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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약분업 평가, 제대로 해라

의약분업 평가, 제대로 해라

  • 김인혜 기자 kmatimes@kma.org
  • 승인 2002.07.1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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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리하게 강행된 의약분업 2주년 사업의 평가 결과를 놓고 의료계 내부에서 신랄한 비판이 제기되는 등 평가분석의 미흡 등이 도마위에 올랐다.
지난 2일 열린 `의약분업 평가 및 개선방안 모색을 위한 정책토론회'는 의약분업의 홍보성 평가와 같은 색채가 짙었다는 지적을 받는 등 객관적이고 체계적인 분석에는 미흡했다는 지적이다.

특히 의약분업이 항생제와 주사제 처방을 급속히 감소시켰다는 긍정적 효과를 주장한 복지부와는 달리 의료계는 현행 의약분업으로 국민들의 의료기관 접근도가 큰 폭으로 감소했다는데 우려를 표명하는 등 깊은 의견차를 보였다.

실제 복지부가 의약분업 추진 당시 제시한 명분은 항생제 사용량 감소와 의약품 오남용 근절. 그러나 이날 제시된 항생제 사용량 변화는 의약품 오·남용의 규모나 내용의 분석에 있어 계량화되고 체계적인 분석이었다기 보다는 일부 표본조사에 한해 결론을 도출해냈으며 의약분업 이후에도 시행되고 있는 임의조제 규모를 정확히 파악해내지 못했다는 등의 한계를 노출시켰다.

또한 의약분업으로 인한 건강보험재정 문제에 관해서도 의료계와 정부의 의견차는 컸다. 의료계는 충분한 준비없이 의약분업이 강행될 경우 약 4조원의 재정적자가 초래될 것이라고 경고해 왔으나 정부는 의료계의 주장과는 달리 재정절감 효과가 있을 것임을 전제로 개혁을 단행, 현재 1조 8천억원의 차입금을 들여온 상태며 연말까지 들여오도록 예정된 차입금 규모는 3조원에 달한 상태다.

때문에 정부는 의약분업의 성과를 판단하는 데 있어 건강보험재정 현황을 평가의 한 축으로 세우고, 재정이 파탄나게 된 주요 원인을 의료계의 수가인상 탓으로 돌리는 경향이 강하게 나타나고 있다. 그러나 실제 이날 평가에서도 지적됐듯이 건강보험재정의 주요 원인분석에서는 약국의 조제료 증감 등이 전혀 제시되지 않아 정부측의 주장은 근거가 희박하다는 분석이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에서 열린 의약분업 2주년 평가 토론회는 ▲의약분업이 환자 및 의료공급자 등에 미치는 영향과 ▲의약분업이 국민의 의료서비스 이용행태와 의사의 처방행태 변화에 미치는 영향, ▲건강보험 재정에 미치는 영향 등 3가지 주제가 발표됐다.

의약분업이 환자 및 의료공급자 등에 미치는 영향에서 조재국 박사는 2001년 11월과 2002년 5월, 총 2회에 걸친 전화 설문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분석결과 응답자들은 2002년도 들어 의원을 이용하는 경향이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으며, 의약분업을 불편하게 느끼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그러나 이번 설문은 대상자의 선정방법이 모호한 것과 전화조사만으로 의약분업 이용행태를 분석하기에는 적절하지 않다는 지적외에 응답자들로 하여금 응답선택을 `불편하지만 참을만함', `참기 어려울 정도로 불편함', `불편하지 않음' 등으로 한정해 정책변화에 영향을 미칠 수 있도록 하는 설문 문항으로는 한계라는 지적을 받았다.

또 가벼운 질환시 의료기관이나 약국을 이용하지 않는다는 응답자가 첫번째 조사에서 10%였으나 두번째 조사에서는 41.6%로 증가한 점과 첫번째 조사에서 63.3%를 기록하던 의료기관 이용자수가 24.2%로 큰 폭으로 감소한 점은 의약분업이 국민들의 의료기관 이용 접근도를 감소시킨 것 이라는 지적과 함께 이에 대한 제도개선책이 시급하다는 분석이다.

의약분업이 국민의 의료서비스 이용행태와 의사의 처방행태 변화에 미치는 영향에 관해 발표한 김재용 연구원은 의약분업 이후 의료서비스 이용 규모 변화 조사결과 2001년 상반기에 외래 내원일수가 11.62% 증가했으며 보험재정안정화정책이 시행된 2001년 3/4분기에는 13.15%로 순증가가 나타났다고 밝혔다.

질병별 의원외래 의료서비스의 이용량 증감에서는 당뇨병과 본태성고혈압과 같은 주요 만성질환군 등에서 유의한 증가가 나타났으며 일인당 받는 외래서비스 이용량에서도 증가한 것으로 분석됐다고 발표했다.

그러나 이에 대해 김방철 의협 부회장은 만성질환만을 대상으로 분석했다는 점을 지적, 경증질환의 외래이용 변화도 분석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으며 의료이용의 자연증가분에 대한 자료는 없다고 질타했다. 또 의약분업 이전에 1억 7천만 건에 해당되던 임의조제가 의약분업 이후 의료기관으로 이전됐다는 근거가 미약하다며 이에 대한 대책방안을 강구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와 관련 박재용 교수(한국보건행정학회장)도 의약분업 전의 약국이용환자들이 분업후 어느 정도 의료기관을 이용하는지, 또는 의료서비스 이용을 포기했는지 유추할 수 있는 방법이 고안돼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김병익 교수는 당뇨병 등 주요 만성질환자가 월평균 5만명씩 증가하는 데 따른 재정증가분이 건강보험 재정증감에서 차지하는 비중을 고려, 본인부담의 감소와 이들 만성질환자들 증가에 따른 보험재정 파급효과를 분석해야 하는데 이를 간과했다는 지적이다.

