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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성질환관리제 사업 제안 추진 중단' 선언

'만성질환관리제 사업 제안 추진 중단' 선언

  • 이석영 기자 lsy@doctorsnews.co.kr
  • 승인 2013.07.10 16: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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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협, 회원 동의할 때까지 '추진 중단' 선포
민의 거스를 수 없어..."다른 현안 집중할 것"

대한의사협회가 의원급 의료기관 중심의 만성질환관리제 시범사업을 정부에 제안하는 계획을 중단하겠다고 선언했다.

의협은 10일 공식 입장 발표를 통해 "만성질환관리제는 보건소나 건강보험공단, 혹은 질병관리회사가 중재관리자가 되는 것이 아니라 의원급 의료기관이 직접 중재관리자의 역할을 하는 모형으로 개발돼야 한다"며 "따라서 의사들이 원하는 형태로 의원급 의료기관이 중심 되는 한국형 만성질환관리제를 정부에 제안할 필요성이 있음을 확신한다"고 밝혔다<입장문 전문 기사 하단>.

그러나 "'만성질환관리제'라는 명칭으로 인해 발생한 거부감과 오해가 있는 상황에서 회원들의 뜻을 거스르면서 까지 추진할 의지를 가지고 있지 않다"고 밝혔다. 이어 "의료계가 정책을 주도할 수 있는 기회를 놓치지 않으려는 의협 집행부의 노력이 회원들이 반대하는 제도를 강행하려는 의지로 비쳐지고 평가 받는 상황이 안타깝다"고 밝혔다.

특히 모형 개발의 추진 중단은 의료계 내부의 더 큰 혼란이 확산되는 것을 막기 위한 것이라는 입장을 전했다. 의협은 "현재 적지 않은 의료계 지도자들이 만성질환관리에 대한 설명조차 거부하고 TF의 참여를 결정짓지 못하는 상황에서 의협 집행부가 사업 제안을 추진하는 것은 더 큰 의료계의 혼란을 초래하는 일이 될 것"이라며 "회원들의 요구가 있을 경우 사업 추진을 다시 시작할 것"이라고 밝혔다.

만성질환관리제도는 반드시 도입되어야 하는 제도라는 기존 입장에는 변화가 없다는 점도 분병히 했다. 거의 모든 선진외국에서 이미 도입된 제도이며, 의사로서 반대할 어떠한 명분도 없는 제도라는 설명이다.  

의협은 "건강보험공단이 자체적으로 만성질환관리를 하겠다며 법개정을 서두르고 있는 상황에서 의사들이 주축이 되는 만성질환관리서비스의 모형을 제안하는 것 자체를 포기하는 것은 안타깝기 그지 없는 상황"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의협 집행부는 민의를 거스를 수 없다"면서 "만성질환관리제를 회원들의 동의가 있을 때까지 추진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만성질환관리제를 둘러싼 정확한 정보를 바탕으로 회원들의 여론이 수렴돼야 한다는 입장도 밝혔다. 의협은 "비록 만성질환관리제에 대한 오해의 단초는 정부가 제공했으나, 현재의 판단에 대한 책임과 미래의 결과는 오직 의료계의 몫"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만성질환관리제라를 정확히 이해하고 어떠한 판단이 의료계의 미래를 위한 것인지 신중히 판단한 뒤 회원들에게 정보를 제공한 후 여론을 수렴하여 의협 집행부에 전달해 달라"고 전국 16개 시도회장 및 각과의사회장님 등 의료계의 지도자님들에게 주문했다.

의협의 이 같은 입장 정리는 만성질환관리제도를 둘러싼 의료계 내부의 분열 양상을 수습하고 장기적인 관점에서 제도에 대한 논의를 새로 시작해 여론을 하나로 모아 나가는 것이 현 시점에서 가장 바람직하다는 판단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 

특히 이번 입장 표명으로 그동안 의료계 일각에서 지속적으로 제기돼 온 '거래설' '빅딜설' 등 루머는 더 이상 확산되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달 18일 건정심에서 토요가산 확대가 결정되고 의원급 의료기관이 중심이 되는 만성질환관리제를 의협이 9월 내 건정심에 보고키로 했다는 내용이 알려지면서, '토요가산확대는 만성질환관리제의 부대조건'이란 소문이 의료계 일각에서 유포되기 시작했다. 노 회장은 기자회견과 대회원 서신문, 언론 인터뷰 등을 통해 여러 차례에 걸쳐 부대조건설은 사실 무근이라고 항변했으며, 보건복지부 관계자들 역시 '부대조건은 없다'고 확인했으나 출처를 알 수 없는 소문은 꼬리에 꼬리를 물고 확산됐다. 

급기야 '빅딜설은 사실'이라는 내용의 익명투서가 시도의사회장들에게 전달되는 사건이 발생하고, 16개 시도의사회장들은 만성질환관리제의 시범사업 제안을 위한 태스크포스에 불참키로 결정하는 등 혼란이 빚어졌다. 

