 의원 전환 7개, 휴업 4개 등으로 밝혀졌다.

병협은 이러한 추세가 하반기까지 이어질 경우 연간 도산율이 사상 처음으로 10%대를 넘어설 것으로 전망했다. 특히 100병상 미만인 중소병원의 도산율은 1999년 10.5%, 2000년 12.2%, 2001년 15%에 이어 올해 상반기에만 8.7%(416개 중 36개)를 기록, 사상 최악의 도산 사태가 우려되고 있다. 대형병원과 의원 사이에서 허리 역할을 해 오던 동네 중소병원의 몰락은 국민들의 의료 접근성을 떨어트리고 대형병원으로 환자 집중을 부추기는 주된 원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중소병원의 몰락은 의료이용 행태에 변화를 야기함으로써 대형병원 선호 현상을 부채질하고, 고급진료에 대한 요구를 가중시키고 있다. 대형병원들의 병상 확충 경쟁과 비대화는 결국 의료전달체계를 뒤흔들고 의료문화를 왜곡시키는 결과를 초래하고 있다.
 
병원급 의료기관의 경영위기와 맞물려 고용 불안 상황이 빚어지면서 전문의료인력의 이직률 상승도 악재로 작용하고 있다. 병원급의 경우 의약분업 전에는 27.9%에 달하던 전문의 이직률이 의약분업 후에는 34.0%로 6.1% 포인트가 늘어났다. 이직률 상승에 따라 일부 진료과의 경우 전문의를 구하지 못해 휴과하거나 폐과하는 사례도 나타나고 있다.

특히 100병상 이하 규모의 폐과 현상이 두드러지고 있다. 피부과의 경우 47개 중 38개가 폐과해 80.9%의 폐과율을 기록했다. 응급의학과 80%, 비뇨기과 79.6%, 이비인후과와 재활의학과는 66.7%가 이직, 전문의를 구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집계됐다. 소아과 48.7%, 신경외과 45.5%, 성형외과 45.0% 등 상황이 심각하기는 마찬가지다.

의료기관의 부채비율이 2001년의 경우 265.9%로 집계됐으며, 2002년 1월 현재 264개 병원급 이상 의료기관의 진료비 가압류액이 9,670억원에 달해 1조원대를 목전에 두고 있다. 이러한 가압류 규모는 전국의 모든 병원이 석 달 동안 청구를 한 금액과 엇비슷한 규모로 경영위기의 단면을 보여주고 있다.

병협은 경영악화가 계속되고 있는 상황에서 건강보험수가를 2.9% 강제 인하, 경영위기를 더욱 부채질하고 있다며 정부당국에 대해 불만을 털어놓고 있다. 2.9% 수가인하로 100병상 당 연평균 종합전문요양기관 2억원, 종합병원 1억 3천여만원의 손실을 끼친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동네병원의 몰락 사태는 의료 자원의 비효율과 불균형을 불러 결국 전체 의료기관의 성장과 발전에도 걸림돌로 작용할 전망이다. 의료전달체계의 왜곡은 국민 의료비 상승은 물론 대형병원 위주의 의료문화를 형성시킴으로써 가장 근간이 되는 1차 의료에도 악영향을 미칠 것이란 분석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병협은 병원의 도산 도미도 현상을 막기 위한 단기 처방으로 병원 입원료 및 조제료의 현실화를 요구하고 나섰다. 병협이 자체 조사한 자료에 따르면 병원 입원료가 원가의 17%에 불가하다며 입원료를 현실 수준에 맞게 조정해 줄 것을 줄기차게 요청하고 있다. 간호관리료의 경우 병상당 1일 간호사 인건비의 1/5에 불과한 것으로 드러났다.

조제료의 경우 같은 서비스를 제공하고도 조제, 복약지도료가 입원환자는 250원인데 반해 동네약국의 경우 2,830원으로 1/10 수준. 의약분업 예외환자의 경우 병원약국은 830원인데 반해 동네약국은 2,830원으로 30%선에 머물고 있다.

