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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카비, 골수섬유증 환자 삶의 질 개선"

"자카비, 골수섬유증 환자 삶의 질 개선"

  • 이정환 기자 leejh91@doctorsnews.co.kr
  • 승인 2012.12.06 12: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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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드레아 라이터 교수(독일 루프레흐트 칼스대학 부속병원·혈액종양학)

골수섬유증은 생명을 위협하는 혈액암으로 예휴가 나쁘고 치료 방법이 많지 않다. 지금까지 골수섬유증 치료제가 없어 많은 환자들이 제대로 된 치료를 받지 못했는데, 얼마전 유럽에서 자카비(성분명:룩소리티닙)가 최초의 치료제로 승인을 받으면서 기대를 모으고 있다.

세계적인 혈액종양학·골수섬유증 전문가인 안드레아 라이터 교수(독일 루프레흐트 칼스대학 부속병원·혈액종양학)를 만나 '골수증식종양(MPN)에서의 표적치료'에 대한 임상 경험을 들어봤다.<편집자주>

 
Q. 한국에서는 골수섬유증에 대한 정보가 거의 없는 상태이다, 골수섬유증은 어떤 질환인가?
골수섬유증은 혈액(혈구)생성을 담당하는 기관인 골수가 굳어져 생존을 위협하는 혈액암의 한 종류이다. 몸 속의 기관들은 나이가 들수록 점점 기능을 상실(부전)하게 되는데, 골수도 마찬가지다.

골수섬유증이 진행되면 골수자체가 딱딱해지기 때문에 우리 몸에 필요한 만큼의 혈액이 충분히 생성되지 못 한다. 경화가 일어나서 말랑말랑하지 않은 골수는 혈액을 잘 만들어낼 수 없다.

골수섬유증이 발병하면 섬유화가 진행되면서 점차 혈액을 생성하는 골수가 줄어들게 되고 인체의 다른 장기에서 혈액을 만들어야 한다. 이러한 보조적인 조혈 기관의 역할을 하는 것이 간이나 비장인데, 간과 비장에서 계속 혈액을 생성하다 보면 장기의 크기가 비대해지게 된다.

골수섬유증이 발병하면 적혈구 생성이 충분하지 않아 빈혈이 생기고, 비장비대가 일어나며, 극심한 피로와 체중감소 및 야간발한 등의 전신적 증상이 매일 나타난다. 골수섬유증은 만성질환임에도 불구하고 지금까지 마땅히 치료할 수 있는 방법이 없었다.

수혈을 받거나, 비대해진 비장을 절제하는 등의 조치는 있었지만 골수섬유증의 원인을 치료하는 것은 불가능했다.

2005년 혈액생성과 관련된 유전자에서 변이를 발견했는데, 연구자들은 이 유전자의 변이가 골수섬유증을 발생시키는 원인으로 보고 있다. 하지만 골수섬유증 환자의 50% 정도에서만 이같은 변이가 나타나며 나머지 50%의 발병 원인은 아직 밝혀지지 않았다.

Q. 골수섬유증은 어떻게 진단하는가?
골수섬유증에 대한 진단은 20년 전부터 가능했다. 당시에는 골수조직검사를 통해 현미경으로 직접 골수 형태의 변형을 확인하거나 환자의 비장 비대를 통해 골수섬유증을 진단했다. 하지만 2005년 이후부터는 해당 유전자의 변이가 발견되면서 진단이 쉬워졌다.

Q. 자카비가 나오기 전에는 골수섬유증을 어떻게 치료했는가?
골수섬유증 환자에 대한 치료는 적혈구를 수혈해주고 이후에는 혈소판을 수혈하는 보조적인 치료가 있다.

또 암세포축소치료로 경구용 항암제인 히드록시우레아가 대표적으로 사용된다. 히드록시우레아는 비장 비대에 대한 대증적인 치료제라고 볼 수 있다. 이밖에 야간발한 치료를 위한 스테로이드 처방이 있다.

면역조절제는 아직 골수섬유증 치료제로서 승인이 되지는 않았고, 현재 임상시험만 진행되고 있는데 승인에 상당한 어려움이 있어 보인다.

동종골수이식도 있다. 하지만 골수이식을 위해서는 환자가 젊어야 하고 잘 맞는 (골수)공여자가 있어야 하며, 환자상태가 굉장히 중증이어야 한다. 즉, 골수이식에 대한 편익이 위험을 훨씬 초과하는 중증의 환자에게만 해당한다.

