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간담회서 의료현안 및 병원 경영 철학·소신 밝혀
"질병관리·예방 프로그램 융합 새로운 패러다임 구축"
"미래의 의료상황은 노령화와 만성질환의 증가로 의료비가 급증하고, 보험재정의 고갈과 의료 질 하락으로 이어질 것입니다. 이에 대비하기 위해 '진단·치료 중심'의 현 의료모델에 첨단기술 기반인 '질병관리 및 예방 프로그램'을 융합한 새 의료 패러다임을 도입하겠습니다."
오병희 신임 서울대병원장은 3일 열린 기자간담회 자리에서 박근혜 정부의 경제분야 핵심 정책인 '창조경제'를 떠올리게 하는 '창조의료'를 병원 운영계획의 첫 머리에 내세웠다.
새 의료 패러다임을 제시함으로써 지속적인 발전이 가능한 국가의료시스템을 구축하겠다는 것이 오 원장이 구상하고 있는 '창조의료'의 핵심.
"정직하게 진료하면 경영이 더 악화될 수밖에 없다"고 밝힌 오 원장은 "그렇다고 서울대병원이 다른 사립대병원들과 진료 경쟁을 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며 "새로운 가치를 찾아내 수익성을 높이는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고 했다.
"서울대병원의 설립 목적은 훌륭한 의료인을 길러내고, 수준 높은 연구를 통해 새로운 가치를 창출하며, 적정한 진료를 국민에게 제공하는데 있습니다. 그것이 국가중앙병원인 서울대병원의 역할이라고 생각합니다."
오 원장은 새로운 가치 창출을 위해 서울대병원과 서울의대는 물론 서울대 관악캠퍼스의 우수한 인재들이 한데 모일 수 있는 장을 마련함으로써 '정책통합'과 '기술융합'을 이끌어낼 계획이다.
"융복합형 인프라 구축을 위해 서울의대와 함께 '융·복합 연구병원' 건립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힌 오 원장은 "융·복합 연구가 활발히 이뤄질 수 있는 관악캠퍼스나 첨단의료복합단지를 염두에 두고 있다"고 언급했다.
융·복합 연구를 통해 새로운 치료법과 신약을 개발하고, IT에 기반한 의료정보시스템과 병원 수출로 '창조의료'의 돌파구를 열겠다는 것이다. 하지만 1500억원∼2000억원이라는 막대한 비용을 어디에서 어떻게 조달할 것인가가 과제로 남아 있다.
오 원장은 "국민과의 소통을 강화하고, 내부 혁신을 통해 창조적 변화를 이끌어 내야만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며 "국민의 정성어린 기부금이 됐든, 정부의 지원금이 됐든 서울대병원이 국가중앙병원으로서 역할을 제대로 수행하고, 국민에게 가치있는 병원으로 인지될 때 떳떳하게 손을 벌릴 수 있지 않겠냐"고 했다.
"어린이병원에서만 한 해 수 백억원의 적자를 보면서도 열심히 운영하고 있고, 진료할수록 적자인 희귀난치성 질환을 결코 외면하지 않고 있다"고 밝힌 오 원장은 "아시아 저개발 국가의 의료 수준을 높이기 위해 의료진 교육과 진료체계를 바로잡아 주는 사업도 벌이고 있다"며 "공공병원의 역할을 게을리하지 않고 있다"고 설명했다.
7개 질병군 DRG를 1일부터 종합병원급 이상 의료기관으로 전면 확대한 정책에 대해서도 한마디 했다.
"DRG는 의료경제학자들은 좋은 도구로 인식되고, 병원으로서는 불편하고 수익이 저하되는 문제가 있어 보는 입장에 따라 양날의 칼이 될 수 있다"고 지적한 오 원장은 "적정진료에 대한 요구의 차이를 어떻게 극복할 것인가가 DRG 문제를 풀 수 있는 키가 될 것"이라고 진단했다.
"정부가 생각하는 적정진료와 대학병원 또는 중소병원이 판단하는 적정진료 사이의 차이가 너무 크기 때문에 비판적인 얘기가 나오고 있다"고 언급한 오 원장은 "신경써서 DRG에 관한 데이터를 뽑아 보겠다"고 했다. 서울대병원이 축적한 방대한 데이터를 그냥 묵혀두지 않겠다는 의지도 내비쳤다.
기획조정실장·강남센터 원장·진료부원장 등 10년이 넘는 보직 경험을 쌓는 동안 서울대병원의 변화를 주도했던 '비전'과 '뉴비전'을 설계하는데 참여한 오 원장은 임기 3년 동안의 청사진을 명쾌하게 제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