이처럼 입원부문에서의 적자운영이 계속될수록 외래진료를 강화할 수밖에 없고, 특히 대학병원의 경우 교육, 연구기능보다는 진료기능과 영안실, 식당, 주차장, 매점 등 진료외적 수입에 주력하는 왜곡현상이 심화될 전망이다. 대형 재벌병원의 병상 확충 경쟁도 규모의 대형화를 통해 수익을 창출하려는 왜곡현상에 다름 아니다.
 
1994년 18만2,159개에 달하던 병상수는 1999년 25만9,001개로 7만6,842개가 증가했다. 같은 기간 종합병원 이상에서 1만7,620개가, 병원에서 2만1,700개의 병상이 늘었다. 1997년 종합전문요양기관, 종합병원, 병원 등 병원급 이상 의료기관은 790개에서 5년 후인 2002년 994개로 204개가 증가했다.

최근 5년 동안 증가한 204개 가운데 97%에 달하는 198개가 병원급 의료기관으로 집계됐다. 같은 기간 의원급 의료기관은 15,998개에서 21,733개로 5,735개가 늘었다. 무분별한 의료인력의 양산으로 해마다 3,300여명의 의대 졸업생이 사회에 진출하기 시작하면서 의료기관의 포화상태와 이에 따른 무한경쟁 구도가 전개되기 시작한 셈이다.

환자 유치를 위한 경쟁구도는 흥미위주의 언론의 건강보도 행태와 결합하면서 대형병원과 대학병원 위주의 편중된 정보를 양산, 고급진료 서비스 욕구를 부추기는 왜곡된 의료문화를 창출하는 결과를 낳고 있다. 환자들이 동네병원을 외면하고 대형 종합병원을 선호하는 경향이 확산되고 있다는 사실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여기에 의약분업제도 실시로 병원급 의료기관을 이용하는 절차가 번거로워 지고, 가계부담의 가중으로 의원급 의료기관을 찾는 환자들이 늘어나면서 동네 중소병원의 외래환자 감소사태가 촉발된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새로운 형태의 집단개원과 소수 정예화를 표방한 전문 클리닉의 성장도 환자들의 의료이용도 변화에 영향을 주었을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이 2002년 1/4분기 요양급여비용 현황을 조사한 자료에 따르면 2001년 1/4분기와 대비할 때 기관당 진료비가 종합전문요양기관 17.96%, 종합병원 10.15%, 병원 10.12%, 치과병원 33.48%, 치과의원 13.80%, 한방병원 20.81%, 한의원 25.09%로 두 자리수 증가율을 보인 반면 의원은 -7.74%로 마이너스 곡선을 기록했다.

일부 언론에 의해 호황을 누리는 것으로 보도된 의원급 의료기관의 마이너스 성장은 시사하는 바가 적지 않다. 이러한 배경에는 정부의 재정안정화대책과 급여기준의 강화에 따른 영향이 의원급에만 집중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기 때문으로 풀이되고 있다.

특히 2001년 7월 1일부터 본인부담금 제도 변화에 따라 외래환자의 본인부담률이 종합병원은 60.97%에서 52.88%, 병원은 53.30%에서 39.20%로 낮아진 반면 의원은 25.21%에서 27.43%로 바뀌면서 환자의 의료기관 이용행태에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2001년 1월부터 12월까지 의원급 의료기관의 월평균 건강보험 진료비 구간별 분포자료에 따르면 전체 18,299개 기관 중 월평균 총진료비가 3천만원이 되지 않는 의원이 12,863개로 전체의 70.3%에 해당되는 것으로 조사된 바 있다.

의협이 이 자료를 토대로 분석한 결과 70.3%에 해당하는 의원의 진료비를 모두 합해도 전체 의원급 의료기관 진료비의 40%에 불과한 것으로 밝혀졌다. 의협은 이러한 자료가 '빈익빈 부익부' 현상이 더욱 심화됐기 때문으로 풀이하고 있다. 의협은 여기에 전체 의원급 건강보험진료기관수인 21,350개를 모두 포함해 제대로 된 통계자료를 산출할 경우 전체 의원의 월평균 소득이 더욱 떨어질 것으로 추정했다.
 
