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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방암 진단시기 놓친 의사…환자 사망 '책임'

유방암 진단시기 놓친 의사…환자 사망 '책임'

  • 이은빈 기자 cucici@doctorsnews.co.kr
  • 승인 2013.08.06 12: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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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법, 암 의심 않고 염증 치료한 산부인과 의사 과실 인정

40대 주부 A씨는 2010년 왼쪽 가슴에 멍울이 만져지고 통증이 느껴져 동네 H산부인과를 찾았다.

의사는 유방 초음파 검사 결과 2.7cm의 종괴가 발견됐다며 이를 염증에 의한 병변으로 판단해 항생제와 소염제를 처방했다. 이후 두 차례에 걸쳐 같은 처방을 내렸다.

그로부터 3개월 후에도 통증이 나아지지 않은 A씨는 이번에는 한의원을 찾아 4차례 진료를 받았다.

다시 H산부인과를 찾은 시기는 첫 진단 9개월이 지난 가을께. 의사는 석회화 소견이 있는 종괴 두 개를 관찰했다며 상급병원에서 정밀검사를 받을 것을 권했다. A씨는 유방암 4기를 진단받고 폐 전이 등 다발성 장기부전을 원인으로 3개월만에 숨졌다.

법원은 최근 의사의 진단 지연으로 사망에 이르렀다며 고인의 남편과 자녀들이 제기한 소송에서 진단 과실과 사망 사이의 인과관계가 인정된다며 총 5400여만원을 배상하라고 판시했다. 

서울고등법원 제17민사부는 "유방의 멍울이 만져지는 증상을 호소하는 환자를 진료하는 의사에게는 악성종양의 의심을 배제할 수 없는 경우 단기간의 추적 검사를 실시하거나 조직검사를 통해 확인해야 할 의무가 있다고 할 것"이라며 원심보다 무거운 배상 책임을 물었다.

첫 초음파 검사 당시 발견된 종괴 2.78cm는 유방암 2기에 해당하는 크기로, 2기의 5년 생존률이 92.7%에 달하는 것을 감안하면 의사의 과실로 9개월 앞서 유방암 치료를 받을 기회를 상실했다는 것이다. 

재판부는 "병원측은 고인에게 1개월 후 내원하도록 지시했음에도 오지 않아 추가검사를 실시하지 못했다고 주장하나, 처음 왼쪽 유방에서 관찰된 종괴가 악성종양일 가능성이 있으므로 1개월 후 다시 검사를 해야 한다는 사정을 충분히 설명했다고 보기 어렵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암 진단에 있어 9개월이라는 기간은 단기라고 할 수 없고, 그 기간 치료는 실제 생존 가능성에도 상당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이는 것을 고려할 때 의사의 과실과 유방암의 폐 전이에 따른 사망과의 인과관계가 인정된다"고 언급했다.

내원 당시 유방암이 다른 장기에 전이됐을 가능성이 있다는 병원측 주장에 대해서는 "유방암으로 진단조차 받지 못한 고인에게 암이 다른 장기에 전이되지 않았음을 입증할 것을 요구하는 것은 과도한 입증책임"이라면서 이 같은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하기 어려운 점을 들어 책임을 일부 제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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