만성질환관리제에 대한 대한의사협회의 입장



최근 만성질환관리제와 관련하여 의료계에 혼란이 초래되고 있어 이에 대해 회원님들께 먼저 사과 드립니다. 이에 대한 의협 집행부의 입장 표명과 함께 회원들의 동의가 있을 때까지 의협은 만성질환관리제를 추진하지 않을 것임을 밝힙니다.


1. 만성질환관리제는 도입이 필요한 제도
환자의 자가관리가 중요한 만성질환자들에게 환자교육과 표준관리지침 및 알림 서비스 등을 제공하고 의사들에게는 환자의 누적된 질병정보를 제공하여 환자의 건강상태를 향상시키는 동시에 합병증의 발병을 예방함으로써 장기적으로 의료비를 절감시키는 효과를 가져오는 만성질환관리제도는 반드시 도입이 필요한 유익한 제도임을 재확인합니다.


2. 왜곡된 ‘만성질환관리제’라는 이름
그러나 정부는 2년 전인 지난 2011년 만성질환관리제가 아닌 진료비 할인제도인 선택의원제를 시행하면서 의료계의 거센 반발이 발생하자 이를 무마할 목적으로 선택의원제라는 명칭을 만성질환관리제라는 명칭으로 바꾸는 실수를 하였습니다. 게다가 민간의료기관과 경쟁관계에 있는 보건소에 중재관리자 역할을 부여함으로써 의료계의 강한 반발을 불러 일으켰습니다.

만성질환관리제가 아닌 선택의원제에 만성질환관리제라는 명칭을 붙임으로 인해 의료계가 만성질환관리제를 반대하는 어처구니 없는 상황이 초래된 것입니다. 당시 이러한 편법에 동조한 의협도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으나, 일차적 책임은 무리한 정책을 고집한 정부에 있습니다. 그 결과 ‘만성질환서비스’는 하나도 없는 이름뿐인 만성질환관리제는 자리를 잡지 못하고 표류하는 정책이 되었습니다.


3. 의사들에게 찾아온 기회
이름뿐인 만성질환관리제도가 정착되지 못하고 표류하자 정작 제대로 된 만성질환관리제도를 해야 하는 숙제를 안고 있던 정부가 정책의 실패를 인정하고 의료계가 만성질환관리제도에 대한 정책 제안을 낼 것을 주문하였습니다. 정책개발의 초기단계에서 항상 배제되어왔고, 이로 인해 비현실적인 제도들이 만들어져 뒤늦게 수동적으로 참여해 온 의료계에 의료정책을 선도적으로 주도할 수 있는 기회가 온 것입니다.


4. 불신과 피해의식으로 빚어진 오해
그러나 ‘의원급 의료기관을 중심으로 하는 한국형 만성질환관리제의 시범사업 제안’이 토요가산확대와 같은 날 건정심에서 의결되자 적지 않은 의료계 지도자분들과 회원님들은 “만성질환관리제와 토요가산확대를 맞바꾸었다”라는 오해에 기초한 주장을 하셨습니다. 초기의 오해는 가능하지만, 당사자인 정부와 의사협회가 “부대조건이 아니다”라고 공식입장을 표명하였음에도 불구하고 지속적으로 “부대조건이 맞다”라는 주장이 일부 인사들에 의해 되풀이 된 것은 유감이 아닐 수 없습니다.


토요가산확대는 지난 해 12월 있었던 회원님들의 투쟁의 결과로 얻어낸 산물입니다. 그리고 의사들이 원하는 형태로 만성질환관리 시범사업 제안의 기회를 얻은 것은 의협회원님들을 위한 또 다른 소득이었습니다. 그러나 “토요가산확대와 맞바꾼 것”이라는 오해와, 만성질환관리제에 대한 오해, 그리고 “결국 정부에게 이용만 당할 것이다”라는 일부 회원님들의 피해의식 때문에 오해는 더욱 더 커져갔습니다.


오해는 기존의 만성질환관리제와 같은 명칭으로 인한 오해, 토요가산확대와 함께 다루어졌다는 것에서 출발한 오해도 있었지만 사전 논의 없이 갑작스럽게 건정심에서 다뤄지면서 더욱 오해가 증폭했습니다. 의사들이 원하는 형태의 한국형 만성질환관리서비스 모형제안은 다음 번 건정심에서 구분해서 논의하는 것으로 협의되었던 것이 앞당겨지는 바람에 오해가 더욱 커졌습니다.


5. 현재의 상황
지난 6월 18일 열린 건정심에서 토요가산확대(토요일 가산 전일 적용)가 결정되고 의원급 의료기관이 중심이 되는 만성질환관리제를 의협이 9월 내 건정심에 보고하는 내용이 알려지자 16개 시도의사회장 명의의 성명서가 수일만에 발표되었습니다. 그리고 16개 시도의사회장협의회에서는 의원급 의료기관을 중심으로 하는 한국형 만성질환관리제의 시범사업 제안을 위한 TF에 불참을 결정했습니


다. 대한내과개원의협의회는 TF참여의사를 밝혔으나 대한개원의협의회와 대한가정의학과의사회 그리고 대한일반과협의회는 자체 회의를 하였지만 TF참여를 결정하지 못한 상태이고, 대한의원협회는 TF참여를 결정하였다가 일주일만에 불참하기로 번복하였습니다.


