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산업경쟁력포럼 전문가들 "정부 규제 완화 미흡했다" 비판
의료산업화 성공해야 좋은 일자리 창출…정부가 오히려 '걸림돌'
산업정책연구원은 26일 프라자호텔에서 '경영학적 관점에서 바라본 의료생태계'를 주제로 제 11기 의료산업경쟁력포럼을 열고 최근 10년 동안의 의료산업정책을 평가하고, 발전 방안을 모색했다.
주제발표를 한 정기택 교수(경희대 의료경영학과)는 "투자개방형병원제도는 투자재원 조달을 활성화하고, 의료산업 발전과 고용 창출이라는 긍정적인 효과가 있음에도 공적 의료보장체계를 붕괴시키고, 의료를 민영화할 것이라는 괴담에 막혀 결론과 실행이 전무한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MB정부의 신성장동력 정책 역시 복지중심의 정책과 제도적 장벽에 가로막히면서 별다른 진척을 보이지 못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정 교수는 "과학기술 인재육성 정책과 컨트롤타워의 부재 속에 공을 차지하기 위한 정부 부처간의 소통 부족으로 인해 비효율이 불거지고, 단기적 성과 위주의 정책이 잇따르면서 전혀 성과를 보지 못했다"면서 "한국의 의료산업화 정책이 의료민영화 괴담과 정책 부재 속에 제자리걸음을 거듭하는 동안 첨단의료복합단지·신약개발·의료기기 등의 의료산업 분야는 경쟁국인 중국·싱가포르·인도 등의 눈부신 성장을 지켜봐야 하는 상황에 직면해 있다"고 비판했다.
이날 포럼에서는 의료산업의 육성을 위한 해법도 제시됐다.
정 교수는 먼저 부처간 중복돼 있는 업무를 한 곳으로 모아 범부처 민관협력지원기구를 만들 것을 제안했다. 여기에 기존 첨단복합단지의 R&D 인프라를 연계하고, 글로벌 무대에 통할 수 있도록 IT헬스케어 융합·민간 공동출연 상업화 추진법인 설립·병원지원에 필요한 제도 개선 등 산업생태계를 조성함으로써 의료 성공모델을 조기에 만들어 보여줘야 한다고 조언했다.
제약과 의료기기 등 과학기술산업을 육성하기 위해서는 해외미래산업단지의 성공사례를 벤치마킹해 의료계의 포항제철과 같은 주력 의료산업단지를 조성해야 한다고 밝혔다.
김기찬 가톨릭대 교수(경영학부)는 "대형병원의 고용창출 능력은 제조업의 6배가 넘는다"면서 "현재 12만 명인 외국인 입원환자를 100만 명까지 늘리면 의료·관광·교육 등 3대 서비스산업에서 최고급 일자리부터 서민을 위한 일자리까지 좋은 일자리 20만 개를 만들 수 있다"고 전망했다. 김 교수는 "좋은 일자리 창출은 시대적 과제"라며 "보건산업진흥의 비전을 바꿔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
이왕준 명지의료재단 이사장은 "정부가 의료산업의 지원자인지, 걸림돌인지 모를 지경"이라며 정부의 규제와 통제 위주의 정책에 메스를 들이댔다. 이 이사장은 "의료서비스산업이 성장하는데 정부는 건강보험 재정을 확대한 것 외엔 별다른 역할이 없었다"고 혹평한 뒤 "의료인들이 의료현장에서 제대로 잘 뛸 수 있도록 정부는 감독 역할을 제대로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 이사장은 "현재의 의료정책과 제도에서는 선수들이 제대로 뛸 수 있는 생태환경이 아니다"면서 의료산업화 정책과 발전 방향에 부정적인 견해를 내비쳤다.
의료산업경쟁력포럼은 의료산업의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한 경영혁신과 산·학·관·연 협력의 장을 마련하기 위해 2002년 결성된 단체로 박용현 연강재단 이사장(전 서울대병원장)·성상철 전 대한병원협회장·이길여 가천대 총장(가천길재단 회장)·이기태 연세대 공대 교수(글로벌융합공학부·전 삼성전자 부회장)·이종철 전 삼성의료원장 겸 의무부총장·이철 연세대 의무부총장 겸 의료원장·장대환 매일경제신문 대표이사·정희원 서울대병원장·조동성 서울대 교수(경영대학)가 자문 및 공동대표를 맡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