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끓는 솥에 빠져 화상입은 아이 "푹 자는 게 소원…"

끓는 솥에 빠져 화상입은 아이 "푹 자는 게 소원…"

  • 이영재 기자 garden@kma.org
  • 승인 2013.03.12 17: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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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강성심병원-한림화상재단, 중국 환아 초청 재건수술 지원

피부의 흉터병태 및 섬유증에 대한 수술받은 후 현재에 재활치료에 열중하고 있는 양리 군<가운데>와 의료진.
지난 3월 1일 한강성심병원 화상 소아병동. 삼삼오오 모여 깔깔거리며 장난을 치는 아이들 사이에서 유독 눈에 띄는 한 어린이가 있었다. 주인공은 양리(5·남) 군. 얼핏 보면 한국인 같지만 사실은 화상치료를 위해 내한한 중국 어린이다.

지난 2011년 2월 150℃가 넘는 돼지 사육장 사료솥에 빠져 2~3도의 화상을 입은 양리<사진>는 수개월간의 급성기 치료를 잘 이겨내고 무사히 퇴원했다. 많은 액수의 치료비는 다행히 주위 사람들의 도움으로 간신히 해결했다. 하지만 앞으로 얼마의 수술비가 들어갈 지는 장담할 수 없는 노릇이었다. 게다가 언제부터인가 양리가 통증을 호소하기 시작했고, 피부가 당기면서 제대로 걷지도, 양팔을 들어올리지도 못했다. 자라는 뼈와 달리 피부가 성장을 멈춰서 생기는 현상 때문이었다. 심지어 소원이 '잠을 제대로 자는 것'일 만큼 고통스러워 했다.

양리 가족을 안타깝게 여기는 주민들이 늘면서 이 소식은 한국보건산업진흥원 중국지사 관계자에게까지 전해졌고 양리는 한국에서 무료로 수술 받을 수 있는 대상자로 선정됐다. 한국보건산업진흥원이 체류비와 항공료를 지원하고 한강성심병원이 치료를, 화상환자 후원 사회복지법인인 한림화상재단이 치료비를 후원하기로 한 것.

 
한강성심병원 성형외과 이종욱 교수의 진찰 결과 양리는 화상 후유증으로 인한 전신 구축으로 진단됐다. 정밀 검사 끝에 2월 20일 피부의 흉터병태 및 섬유증에 대한 수술이 진행됐다. 항상 밝은 모습으로 장난을 치던 양리도 수술의 통증은 참기 힘들었는지 고통스러워했다. 하지만 이 순간을 이겨내야 똑바로 걷고 잠을 잘 수 있다는 생각에 '아프다'는 말 한 마디 하지 않고 묵묵히 이겨냈다. 결과도 좋았다. 당기던 피부는 아이의 성장에 맞춰 자리를 잡았고 양리의 얼굴에는 웃음이 다시 찾아왔다. 현재 양리는 물리치료실에서 재활치료를 받고 있다.

2000만원이 넘는 고가의 수술비를 마련하기 위해 한림화상재단은 포털사이트 다음(Daum)·사회복지공동모금회 등과 함께 지난해 12월 3일부터 28일까지 네티즌들을 통해 SNS퍼가기·희망댓글달기·지식마일리지 등을 통한 모금활동을 펼쳤다. 또 SBS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여행' 방송으로 2500여 만원을 모아 양리의 수술비로 사용했다.

현재 회복 중인 양리는 3월 28일 중국으로 돌아간다. 한강성심병원은 화상 치료 후 나타날 수 있는 가려움증을 완화시키는 치료제 등 약제 일부를 양리에게 선물할 계획이다. 또 환송회를 통해 한국에서의 아름다운 추억을 간직하고 앞으로 희망적인 삶을 살 수 있도록 독려할 예정이다.

이종욱 교수는 "현재는 수술을 통해 구축 정도를 완화시켜 걷거나 양팔을 올리는데 문제가 없지만 소아화상의 특성상 아이의 성장 속도에 맞춰 피부를 늘려주는 이식수술이 필요하기에 양리의 경우 몇 차례의 수술을 더 받아야 할지 장담할 수 없다"고 말했다. 또 "양리와 같이 현지 의료기술의 한계와 치료 어려움으로 제때 치료받지 못하는 저소득국가 화상환자들을 위해 지속적으로 무료진료를 펴고 국내로 초청해 수술을 해줄 계획"이라고 밝혔다.

한림대학교한강성심병원과 한림화상재단은 지난 2009년부터 필리핀·인도네시아·몽골 등 아시아 저소득 국가를 찾아 무료 화상진료를 편데 이어 지금까지 약 10여명의 환자를 초청해 수술을 실시했다. 오는 6월과 12월에는 몽골과 필리핀을 찾아 화상환자를 위한 무료진료를 전개할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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