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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원, 수가인상 요인 충분...문제는 '룰(rule)'

의원, 수가인상 요인 충분...문제는 '룰(rule)'

  • 고신정 기자 ksj8855@doctorsnews.co.kr
  • 승인 2013.05.21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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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거없는 수싸움·실효성 없는 부대조건 남발 '언제까지'
"원칙 없는게 가장 큰 문제...최소한의 기준이라도 둬야"

 2012년 10월 9일 진행된 2013년 수가 협상 장면. 

2014년도 의원급 수가결정을 위한 대한의사협회와 국민건강보험공단과의 협상이 오늘(21일)부터 본격적으로 시작된다.

의원급 의료기관의 경우 전체 급여비에서 의원급이 차지하는 몫이 해마다 줄어들고 있는데다, 수가의 직접적인 영향을 받는 행위료 증가율이 상대적으로 낮다는 점에서 다른 종별에 비해 상대적으로 수가 인상요인이 큰 것으로 분석되고 있는 상황.

그러나 '수치'보다는 '정치'를 앞세우는 수가협상 행태가 반복될 수 있다는 점에서 그 결과를 마냥 낙관할 수도 없다.

의원급 급여비 파이 10년새 10% 이상 줄어...대부분 병원급 흡수

의원급 의료기관의 현 주소를 가장 극명하게 보여주는 수치는 급여비 점유율의 급격한 감소다.

의원의 급여비 점유율은 2001년 32.8%에 달했지만, 2002년 31.3%, 2004년 27.3%, 2008년 23.5%로 지속 감소하다 지난해에는 21.7% 수준까지 떨어졌다.

급여비 점유율이란 전체 요양급여비용 가운데 각 종별에 돌아가는 금액의 비중을 말하는 것으로, 풀어서 말하자면 2001년에는 전체 급여비의 1/3 가량이 의원급으로 돌아갔지만, 지난해에는 그 몫이 1/4 수준으로 줄어들었다는 얘기다.

의원급에서 증발된 금액의 대부분은 병원급으로 흡수됐다.

병원급 급여비 파이는 2001년 31.8%로 의원보다 작았지만, 2002년 32.6%로 처음으로 의원 몫을 넘어섰고 이후 2004년 35.7%, 2008년 41.6%, 그리고 지난해 말에는 46%까지 늘어났다. 2001년에는 의원급과 유사했던 파이가, 2012년에는 전체의 절반에 이를 정도로 커졌다는 의미다.

다른 종별에서도 일부 변동이 있긴 했지만, 의원급만큼 부침이 큰 곳은 없다. 약국의 급여비 점유율은 2001년 25.7%에서 지난해 24.5%로 사실상 제자리 걸음을 했으며, 치과는 2001년 4.8%에서 3.3%, 한방의료기관은 3.8%에서 4%로 미세한 변화를 보였다.

행위료 부분을 따로 떼어 보아도, 의원급의 어려움을 쉽게 짐작해 볼 수 있다.

지난해 의원급 행위료 증가율은 5.67%로 집계됐는데, 이는 요양기관 전체 평균 7.88%에 크게 못미치는 수치다. 같은 기간 병원의 행위료 증가율은 9.92%, 치과는 8.93%, 한방은 7.41%를 기록했다.

의원급 의료기관에서 상대적으로 수가인상 요인이 높다는 점은 공단 수가연구에서도 확인된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관련 단체 및 연구자들에 따르면 공단의 2014년 환산지수 연구결과 의원은 수가를 플러스할 요인이, 병원과 약국 종별은 마이너스 요인이 있다는 결론이 도출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수천만원짜리 환산지수 연구 보고, 협상장선 무용지물

일련의 자료들을 근거로 보자면 의원이 다른 종별에 비해 상대적으로 높은 수가 인상률을 받는 것이 당연한 것처럼 보이지만, 문제가 그리 간단치 만은 않다.

과거 수차례 협상에서 '근거와 원칙'보다는 '정치적 타협'이 우선됨을 목격해 온 까닭이다.

일례로 공단의 환산지수 연구결과와 해당년도 각 유형별 수가인상률 순위를 비교해보면, 양자가 딱 들어맞는 경우를 찾기가 쉽지 않다.

공단은 매년 의약 단체와의 수가협상에 앞서 유형별 환산지수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연구는 각 유형별 특징을 고려해 유형별 수가를 어떻게 조정해야 할지를 검토한 일종의 수가협상 근거자료인데, 이상하게도 실제 협상테이블에서 이 연구결과가 효력을 발휘하는 경우는 드물다.

구체적인 조정률은 고사하고 최소한의 가이드라인이라 할 수 있는 우선순위 조차 연구와 실제 협상결과가 어긋나는 일이 부지기수다.

실제 공단이 내놓은 2013년 환산지수 연구결과에 따르면 주요 5개 종별 가운데 수가인상 필요성이 가장 높은 종별은 약국-치과-병원-의원-한방 순이었다. 그러나 실제 수가인상률 순위는 약국-치과·한방-의원-병원의 순서로 정해졌다. 한방은 수가인상 필요성이 가장 낮은 5순위로 꼽혔지만 '협상력'을 인정받아 최종적으로 의원·병원보다 더 높은 인상률을 받았다.