이렇게 골수섬유증 환자들은 개인별로 서로 다른 치료를 하고 있는데, 히드록시우레아나 스테로이드 치료제 등 어떠한 치료제들도 자카비(JAK 표적치료제)만큼 효과가 있는 것은 없었다.

실제로 자카비가 등장하면서 엄청난 변화를 가져왔다고 할 수 있는데, 환자의 삶의 변화뿐만 아니라 의사의 입장에서도 드디어 환자에게 무언가 해줄 수 있게 됐다는 데서 엄청난 변화라고 할 수 있다.

COMFRTⅡ 임상연구 결과를 보면, 대상 환자 가운데 50%가 히드록시우레아를 복용했는데, 비장 크기가 약간 축소됐다. 추가적으로 비장이 커지는 것을 막을 수는 있었지만, 증상적인 측면에서 자카비 만큼의(비장비대 축소 효과)는 없었다.

Q. 자카비는 어떤 기전을 가진 치료제인가?
JAK와 STAT 경로가 골수섬유증의 가장 핵심이라 할 수 있다. 변이가 있던 없던 간에 골수섬유증 환자에게는 JAK와 STAT 경로 조절 이상이 생긴다. 자카비는 JAK, STAT의 경로 조절 이상을 재조정하는 역할을 한다.

세포에는 핵과 세포 표면의 수용체(receptor)가 있는데, 이런 것들이 신호와 결합하고, 결합을 통해 발생하는 메시지를 뉴클리오스에 전달한다. 세포 내에서 수용체와 핵을 연결하는 길이 바로 경로(Pathway)인데, 혈액(적혈구·백혈구·혈소판 등)과 관련한 경로의 가장 핵심적인 것이 바로 JAK-키나아제이다. JAK을 완전히 차단하면 혈구 생성에 문제가 생기기 때문에 바로 사망하게 된다.

자카비는 이상 조절되는 JAK 경로를 표적으로 작용해 신속하고 지속적인 효과를 나타내므로 새로운 표준치료로 자리매김 할 것으로 기대된다.

Q. COMFORT 연구에 대해 간략하게 설명해달라.
COMFORT1 연구는 309명의 환자를 대상으로 실시됐으며, 제24주에 자카비 투여 환자의 41.9%에서 비장 크기가 베이스라인에 비해 35% 이상 감소했다. 반면 위약군에서는 이런 환자가 0.7%에 불과했다.

COMFORT2 연구는 219명의 환자를 대상으로 실시됐는데, 제48주에 자카비 투여 환자의 28%에서 비장 부피가 35% 이상 감소했다. 반면 최적의 치료(BAT)군에서는 이런 환자가 0%에 불과했다.

COMFROT1 연구를 통해서는 위약에 비해 자카비의 생존율에 대한 긍정적인 효과를 확인했고, COMFORT2에서는 BAT(현존하는 최선의 치료)치료와 비교해 생존에 대한 잇점이 있음을 다시 한 번 확인할 수 있었다. COMFORT2에서의 환자 생존 기간 연장 관련 데이터는 조만간 발표 될 것이다.

Q.한국 의사들에게 하고 싶은 말은?
자카비는 내약성(Tolerance)이 굉장히 좋은 편이다. 혈액학적으로 또는 비혈액학적인 부작용이 거의 나타나지 않거나, 상당히 드물게 나타난다고 하더라도 용량조절을 통해 관리할 수 있는 수준이다.

다양한 억제제(inhibitor)를 보면 환자의 소화기쪽에 상당한 이상반응이 나타나 환자가 구토나 메스꺼움을 느끼지만, 자카비의 경우에는 내약성이 좋아 소화기쪽에서 불편함이 없다.

보통 신약이 개발되면 일부 의사들은 신약을 써야 하는지 고민을 하지만, 개인적인 경험에서는 "대체 이 약을 쓰지 않는 이유가 뭐냐"고 되묻고 싶다.

임상 경험상 비장 비대 증상, 골수섬유증 환자에게는 반드시 이 약을 써야 한다고 본다. 실제로 환자가 느끼는 증상들과 비장비대가 상당히 빨리 호전된다. 3∼4주 만에 환자들의 비장비대가 반으로 줄어들었고, 골수섬유증의 여러 증상들이 사라진 것을 확인했다.

하지만 질환이 15년 이상 진행된 경우에는 비장비대가 심각하고, 골수 속에 골수아세포(blast)가 많이 떠돌고 있기 때문에 극적인 결과를 기대하기는 어렵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골수섬유증 환자들에게 반드시 이 약을 쓸 것을 권고하고 싶다. 약을 써서 생존기간 자체가 늘어나지 않는다고 하더라도 환자의 삶의 질을 개선시켜 주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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