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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쟁 부추기는 인센티브는 가라"...울산대병원의 도전

"경쟁 부추기는 인센티브는 가라"...울산대병원의 도전

  • 고신정 기자 ksj8855@doctorsnews.co.kr
  • 승인 2013.04.02 08: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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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목별·의사인력별 수익 인센티브제도 과감히 폐지
초과로 일한만큼 '수당' 주고 , 일 많은 곳엔 '사람' 주고

▲조홍래 울산대병원장. ⓒ의협신문 고신정
'수익 기여도가 아닌 의료진이 실제 일한 시간이 보상의 잣대가 되고, '뭉치 돈'이 아니라 일을 함께 나누어 할 '사람'을 준다.'

수익 중심 인센티브 제도를 놓고 갑론을박이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울산대병원의 새로운 실험이 관심을 모으고 있다. 일한만큼 보상을 나누고, 넘치는 만큼 일을 나눈다는 단순한 개념이지만 울림은 크다.

울산대학교병원은 2년 전 수익에 비례해 인센티브를 지급하는 제도를 사실상 폐지했다.

조홍래 울산대병원장은 최근 진행한 의협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열심히 일한 의료진에 인센티브를 지급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지만, 수익 기여도에 따라 돈을 나눠주는 것이 옳은 일인지 회의가 들었다"고 말했다.

울산대병원 또한 다른 병원들과 마찬가지로 과거 수익 기여도에 따라 과별 혹은 의료인별로 인센티브를 차등지급하는 제도를 뒀었다. 그러나 일에 대한 충분한 보상이라는 취지와는 달리 인센티브 제도의 시행이 오히려 과목간, 의료진간 갈등을 부추기는 원인이 됐다. 이로 인해 환자들을 제대로 보살피지 못하는 악결과도 나왔다.

조 병원장은 "처음에는 수익에 따라 과별로 인센티브를 나눠주는 제도를 택했는데, 그러다보니 과별로 환자를 붙잡아 두려는 경향이 생기더라"고 털어놨다. 수술이 끝난 뒤 내과적 치료를 받아야 할 환자를 내과로 보내지 않고 외과파트에서 계속 진료를 한다던지, 다른과와의 협진을 기피하는 부작용이 발생한 것이다.

과목별 진료수익 격차가 필연적이라는 점도 제도 개선의 이유가 됐다.

조 병원장은 "진료과목별로 특성이 있다보니, 어느정도만 일하면 적지 않은 수익이 쌓이는 과목이 있는가 하면 반대로 진료를 할 수록 적자가 발생하는 경우도 있다"면서 "일은 더 많이 더 열심히 하는데도 수익이 나지 않는다는 이유로 불이익을 받는다면 너무 부당한 일 아니냐"고 지적했다.

이후 각 의료진별로 성과에 따라 인센티브를 지급하는 방식으로 변경했는데, 이번엔 불필요한 진료가 늘어날 수 있다는 걱정이 컸다.

조 병원장은 "개인별 진료실적 즉, 수입이 인센티브 지급액과 직접 연동되는 구조이다보니, 인센티브에 대한 기대가 불필요한 진료를 부추기는 유인이 될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면서 "말그대로 급여 외에 더해지는 추가급여여서 제도 시행초기에는 금액의 많고 적음이 문제되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사람이다보니 서로 비교하고 그 결과가 갈등의 원인이 되기도 하더라"고 회상했다.

이런저런 시행착오 끝에 울산대병원은 2년전부터 인센티브 제도를 사실상 폐지했다. 그 대신 야간이나 공휴일에 추가로 근무하는 의료진에게는 진료비의 일부를 수당으로 돌려주는 제도를 뒀다. 일종의 '야근수당'처럼 진료시간이 통상의 근무시간을 넘어서는 경우 그에 대한 비용을 지급하는 식이다.

일한 만큼 수당이 지급되는 '클리어'한 방식에, 추가 근로가 이뤄지면 반드시 보상이 이뤄진다는 '약속'이 더해지면서 의료진들의 만족도도 크다.

이와 더불어 울산대병원은 의료진의 근무시간을 분석할 수 있는 나름의 틀도 마련했다. '진료 표준화 평가기준'이라는 것인데, 이 또한 진료량이 적은 의사에게 불이익을 주기보다는, 의료진별로 적절한 노동시간이 지켜지고 있는지를 파악하기 위한 것이다.

조 병원장은 "현재 150명의 전문의가 근무하고 있는데, 한명도 같은 일을 하는 사람은 없다. 때문에 어떤 의사가 얼마나 일을 하고 있는지를 파악하는 데는 어려움이 있다"고 배경을 설명했다.

진료 표준화 평가는 의사 개인별로 업무강도를 파악해 인력을 적절히 배치하기 위한 도구다. 일손이 남는 곳 혹은 일손이 더 필요한 곳을 찾아 필요한 조치를 취하는 것이 병원의 임무란다.

조 병원장은 "의사가 너무 많은 일에 시달리게 되면, 그 피해는 해당 의사 뿐 아니라 의사에게 진료를 받는 환자에게도 고스란히 전해진다"면서 "환자와 의사 모두 만족할 수 있는 병원, 꿈 같은 얘기지만 최대한 그 꿈에 가까이 가기 위해 계속 노력하고 싶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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