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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부인과 DRG 강행하면 산모사망률 더 올라간다

산부인과 DRG 강행하면 산모사망률 더 올라간다

  • 송성철 기자 good@doctorsnews.co.kr
  • 승인 2013.06.13 21: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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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춘균 병협 보험위원장 "산부인과 무너지는 동안 산모 사망률 늘어나"
의료 기술·기기 발전했음에도 사망률 증가한 것은 낮은 수가 때문

▲ 나춘균 병협 보험위원장은 "저수가로 인해 산부인과 의료의 질이 떨어지고 있다"며 "자궁 및 부속기 수술을 DRG에서 제외해야 한다"고 지적했다.ⓒ의협신문 송성철
"저수가를 견디지 못한 산부인과가 문을 닫으면서 산모 사망률이 다시 증가하는 현상은 심각한 문제가 아닐 수 없습니다. 무너지고 있는 산부인과에 DRG를 강행하게 되면 산모 사망률이 더 높아질 것입니다."

나춘균 대한병원협회 보험위원장은 13일 병협 상임이사회와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 소위원회 결과에 대해 브리핑한 자리에서 이같이 지적하고 "산모의 사망률이 다시 높아지고 있다는 것은 그만큼 의료의 질이 저하되고 있음을 반증한다"며 "경영난을 이겨내지 못해 산부인과 의사들이 분만을 포기하는 상황에서 산부인과 수술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자궁 및 부속기수술을 포괄수가제로 묶어둔다면 산부인과 폐업률은 더 높아지고, 산모사망률은 더 올라갈 것"이라고 걱정했다.

통계청이 조사한 <2009∼2011년 사망원인 보완조사 결과>에 따르면 2010년 출산 과정에서 사망한 산모는 출생아 10만 명 당 15.7명으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4개국 평균(9.3명) 보다 월등히 높은 수준을 기록했다. 한국의 모성사망비는 2000년 17.5명에서 2008년 12.4명까지 서서히 줄어들다가 2009년 13.5명으로 반등하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2010년에는 15.7명, 2011년에는 17.2명까지 늘어나 증가 추세가 꺽일 줄 모르고 있다. 특히 35∼39세 산모의 경우 30.1명, 40대 산모의 경우 79.7명에 달해 고위험 임신부를 위한 집중적인 관리가 절실한 실정이다.

나 위원장은 "대통령 소속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까지 만들어 출산을 장려하고 있는 상황에서 출산을 해야 할 산모의 사망률이 올라간다는 것은 창피한 일"이라고 꼬집었다.

모성사망의 주요 원인은 출혈성질환과 고혈압성 질환.

한 지방 대학병원 산부인과 주임교수는 "늦은 출산과 함께 산모들이 산부인과 전문의와 전공의와 자주 만날 수 없기 때문에 이런 질환이 늘어나고 있다"고 지적했다.

"병협 보험위원장으로서 보건복지부에 이렇게 문제가 심각하다는 점을 제대로  전달하지 못한 제 책임도 있다"고 언급한 나 위원장은"의료기술이 발달하고, 더 좋은 의료기기와 장비를 갖추고 있음에도 모성사망률이 높아지고 있다는 것은 그만큼 전문의에 대한 접근성이 떨어졌기 때문"이라며 "산부인과 정책을 결정하는 인사들이 소중한 생명을 살려야 한다는 절실함이 있다면 자궁 및 부속기 수술 만이라도 DRG에서 제외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산부인과는 벼랑 끝으로 내몰리고 있다.

2013년도 전문과목별 레지던트 1년차 지원 현황을 살펴보면 산부인과는 159명 정원에 117명을 확보, 73.6%의 확보율을 보였다. 그나마 연차가 올라갈수록 중도에 그만두는 전공의가 해가 갈수록 늘어나고 있다.

산부인과를 기피하는 원인은 저출산이 가장 크지만 분만사고에 따른 의료소송 위험이 높다는 현실도 작용하고 있다. 더욱이 의사의 과실이 없는 의료사고에도 병원이 보상비를 30% 부담토록한 의료분쟁조정법이 시행되면서 산부인과 기피 현상을 부채질 하고 있다.

지난 4월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이 집계한 '요양기관 현황 신고 현황'을 살펴보면 2012년 한 해 동안 산부인과 의원은 56곳이 새로 문을 열었고, 97곳이 문을 닫았다. 산부인과 의원수는 2003년 1918곳에서 2012년 1457곳으로 461곳이 줄었다.

출산율이 줄어든데다 사고위험이 높고, 원가에도 못미치는 수가로 인해 경영이 어렵다보니 지난해 전국 230곳 시군구 가운데 58곳이 분만실을 갖춘 산부인과가 없는 것으로 조사됐다.  산모들이 가까운 곳에서 산부인과 의사의 전문적인 의료서비스를 받지 못하는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

노환규 의협 회장은 지난 4월 '박근혜 대통령에게 보내는 편지'를 통해 "산모의 모성사망률이 2008년부터 급격히 증가하고 있다"며 저수가제도로 인해 의료의 질이 떨어지고 있음을 반증하는 사례로 꼽고 "국민과 의사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여 의료정책을 만들어 달라"고 호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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