6. 민의를 거스르지 않을 것입니다
만성질환관리제도는 반드시 도입되어야 하며 도입될 것입니다. 거의 모든 선진외국에서 이미 도입된 제도이며, 의사로서 반대할 어떠한 명분도 없는 제도입니다. (2011년부터 현재에 이르기까지 반대해 온 만성질환관리제는 실제 만성질환관리제가 아니라 만성질환관리제로 이름만 바꾼 선택의원제였습니다)


더욱이 건강보험공단이 자체적으로 만성질환관리를 하겠다고 이미 다수의 간호사들을 채용하고 있으며 법개정을 서두르고 있는 상황에서 의사들이 주축이 되는 만성질환관리서비스의 모형을 제안하는 것 자체를 포기하는 것은 의협의 집행부로서 안타깝기 그지 없는 상황입니다.


그러나 의협 집행부는 민의를 거스를 수 없습니다. 이에 만성질환관리제를 회원님들의 동의가 있을 때까지 추진하지 않을 것임을 밝힙니다.


7. 앞으로의 전망
앞서 말씀 드린 바와 같이 건강보험공단은 자신들이 중재관리자가 되는 자체적인 만성질환관리제의 운영모델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이미 많은 유휴인력 때문에 압박을 받고 있는 건강보험공단은 만성질환관리의 중재관리자가 되는 것을 유휴인력의 탈출구로 생각하고 간호사들을 대거 채용하여 준비에 박차를 가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습니다.

그리고 보건소 역시 만성질환관리의 중재관리자 역할을 가져가기 위한 노력을 멈추지 않고 있습니다. 앞으로 만성질환관리의 중재관리자 역할을 의원이 맡을 것이냐, 혹은 건강보험공단이나 보건소가 맡을 것이냐의 치열한 다툼이 벌어질 전망입니다. 의원이 중재관리자가 되는 모형 제안을 의협 스스로 그 역할을 포기한다면, 만성질환관리의 다른 모형을 막아내기 쉽지 않을 것으로 판단됩니다.


8. 결론
만성질환관리제와 관련한 제37대 의협 집행부의 입장을 밝힙니다.


1) 제37대 집행부는 환자의 건강도 향상 및 합병증 예방, 그리고 일차의료기관의 활성화를 위해 예전의 이름뿐인 만성질환관리서비스가 아닌, 진정한 의미의 만성질환관리서비스의 도입이 반드시 필요하다는데 동의합니다.

그러나 만성질환관리서비스는 의원급 의료기관의 적극적인 참여가 담보되어야 하므로, 보건소나 건강보험공단, 혹은 질병관리회사가 중재관리자가 되는 모형이 아니라 의원급 의료기관이 직접 중재관리자의 역할을 하는 모형으로 개발되어야 합니다. 이에 따라 의사들이 원하는 형태로 의원급 의료기관이 중심(중재관리자)이 되는 한국형 만성질환관리제를 정부에 제안할 필요성이 있음을 확신합니다.


2) 그러나 ‘만성질환관리제’라는 명칭으로 인해 발생한 거부감과 의사회원들 오해가 있는 상황에서 회원들의 뜻을 거스르면서 추진할 의지를 가지고 있지 않습니다. 의료계가 정책을 주도할 수 있는 기회를 놓치지 않으려는 의협 집행부의 노력이 회원님들이 반대하는 제도를 강행하려는 의지로 비쳐지고 평가 받는 상황이 안타깝습니다.

3) 회원들의 거부감과 오해는 2011년부터 현재에 이르기까지 시행되고 있는 진료비 감면제에 불과한 제도에 만성질환관리제라는 명칭을 붙인 것에 기인하며, 따라서 이에 대한 책임은 오로지 정부에 있으며 의사회원들의 오해를 불식시킬 책임 역시 정부에 있습니다.

4) 현재, 적지 않은 의료계 지도자분들이 만성질환관리에 대한 설명조차 거부하고 TF의 참여를 결정짓지 못하는 상황에서 의협 집행부가 ‘의원급 의료기관이 중심(중재관리자)이 되는 한국형 만성질환관리제 시범사업 제안’을 추진하는 것은 더 큰 의료계의 혼란을 초래하는 일이라 이에 대한 추진을 중단하며, 회원들의 요구가 있을 시 재개할 것임을 밝힙니다. 의협 집행부는 다른 중요한 의료현안에 집중할 것입니다.

5) 비록 만성질환관리제에 대한 오해의 단초는 정부가 제공하였으나, 현재의 판단에 대한 책임 그리고 이에 따른 미래의 결과는 오직 의료계의 몫입니다. 만성질환관리제라는 현안을 정확히 그리고 충분히 이해하고, 어떠한 판단이 의료계의 미래를 위한 것인지 신중히 판단하신 후에 회원님들께 정보를 제공하신 이후 회원님들의 요구를 수렴하여 의협 집행부에 전달해주실 것을 시도회장님들 및 각과의사회장님 등 의료계의 지도자님께 주문합니다.

2013. 7. 10.

대한의사협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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