과거의 사례들도 이와 크게 다르지 않다.

의원급의 경우 2009년 공단 연구에서 3순위, 2011년 연구에서 2순위를 받았지만 실제 인상률은 5개 주요 종별 가운데 하위권에 가까운 4위에 그쳤다. 반대로 한방의료기관의 경우 2010년 5순위, 2012년 4순위 등 하위권으로 평가받았지만 실제 수가협상 결과 각각 3위, 2위로 연구결과보다 높은 순위의 인상률을 받았다.

공단 스스로 자신들의 연구결과를 뒤짚는 협상을 체결한 셈이다.

유형별 협상 말뿐...'실효성 없는' 부대조건도 난무

수가협상이 관행적·정치적이라는 비판을 받는 이유는 또 있다.

당초 정부는 각 요양기관의 특성을 반영한다는 취지로 2008년부터 유형별 수가협상제도를 도입한 바 있다. 어려운 곳은 수가를 더 주고, 남는 곳은 덜 줘서 특정 종별로의 자원 쏠림현상을 막고, 유형별 균형을 맞춘다는 의미다.

하지만 그로부터 5년여가 지난 지금. 현행 유형별 수가협상이 종별 특성을 제대로 반영하고 있다는데 동의하는 전문가들은 많지 않다. 각 유형의 수가가 관행적으로 2% 내외에서 정해져 오는 일이 반복되어왔기 때문이다.

병원급 급여비  쏠림현상은 유형별 수가협상 이후 오히려 더 심화됐다.

단체협상이 이뤄지던 시기인 2004년~2007년의 병원급여비 점유율은 35.7%에서 40%로 3년새 4.3%p 늘어나는데 그쳤지만 2008년~2011년 40%에서 44.7%로 3년새 4.7%p가 늘었다. 의원과 병원간 급여비 점유율 격차 또한 2007년 15.5%p에서 2011년 23.1%p로 더욱 벌여졌다.

실효성 없는 부대조건들이 협상의 성패를 가르는 전제조건이 되고 있다는 점도 문제다.

공단은 부대조건을 각 단체들의 '협상·협조 의지'를 가늠하는 일종의 바로미터로 삼아, 제시한 부대조건을 받아들이는 기관에는 일종의 인센티브를, 그렇지 않은 쪽에는 일종의 패널티를 주는 도구로 삼아왔다.

문제는 공단 협상팀이 내놓은 부대조건 또한 원칙과 근거가 미흡하다는 점이다.

실제 공단은 2013년 수가협상에서 병원협회와 '무의미한 연명치료 중단 등 국민운동을 전개한다'는 사실상 선언적 내용을 수가인상 부대조건으로 내걸고, 이를 수용하는 조건으로 병원급에 유형별 협상 이래 사상 최고치인 2.2%의 수가인상률을 선물했다.

그러나 이후 국민의 생명과 관련된 문제를 건강보험 재정 절감책으로 내놓은 것은 윤리적으로 문제가 있다는 비판이 쏟아지자, 공단과 병협은 긴급히 부속합의 문구를 재수정해 내놓았다.

약속의 내용은 달라졌지만, 병원급 수가인상률은 그대로 유지됐다. 이는 부대조건이 제도개선 의지를 가늠하는 잣대라는, 또 정부정책에 협조한 유형에 대해 일종의 '댓가'로 수가를 더 얹어준다는 공단 스스로의 설명 또한 부정한 결과다.

일각에서는 공단이 협상을 체결하고 싶은 곳에는 좋은 조건을, 협상을 하고 싶지 않은 곳에는 나쁜 부대조건을 제시하는 방법으로 '선별적' 협상을 진행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지난해 협상에서 공단이 의협에 총액계약제와 성분명처방을 부대조건으로 제시, 협상 파행을 불러왔다는 일화가 대표적인 예다.

"원칙 없는게 가장 큰 문제...막무가내식 협상 언제까지 반복할건가"

의료계는 수가협상의 원칙을 세우는 것이, 협상으로 인한 갈등과 반목을 막고, 수가협상의 신뢰성을 높이는 길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의료계 한 관계자는 "왜 (수가인상률이) 2%냐고 물어도 누구도 명확한 대답을 해주지 못하는 것이 지금 수가협상의 현실"이라면서 "(공단은) 언제까지 이런 막무가내식, 무원칙 협상을 계속할 것이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공단이 수가협상과정에서 지나친 재량권을 발휘할 수 있는 것도, 그로 인해 보험자와 공급자, 또 공급자단체간 불필요한 갈등이 벌어지는 것도 모두 원칙이 없기 때문"이라면서 "지금과 같은 협상이라면 누구도 그 결과를 신뢰할 수 없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전문가들은 수가협상을 바로세우기 위해서는 당사자들의 의견을 반영한, 수가협상 원칙·기준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제안하고 있다.

공급자단체 측 한 관계자는 "원칙을 세우고, 공급자단체와 보험자 모두 이를 지켜 나갈때, 수가협상의 예측가능성을 높이고 불필요한 갈등을 줄일 수 있다"면서 "공단이 주도하고 각 공급자단체가 쫓아가는 형태의, 현 수가협상의 불공정성 또한 조금이나마 해소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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