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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시행, 후보완' 의약분업 재방송인가?

'선시행, 후보완' 의약분업 재방송인가?

  • 송성철 기자 good@doctorsnews.co.kr
  • 승인 2013.06.01 14: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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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개 질병군 DRG 확대 시행 불과 한 달 앞두고 여전히 의견 분분
정부 "시행해 보면서 개선하자" VS 병원계 "부작용 불보듯…좀더 준비를"

▲ 사립대의료원협의회가 주최한 미래의료정책포럼에서 발제를 맡은 (왼쪽부터)지영건 교수·배경택 보건복지부 보험급여과장과 좌장을 맡은 김린 고려대의료원장.ⓒ의협신문 송성철
한 달 앞으로 다가온 7개 질병군 포괄수가제(DRG)를 종합병원과 상급종합병원까지 확대하는 방안을 놓고 정부는 '선시행, 후보완'을, 병원계는 '선보완, 후시행'을 주장하며 평행선을 달리고 있다.

사립대학교의료원협의회는 5월 31일 가톨릭대 성모병원에서 '미래의료정책포럼'을 열고 '민간의료기반에서의 포괄수가제 해법'을 진단했다.

정부측을 대변해 발제를 맡은 배경택 보건복지부 보험급여과장은 "행위별수가제의 특성에 기인한 진료비 총량이 지속적으로 증가하면서 국민의료비 증가 속도가 OECD 평균 2배 이상이다. 진료비 억제 대책이 시급하다"며 "시범사업 결과, 필수 서비스 제공량이 감소되지 않았고, 질적 차이가 없었을 뿐 아니라 환자본인부담이 줄어들었다"고 설명했다. "의료계에서 제기한 대형병원 환자쏠림 현상이나 진료 거부 및 중증환자 기피현상도 없었다"고 밝힌 배 과장은 "종합병원급 확대 시행을 위해 열외군제도와 종합병원 이상의 특성을 반영한 수가와 급여기준을 검토하고 있고, 체계적인 질 관리를 위한 지표개발과 예비평가를 실시했다"며 "시행하면서 나타나는 문제는 개선해 나가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규덕 건강보험심사평가원 기획평가위원도 "선시행 후보완이 아니라 15년 동안 시행하고 있는 제도"라며 "한 달 남겨놓은 상태에서 반대만 할 것이 아니라 환자 분류체계와 수가 보전을 어떻게 할 것인지를 논의해야 할 시점"이라고 지적했다. 이 위원은 "병원마다 수입에 격차가 발생할 경우 일본 DPC제도처럼 수입 보정수가를 따로 신설하는 방안을 모색할 필요가 있다"며 "긴밀한 논의와 자료협조를 통해 내년에는 더 보완할 수 있도록 현실적인 대응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DRG 도입에 따른 현안과 과제'에 대해 주제발제를 맡은 지영건 차의과학대학 교수(예방의학교실)는 "충분한 준비없이 강행하면 의약분업 때 처럼 환자 불편·환자와 의료진과의 갈등·의료기술 발전 및 환자 선택권 제약 등 간과했던 문제들이 한꺼번에 드러나게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지 교수는 "DRG 시행 이후에도 절감효과가 거의 없고, 전체 진료비에서 70∼80%를 차지하는 병실이나 인건비 등 고정비용을 정부가 보상해 주지 않는다면 병원들은 DRG에 반대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며 "DRG 시행으로 가장 절감효과가 큰 약제비·치료재료 등 직접 비용에 대해 우선 포괄수가를 적용하고, 점차 검사 치료 영역으로 확대하는 '한국형 DRG'를 시행할 필요가 있다"고 대안을 제시했다.

▲ 미래의료정책포럼에서 지정토론을 벌인 (왼쪽부터)이규식 심평원 기획평가위원·김양균 경희대 교수·강중구 건보공단 일산병원 부원장·이근영 한림대의료원 부의료원장.ⓒ의협신문 송성철
지정토론자로 참여한 김양균 경희대 교수(의료경영학)는 "1970년대 건강보험과 의료제도의 패러다임이 바뀌지 않은 상태에서 DRG를 실시한다고 보험제도와 체계가 바뀌지 않는다. DRG는 만병통치약이 아니다"고 지적한 뒤 "전면적인 개혁보다는 조금 늦게 가더라도 더 준비해서 정확히 가야한다"고 지적했다.

임상의사로서 DRG 시범사업에 참여한 경험을 전한 강중구 국민건강보험공단 일산병원 부원장(외과)은 "DRG에 문제가 많다고 수없이 얘기를 해 왔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며 "의사행위료가 저평가돼 있지만 올릴 수 있는 기전이 없고, 신의료기술도 반영하기 어려운 구조라는 것을 절감했다"고 밝혔다.

"충수돌기절제술을 하다가 패혈증 문제가 발생해 800여만원을 투입했음에도 DRG에서는 17만원 밖에 보상을 받지 못했다"고 설명한 강 부원장은 "동맥류가 발생한 다른 수술은 무려 9800만원의 적자를 병원이 감수할 수밖에 없었다"고 임상현실을 전했다. 강 부원장은 "행위료를 분리해 보상할 수 있는 길을 열어주고, 신의료기술을 신속히 반영할 수 있도록 제도를 개선해야 한다"며 "약제비와 치료재료부터 '한국형 DRG'를 도입하는 것이 더 현실적이고, 효과적"이라고 조언했다.

이근영 대한산부인과학회 보험위원장은 "OECD 평균에도 못미치는 의료비를 주면서 최상과 최강도의 진료를 요구하고 있다"며 "농양이 가득찬 환자를 놓고 수술을 통해 근본적으로 고칠 생각은 안하고 진통제를 써서 고치려 하고 있다"고 정부의 저수가 정책을 비판했다.

"70∼80개에 달하는 자궁 및 부속기 수술 항목을 우리는 1개로 묶어놨다. DRG를 하고 있는 각국을 살펴보니 (우리나라는)엉터리로 지불제도를 만들었다"면서 혹평한 이 위원장은 "DRG를 의무적으로 시행하면서 정부는 원가·분류·조정기전 등을 완벽히 한 후에 실시키로 했지만 현재 준비된 것이 거의 없다"며 비판 수위를 높였다.

이 위원장은 "현행 행위별수가제는 난이도 차이에 따른 위험을 환자가 책임지는 제도지만 DRG는 위험을 의사가 책임져야 하는 제도"라며 "환자의 불만과 요구를 둘러싼 갈등을 어떻게 풀어갈 수 있을지 막막하다"고 답답한 심경을 토로했다.

자유토론에서도 병원장들의 불만이 제기됐다.

포럼에 방청객으로 참석한 소의영 아주대의료원장은 "모든 위험부담을 의료공급자만 책임지라고 한다"며 "의료공급자들의 의견을 들을 계획은 있냐?"고 반문했다.

배경택 보건복지부 보험급여과장은"오늘 제기한 문제점들을 실무적으로 검토해서 수정할 것은 수정하고, 앞으로도도 DRG발전협의체를 통해 고칠 것은 고쳐나가겠다"고 밝혔다. 배 과정은 "적절한 의료서비스에 대해 국민이 적절한 가격을 부담하고 있는지 이야기할 것"이라며 낮은 수가와 보험료 부담 문제에 대해 고민하고 있음을 내비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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