약국조제에 관해서도 김 교수는 의약분업 이후 약국조제가 큰 비중을 차지하는 데 이에 대한 조사가 완전히 누락됐다고 지적했다. 특히 김 교수는 의료기관에서 약 4억 7천만 건의 처방을 했으나 실제 약국에서 조제된 건수는 3억 건으로 차이가 커 약국에서의 조제를 근거로 처방행태의 변화를 분석해야 정확하다고 분석했다.

한편 의약분업이 의사의 처방행태 변화에 미친 영향에서 내원일당 투약일수는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으며 항생제의 처방률은 감소한 것으로 분석됐다. 건당 약품비도 의약분업 이후 50%이상 증가, 고가약 사용에서 기인했다는 평가다.

그러나 이에 대해 김병익 교수는 처방건당 약제비 증가가 결과적으로 고가약 사용으로 유추될 수 있으나 투약일당 약제비나 진료일당 약제비로 비교해야 고가약 처방 증가에 관한 정확한 분석이 가능하다고 지적했다. 실제 내원일당 투약량의 증가는 예상되는 분업의 효과와는 배치되는 것으로 심층적인 분석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는 실정이다.

김진수 소장(공단 사회보장연구센터)도 고가약 처방 분석결과에 대해 현재 고가약에 대한 정의가 없는 상태여서 해석상의 오류가 생길수도 있음을 전제, 이번 조사는 의원급만을 대상으로 고가약 사용 현황을 분석한 것으로 병원급 이상의 전체 의료기관의 고가약 사용 현황을 대표하기에는 무리라고 지적했다.

공단 조사결과 종합병원과 병원, 의원중 고가약 처방 비율이 의원에서 가장 낮다는 근거다. 또 김 소장은 항생제와 주사제 처방의 증감은 청구명세서를 근거로 파악하는 것 보다 수진자자료를 근거로 분석해야 타당하다고 지적했다.

의약분업이 건강보험재정에 미친 영향에 관해서는 보험재정 증가의 원인이 의약분업 제도 자체의 원인 외에 수가인상, 본인부담 경감에 따른 재정부담 등으로 제시됐다. 발표자는 약가 실거래가제 도입에 따른 수가인상을 분업과 관련된 재정증대 요인으로 지적했는데 이에 대해 김방철 의협 부회장은 “2000년 4월에 인상된 수가는 약가의 실거래가제로의 전환에 따른 손해보전 차원에서 이미 합의된 것으로 의약품으로 인한 재정 증대와는 직접적인 연관이 없다”고 지적했다.

발표자는 또 의약분업 이후 보험재정 추이에서 건강보험 약국의 총투약일수가 2000년 7월 이후 급격히 증가했으며 전체 요양기관의 약국 진료비를 포함해 외래 내원일당 진료비를 비교했을 때 진료비가 큰 폭으로 상승한 데 비해 건강보험 외래 실환자당 진료비는 의약분업 이후 급감했다고 보고했다.

이에 대해 김병익 교수는 의약분업 이후 약국 진료의 수량 및 가격이 상승했다는 점을 간과한 채 의약분업에 따른 보험재정 증대 요인을 분석했다고 지적, 의약분업으로 약국을 동시에 방문하도록 돼 있는 현재의 제도에 따른 보험재정 증대 요인을 분석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는 이날 설문결과에서 나타난 바와 같이 약국의 매출구조 변화가 의약분업 이전에 처방조제 비중이 33.8%였던 것에서 의약분업이후 61.2%로 증가했다는 것을 간과한 것이라 볼 수 있다. 따라서 보험재정 증가요인중 약국의 조제행위료에 대한 비중을 고려한 분석이 없다는 지적은 의약분업으로 인한 재정 증대 요인을 정확히 분석하기에는 한계일 수 밖에 없다는 분석이다.

때문에 김 교수는 의약분업으로 인한 재정 증감 변화의 정확한 분석을 위해서는 의료기관의 수가인상이 없음을 전제로 외래 이용량의 증가 및 약국 조제환자의 조제료 변화, 수가인상에 따른 재정 변화, 본인부담률 감소에 따른 재정 변화 등의 단계별 분석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이날 토론회에서는 이 외에도 건강보험재정에 관한 분석뿐 아니라 국민의료비 지출의 증감 및 배분 정도 등도 추후 분석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제시됐으며 시민단체 대표로 참석한 토론자는 주사제 감소는 캠페인만으로도 얻을 수 있는 효과였음을 지적, 분업자체의 효과로는 볼 수 없다며 의약분업으로 인한 양적인 변화 외에 환자들의 가계지출부담에 대한 변화도 분석돼야 한다고 제언했다.

한편 복지부 이용흥 보건정책국장은 이날 토론에서 의약분업으로 약사들의 임의조제가 다소 경감된 효과가 있다며 현재 시행중인 의약분업을 법적 제도로 인정해야 한다는 다소 유보적인 입장을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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