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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pdated. 2024-04-26 17:49 (금)
채식의 배신

채식의 배신

  • 이영재 기자 garden@kma.org
  • 승인 2013.02.22 14: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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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어 키스 지음/부키 펴냄/1만 5000원

#미국의 제칠일안식일예수재림교 신자는 고기를 먹지 않는다. 그들은 평균적인 미국인에 비해 고혈압이나 당뇨·관절염·대장암·전립선암·심혈관질환 발생률이 낮다. 채식주의자들이 대표적으로 인용하는 사례다. 그렇다면 정말 고기를 먹지 않아서일까? 몰몬교 신자는 고기는 먹지만 술·담배·커피 등을 먹지 않는 등 다른 조건은 재림교 신자들과 거의 같다. 그렇다면 누가 더 오래살까? 몰몬교 신자다.

#'콩을 먹으면 가스가 차고 배가 더부룩하면서 설사와 복통이 생길 수 있고, 갑상선종 유발물질인 고이트로겐이 들어 있으며, 식물성 에스트로겐은 테스토스테론 수준을 낮춰 성욕을 억제시킨다. 1주일에 2회 이상 두부를 먹은 사람들은 두뇌 노화가 가속되고 인지능력이 저하되면서 알츠하이머병 진단 확률이 2배 높아진다.' 이같은 사실을 들어본 적이 있는가?

 
채식이 건강에 좋다는 인식은 불문율 처럼 우리 생각을 지배하고 있다. 채식주의자가 아니라도 대부분의 사람들은 건강을 위해서는 육식을 삼가고 채식을 선호한다. 그런데 만일 이런 채식 위주의 식단이 우리 몸과 마음을 피폐하게 만드는 주범이라면? 진정한 '배신'이다.

미국의 환경운동가 리어 키스가 쓴 <채식의 배신>은 충격적이다. 저자가 20년간 비건(vegan, 유제품과 달갈류 등을 포함한 동물성식품을 전혀 먹지 않는 식습관을 유지하는 사람. 단순한 채식주의자보다 더 철저함.)으로 살아왔기 때문에 더 그렇다. 그는 이 책을 통해 도덕적·정치적·영양학적인 면에서 채식주의의 논리와 근거를 조목조목 살피면서 실제 현실과 얼마나 부합하는지 짚어나간다.

저자는 채식주의가 생명존중과 정의, 지속 가능한 사회 추구라는 좋은 의도에도 무지와 오해로 인해 사람들을 잘못된 길로 인도한다고 진단한다. 또 동물권리주의·농업의 파괴성·기아의 해결책으로 곡물이 제시되는 것 등에 대한 타당성을 검증하고, '포화지방과 콜레스테롤을 많이 섭취할수록 심장질환 위험이 높아진다'는 지방가설을 반박한다. 이와함께 채식주의자들이 만병통치약 처럼 떠받드는 콩의 위험성에 대해 경고한다.

먼저 도덕적 관점. 채식주의는 생명을 희생하면서까지 먹을 수는 없기 때문에 육식을 피한다면서 과일은 스스럼없이 먹는다. 과일의 씨를 죽이는 행동인데도…. 저자는 동물과 식물 사이에는 포식자가 먹이를 먹고 어느 순간 먹이가 포식자를 먹는 호혜관계가 존재하는데 채식주의자들은 그 순환계에서 자신들만 빠지려한다는 것이다. 이같은 인식의 오류는 인간이 지구의 주인이라는 착각에서 비롯된다고 말한다.

이어 정치적인 관점으로는 곡물은 또 다른 화석연료라고 주장하며 곡물은 절대로 기아의 해결책이 될 수 없다고 말한다. 거대 다국적 식품기업들이 선진국 정부로부터 받는 보조금은 연간 3600억달러에 달한다. 이같은 지원으로 낮아진 곡물가격은 채식주의자들이 혐오하는 공장형 축산의 근간을 이루게 한다. 세계 곡물 교역의 절반을 카길과 콘티넨털 두회사가 장악하고 있고 옥수수의 75%를 5개 기업이 통제하고 있으며, 콩 가공의 80%가 4개 기업 수중에 들어가 있어, 기아에 허덕이는 사람들이나 농장을 잃은 농민 등 사회적인 책임감을 전혀 느끼지 않으며 오직 거대 기업의 주주에게만 책임을 지는 구조라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영양학적 관점에서는 더 날카로운 지적을 덧붙인다. 곡물을 먹은 인간은 더 건강해졌는지를 묻고 저지방 고탄수화물 식단의 위험성을 지적한다. 지방과 콜레스테롤이 없이는 살 수 없는 인체의 구조를 과학적으로 접근하며, '포화지방→체내 콜레스테롤 수치 상승→심장질환'으로 이어지는 지방가설이 상관관계가 없다는 수많은 연구결과를 전한다. 오히려 심장병·당뇨병·유방암·충치 등은 고탄수화물 식단이 원인이라는 이른바 '탄수화물가설'을 지지하는 연구결과들이 속속 이어지고 있지만 연간 330억달러의 광고비를 지출하는 거대 식품 산업 자본에게 장악된 현실은 그같은 결과를 외면하고 있다는 것이다.

저자는 20년간 채식주의자로 살아온 생활을 반추하며 "여러분은 이런 경험을 직접 하지 않아도 된다. 내 경험에서 배우면 된다"고 말한다.

이 책은 동물권리주의·공장형 축산의 진실·곡물 카르텔의 세계시장 장악·기아문제·환경·생태론·지구의 미래·농업문명의 파괴성·포화지방과 콜레스테롤·오메가3 지방산·탄수화물 식단·영영학 등의 쉽지 않은 주제를 두루 넘다들면서 유기적으로 풀어낸다. 채식주의 담론의 통합적인 밑그림과 함께 균형있는 사고를 접할 수 있다. 이 책을 통해 독자들은 생명에 대한 연민과 개체 간 평등의식을 유지하면서 평화롭게 육식을 받아들이는 저자의 생태론적 세계관을 만나게 된다(☎02-3142-086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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