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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야의 '마하' 실제인물 알바부인 아니다

고야의 '마하' 실제인물 알바부인 아니다

  • 이영재 기자 garden@kma.org
  • 승인 2012.10.31 13: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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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국진 고려대 명예교수 제36차 법의학회 학술대회서 발표
200여년간 논란 세계적 화젯거리에 종지부…모델은 '페피타'

문국진 교수
스페인의 거장 프란시스 고야(1746~1826)가 그린 '마하'의 실제 주인공은 누구인가? 역사 속에서 종교재판을 불러일으켰던 이 논란은 1945년 유골 감정까지 이뤄졌지만 아직까지 명확한 결론에 이르지 못한채로 남아 있다.

문국진 고려대 명예교수는 10월26일 충남의대에서 개최된 제36차 법의학회 학술대회에서 세계적으로도 화제가 됐던 이 논란에 종지부를 찍었다. 문 교수는 마하의 실제모델은 지금까지 알려졌던 알바 공작부인이 아니라 당시 최고 세력가인 재상 고도이의 정부였던 페피타 츠도우라고 밝혔다.

논란의 출발은 200여년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고야는 '벌거벗은 마하'(1800) '옷을 입은 마하'(1805) 두 작품에서 '마하'를 그렸다. 그러나 벌거벗은 마하가 문제가 됐다. 가톨릭국가였던 스페인의 사회상과 맞물려 고야는 이단죄로 종교재판에 회부된다. 재판과정에서 고야는 끝내 모델의 신분을 함구하고 '마하'(스페인어로 함부로 자란 시골처녀를 뜻함)라고만 밝힌다.

이 때부터 실제모델의 신원에 대한 논란이 시작된다. 고야와 알바공작부인이 연인관계로 알려지면서 '마하'는 알바 공작부인이라는 이야기가 공공연해졌다. 한편에서는 당시 실권자였던 재상 고도이의 애인이었던 페피타 츠도우라는 이야기도 나왔다. 이 그림이 고도이의 누드 컬렉션에 포함돼 있다가 후세에 알려졌고 이 작품의 최종 소장자였기 때문이다. 호색한이었던 고도이가 애인의 누드화를 거실에 걸어 놓고 즐겼다는 것이다.

그러나 고야 사망후 연인관계를 증명할 수 있는 '알바 공작부인상'(1797)이 20년만에 세상에 나오면서 논란의 중심은 다시 알바공작부인으로 옮겨졌다. 고야가 끝까지 이 그림을 간직했던 점도 한 몫 했다.

결국 스페인의 명문가인 알바가문은 조상과 가문의 명예를 회복하기 위해 1945년 공작부인 유골을 발굴해 법의학자에게 감정을 의뢰했지만 유골이 훼손돼 정확한 감정을 할 수 없었고 오히려 마하는 알바 공작부인이라는 검시관들의 뒷얘기만 떠돌게 됐다.

이 논란은 고야의 유명세에 힘을 빌어 세계적으로도 큰 화제가 됐고 우리나라에서도 지난해 KBS TV <명작스캔들>과 MBC TV <서프라이즈>를 통해 소개되기도 했다.

마하와 알바부인의 얼굴그림<왼쪽>과 마하와 페피타의 얼굴그림<오른쪽> 중첩비교검사 결과. 오른쪽 페피타의 얼굴그림이 정확히 일치한다.
은퇴 이후 'Book Autopsy'(책부검)를 통한 '법의탐적학(法醫探跡學·Medicolegal Pursuitgraphy)'을 연구 중인 문 교수는 이번 논문에서 고야가 그린 '마하'와 알바 공작부인 초상화, 로페즈가 그린 페피타 츠도우 그림을 대상으로 생체정보연구팀의 도움을 받아 얼굴그림의 생체정보적 분석을 시행했다. 이 분석에는 그림얼굴의 랜드마크 비교검사(3차원 형상복원)·얼굴계측지수 비교 검사·얼굴인식프로그램 비교검사·중첩비교검사 등이 이뤄졌다.

분석 대상 그림 가운데 얼굴의 생체정보적 분석을 위해 촬영각도가 유사한 얼굴을 선택해 3차원얼굴형상으로 복원했으며 복원된 얼굴을 모두 정면으로 회전해 랜드마크 비교검사·얼굴계측지수 비교검사·얼굴인식프로그램 비교검사를 시행한 결과 페피타가 알바부인보다 마하와의 유사성이 높게 나타났다. 특히 중첩비교검사 결과에서는 마하의 얼굴이 페피타와 정확히 일치됐다. 이 결과가 신뢰성을 높이는 것은 알바부인 초상화는 고야가 그린 것이지만 마하와 유사점이 없는 데 반해 페피타의 그림은 다른 화가가 그린 것이지만 고야가 그린 마하와 일치했기 때문이다.

문국진 교수는 "늦게나마 마하의 실제 주인공이 알바부인이 아니었다는 것이 밝혀져 다행"이라며 "200여년간 불명예스러운 소문에 시달린 알바가문이 이제나마 떳떳해질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이어  "세계적으로 화제가 됐던 '마하'의 신원에 관한 논란을 법의탐적학적인 접근을 통해 해결할 수 있었다"고  이번 논문에 의미를 부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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