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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사되고 싶어 들어온 의대…볼모 잡힐 줄이야"

"의사되고 싶어 들어온 의대…볼모 잡힐 줄이야"

  • 이은빈 기자 cucici@doctorsnews.co.kr
  • 승인 2013.01.23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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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강성민 서남의대 학생회장, 교과부 학위 취소 논란 심경 밝혀
"왜 피해자인 학생들에게 책임 묻나" 비대위 모임서 대책 논의 예정

의사가 되고 싶은 소년이 있었다. 진로를 정한 다음부터는 여느 대입 수험생과 마찬가지로 '점수에 맞춰' 갈 수 있는 대학을 찾았다. 인터넷에서 관련 정보를 수집해보니 '부실의대'라는 께름칙한 수식이 따라 붙었다. 그는 별다른 망설임 없이 그대로 진학했다. '정부에서 인가한 의과대학인데, 설마 심각한 문제가 있겠냐'는 판단이었다.

▲ 강성민 서남의대 학생회장이 학위 취소 사태와 관련해 심경을 밝히고 있다. ⓒ의협신문 김선경
서남의대가 휘청이고 있다. 부실의대 논란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지만, 정부가 폐교라는 칼을 본격적으로 꺼내들면서 존폐의 기로에 섰다.

교육과학기술부가 20일 발표한 특별감사 결과에 따르면, 서남의대생 148명은 2009년∼2011년 8034시간의 임상실습 교육을 받고서 1만3596시간 교육을 받은 것처럼 부풀려졌다. 해당 학점은 물론, 취득한 학위까지 취소할 것을 요구하는 극약처방이 내려지면서 의료계 안팎은 요동치고 있다.

<의협신문>은 22일 격동의 시기에 학생대표라는 바통을 이어 받은 강성민 서남의대 학생회장(24)을 만났다. 올해로 본과 2학년인 그는 "정부에서 피해자인 학생들에게 책임을 묻는다는 게 상식적으로 납득이 가지 않는다"며 사태를 둘러싼 심경을 밝혔다. 다음은 일문일답.

교과부 발표 이후 학교 분위기는 어떤가. 학생들 반응은?
"처음에는 너무 혼란스러웠다. 어떻게 해야할지 감이 올 때쯤 되면 또 새로운 일이 터져 당혹스럽고, 무기력하다. 계속 사안에 대해 논의하고, 고민하다 보니 서서히 틀이 잡히더라.

재학생들은 당장 다음 학기 개강이 제대로 이뤄질지에 대한 걱정이 가장 크다. 이미 이수한 교육도 취소하라는 판국인데, 개강 일정을 따라가다가 우리가 받은 수업이 모두 무효가 될 수도 있는 게 아닌가.

요즘 한창 인턴 지원하고 사회 진출을 앞둔 선배들은 병원 임용에 타격을 입을까 걱정된다. 부모님 우려도 이만저만이 아니다."

진학시기 서남의대에 대한 정보를 어느 정도 알았나. 논란이 떠들석한데도 들어간 이유는.
"의사가 되고 싶었고, 내 성적에 맞는 의대를 택했을 뿐이다. 인터넷에서 부정적인 정보를 접하긴 했지만 루머가 많은 것 같아서 어디까지 믿어야 할지 몰랐다. 정부에서 계속 감사를 했을 텐데 설마 큰 문제가 있을까 싶었다.

들어오고나서 목격한 실상은 최근 국회토론회에서 말씀드린 그대로다. 이사장이 사학비리로 구속되고 나서 교수들이 대거 그만뒀다. 내과 교수가 한 명도 없는데 어떻게 개강을 한다는 것인지. 내과는 세부분과가 다양해서 교수 한두  명을 급히 섭외해 해결될 문제도 아닌데, 학생들은 최소한의 교육 받을 권리조차 침해 받으면서 떨고 있다."

교과부의 학점 취소 요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 이를 서남대에서 수용하지 않으면 정부에서 대학 폐쇄 명령을 내릴 수 있다.
"한마디로 143명의 학위를 걸고 인질극을 벌인 것이나 다름 없다. 학위 취소 대상자들이 04학번부터 06학번까지로 알고 있는데, 이들은 그때부터 시행된 의사국시 실기시험까지 통과해서 당당히 의사가 된 거다.

부실실습을 받았으니 이제 와서 취소하라고 말하는 건, 애초 국가시험 체제 자체가 잘못됐다는 것을 인정하는 셈 아닌가. 보강수업을 들으라는 것도 이미 현장에서 일하고 있는 의료진에게 알파벳부터 다시 배우라고 하는 격이니 현실적으로 말이 안 된다.

이렇게 생각하는 내가 이상한 건지, 정부가 이상한 건지 모르겠다. 무엇보다 피해자인 학생들에게 책임을 묻는 자체를 이해하기 어렵다."

그럼 앞으로 어떻게 사태가 해결돼야 한다고 보나.
"정부의 태도를 보면 어차피 폐과가 최종 목표라는 생각만 든다. 이 과정에서 굳이 학생들을 걸고 넘어져서, 정신적으로도 많은 상처를 입었다. 폐교를 원한다면, 이후의 대책까지 정한 다음 발표하는 게 순서 아니었을까.

지역 편입학이든, 폐과든, 폐교든 우리가 원하는 건 당사자를 배려하는 대책을 속히 수립해서 알려줘야 한다는 것이다. 편입학이 불가피하다면 커리큘럼 차이가 있는 의과대학의 특성을 충분히 고려해 조치가 이뤄져야 한다. 논의 과정에서 학생과 학부모를 배제시키는 것도 곤란하다."

학생 차원의 활동 계획이 있다면 들려 달라.
"어떻게 보면 지금까지 학생들이 침묵해왔기에 정부나 대학에서 ‘쟤네들은 불만이 없나 보다’고 판단해 방치해둔 것일 수도 있다. 정작 정당하게 교육 받을 권리를 요구해야 할 학생들이 가만 있다 보니 이 지경까지 오지 않았나, 반성도 해보았다.

다소 시기가 늦은 감이 있지만 이제부터라도 우리의 권리를 주장해보자는 생각에 전면에 나섰다. 가까운 시일 안에 졸업한 선배들과 재학생들끼리 비상대책위원회를 구성해 가장 시급한 학위 취소 건에 대해 대책을 논의할 예정이다.

노환규 대한의사협회장과 만난 자리에서 대략의 상황을 설명했고, 대한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학생협회와도 남기훈 의장과 새벽까지 연락하면서 공동 대응책을 모색하고 있다. 내부 방침이 확정되면, 최대한 이를 널리 알려서 정부나 대학에 반영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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