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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이즈 의심" 다른 의사에 알려준 행위 '무죄'

"에이즈 의심" 다른 의사에 알려준 행위 '무죄'

  • 이석영 기자 lsy@doctorsnews.co.kr
  • 승인 2013.09.06 13: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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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자 비밀누설 혐의 이 원장, 1심 뒤집고 '승소'
"HIV 수치 높다는게 '감염' 의미하는 것 아냐"

환자의 후천성면역결핍증(HIV) 수치가 높다는 사실을 다른 병원 의사에게 알려줬다는 이유로 기소돼 1심에서 벌금형의 선고유예 판결을 받은 의사가 항소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은 사실이 뒤늦게 알려졌다.

서울중앙지방법원 제1형사부(재판장 전주혜)는 지난달 22일 후천성면역결핍증예방법상 환자의 비밀 누설금지 위반 혐의로 기소된 이 모 의사에 대한 항소심에서 "원심의 유죄 판결을 파기하고 무죄를 선고한다"고 밝혔다.

이비인후과의원을 운영하는 이 원장은 2012년 1월 13일 다른 이비인후과의원 정 모 원장으로 부터 의뢰된 환자 이 모씨를 진료하던 중, 혈액검사를 통해 이 씨의 HIV 수치가 높에 나온 사실을 알게됐다. 이 원장은 환자에게 에이즈 확진을 위해 일주일 이상 시간이 필요하다며 수술을 연기하자고 말했으나, 이 씨는 다른 병원에서 수술 받겠다고 했다.

이 원장은 이 씨가 다른 병원으로 가기 위해 새로운 진료의뢰서를 발급받고자 정 원장의 병원으로 갈 것을 예상하고, 같은 달 17일 정 원장에 전화를 걸어 이 씨의 HIV 수치가 높게 나온 사실을 알려줬는데, 이에 불만을 품은 이 씨의 고발로 기소돼 지난 4월 1심에서 벌금 20만원의 선고유예 판결을 받았다.

1심 재판부는 "이 원장이 미필적으로나마 환자가 HIV 감염인이라는 사실을 인식한 것으로 보인다"며 "그런 상황에서의 누설 행위는 법질서 전체의 정신이나 건전한 사회윤리에 비춰 용인될 수 있는 정당행위라고 보기 어렵다"고 선고 이유를 밝혔다.

그러나 2심 재판부는 달리 판단했다. 당시 이 원장은 환자의 HIV 수치가 높게 나타났다는 사실만 알았을 뿐이며, 정 원장에게 알려준 내용 역시 환자가 후천성면역결핍증 감염인이라거나 HIV 항원·항체검사 결과 양성 판정을 받았다는 사실이 아닌 'HIV 수치가 높게 나왔다'는 것에 불과했다는 것이다.

재판부는 "이 원장이 정 원장에게 연락을 한 것은 2012년 1월 17일이고, 환자의 HIV 항원·항체검사를 연구기관에 의뢰해 '양성' 판정 결과를 통보 받은 것은 같은 달 30일이므로, 이 원장이 사전에 양성 판정 결과를 인식했거나 이 씨의 감염 사실을 인식한 상태는 아니었다"고 설명했다. 재판 기록에 따르면 이 원장이 환자의 감염사실을 비로소 알게 된 것은 환자 스스로 자신의 감염사실을 직접 말한 올해 2월 13일이다.

재판부는 또 "'HIV 수치가 높게 나왔다'는 내용이 '후천성면역결핍증 감염'을 의미한다고 단정할 수도 없다"며 환자의 감염 사실을 누설했다는 혐의를 인정하지 않았다. 재판부는 "따라서 이 원장이 환자가 후천성면역결핍증 감염인에 해당한다는 점에 대해 확정적 또는 미필적 고의를 가지고 있었고, 정 원장에게 환자의 감염사실을 누설했다고 인정하기에 부족하며 증거도 없다"고 덧붙였다.

한편 이 원장을 기소한 검사는 항소심 판결에 불복, 대법원에 상고한 상태여서 이 사건에 대한 최종 판결은 대법원의 판단에 맡겨지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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