병원의 경영위기 문제를 해결하는 방법론에 있어 의약분업으로 의원만 이익을 보았기 때문에 의원급의 진료비를 떼어 병원급에 보존해 줘야 한다는 식의 근시안적인 시각으로는 해결의 실마리를 찾을 수 없다. 올해 1/4분기 요양급여비용 자료에 따르면 의원급의 마이너스 현상은 당분간 지속될 전망이다.

동네 중소병원의 경영위기는 외래 및 입원 환자의 급감이 표면적인 원인이다. 그만큼 의료기관간 경쟁이 심화됐다는데서 일차적인 원인을 찾을 수 있다. 대형병원의 병상 부풀리기를 경계하고, 의료인력의 부분별한 양산을 바로잡는 공동 노력이 필요하다.

여기에 덧붙이자면 전문화와 특성화 전략, 디지털 병원화 등 '변화하지 않으면 생존할 수 없다'는 인식을 바탕으로 자구노력이 우선돼야 한다. 여기에 맞물려 의료기관간 전달체계 확립, 세제 지원, 의료분쟁조정법 제정 등 외적인 개선과 지원도 뒤따라야 한다.

경영위기를 해소하기 위한 보다 근본적인 방안은 수입보다 지출이 큰 보험재정 구조를 수입과 지출이 같게 조정하는 것이다. 소득대비 보험료율 수준은 한국이 3.4%로 대만 8.0%, 일본 8.5%, 독일 13.3%, 프랑스 13.5%에 비해 턱없이 낮은 실정이다. 보험료율을 높이기 위해서는 국민적인 공감대 형성이 우선돼야 하며, 정부, 의약계, 시민단체가 공동 노력을 통해 보험재정의 안정화에 대한 필요성을 적극 홍보해야 한다.

국민들이 납부하는 보험료 가운데 절반은 사업주나 정부가 지원하는 구조다. 보험료율 인상을 통해 보험재정의 위기를 해결하지 않고는 근본적인 해결방법이 있을 수 없다. 보험료 외적인 부분으로 재정을 절감하는 데에는 한계가 있다.

어차피 절반은 기업과 정부의 부담이다. 근로자의 입장에서 볼 때 절반의 부담만으로 100%의 보험료를 올리고 적정한 의료 서비스를 받는 것이 장기적으로 가계의 부담을 줄일 수 있다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 민간보험이 도입될 경우 정부나 기업 차원에서의 지원은 기대하지 말아야 한다.

민간보험이 도입되면 가입자들은 진료의 질에 걸맞는 보험료에다 민간보험 조직 관리비용까지 모두 부담해야 한다는 사실도 간과해서는 안된다. 요양기관의 입장에서도 거대 민간보험사들의 횡포를 견제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가 마련되지 않는한 섣부른 민간보험 논의는 위험할 수 있다는 점도 잊어서는 안된다.

현재와 같이 건강보험료는 손을 안댄 채 보험급여를 줄이는 근시안적이고 단편적인 접근으로 일관할 경우 보험제도 존립 자체에 위기를 초래할 수 있다. 국민 개개인의 호주머니에서 지출되는 의료비용의 규모보다는 절반의 보조를 받는 보험료율 인상이 결과적으로 국민 부담을 줄일 뿐 아니라 건강한 사람이 질병에 걸린 사람을 돕는 사회보험의 원리 면에서도 부합한다.

의료기관의 경영위기를 야기한 잘못된 정책 가운데 하나를 꼽는다면 약가제도의 결정구조를 자율적인 시장경제원리가 아닌 관 주도의 통제구조로 바꾼 실거래가상환제다. 저가구매에 의한 경제적 유인동기가 상실된 약가제도가 가격상승을 부채질 한 것은 당연하다.

시장경쟁 매커니즘을 다시 작동시킬 수 있는 약가제도로 전환하지 않는 한 국내 제약사의 몰락과 다국적 제약사의 융성구도는 계속될 것이며, 건강보험재정을 더욱 악화시킬 것은 분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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