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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우천 속에 울려퍼진 "의료악법 철폐!"

[종합] 우천 속에 울려퍼진 "의료악법 철폐!"

  • 이석영 기자 lsy@doctorsnews.co.kr
  • 승인 2012.09.13 18: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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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년만의 장외집회...악천후 불구 수백명 운집
"포괄수가제 원점 재검토, 수가 현실화" 강력 촉구

▲13일 오후 서울역 광장에 모인 의사 800 여명이 '의료악법 철폐'를 촉구하며 구호를 외치고 있다. ⓒ의협신문 김선경
의료 왜곡을 조장하는 악법을 철폐해 국민 건강을 지켜내자는 의사들의 염원이 울려 퍼졌다.

대한의사협회는 13일 오후 3시부터 서울역광장에서 '국민건강 위협하는 의료악법 규탄대회'를 개최했다.

오전부터 비가 내리는 악천후에도 불구하고 약 800 여명의 회원들이 운집한 가운데 열린 이날 대회는 포괄수가제와 만성질환관리제, 도가니법·액자법·응당법 등 의료인을 옥죄는 일련의 제도에 대한 결연한 거부 의지를 표출하는 장이었다.

의협은 포괄수가제의 전면 재검토와 의료수가 현실화 등 왜곡된 의료제도의 개혁을 정부에 촉구했다.

이날 채택한 대정부 요구사항에서 의협은 정부의 '일방통행식' 정책 추진을 강하게 비판하고 "의료의 한 축이자 전문가인 의사들의 의견을 무시하고는 합리적인 제도를 만들어 낼 수 없다"며 "정부는 '의료계 무시하기, 길들이기' 정책을 포기하라"고 밝혔다.

▲ ⓒ의협신문 김선경
특히 의료 왜곡의 근원인 원가 이하의 수가체계를 바로잡을 것을 강력히 요구했다. 의협은 "우리나라의 의료수가는 미국의 10분의 1, 일본의 5분의 1에 불과하지만, 의사들은 국민에게 최선의 진료를 제공하기 위해 노력해 왔다"며 "국민의 지탄 대상인 과잉진료, 3분 진료는 모두 비현실적인 의료수가 때문이라는 사실을 직시하라"고 강조했다.

이와함께 "정부는 의사가 행복하면 국민도 행복할 수 있다는 단순한 명제를 간과하고 있다"며 "정부는 지금까지 전문가와 현장의 의견을 무시해온 사실을 반성하고 이제라도 의료계와 소통을 통해 새로운 의료제도의 새로운 판을 짤 것을 요구한다"고 밝혔다.

노환규 의협 회장은 의협에 주어진 과제로 ▲의료계의 근본과 제 목소리 찾기 ▲국민에게 신뢰받는 의사상 구축, 두 가지를 꼽고 "목표 달성을 위해서는 의사 사회에 만연한 '패배주의'를 극복하는 것이 반드시 넘어야 할 숙제"라고 말했다.

또 "의료계의 합리적인 주장을 집단이기주의로 치부하는 국민과 사회의 생각을 바꾸기 위해서는 '해도 안된다'는 생각보다 '하면 될 수 있다'는 생각을 가져야 한다"고 지적하고 "정부가 국민에게 다가서는 정책을 시행할 수 있도록 끊임없이 채찍질을 해야 할 것"이라고 힘주어 말했다.

의료계 지도자들 "의협 지지" 한 목소리

 ⓒ의협신문 김선경
이날 대회에는 임수흠 서울시의사회장, 조인성 경기도의사회장, 황인방 대전광역시의사회장, 최동석 광주광역시의사회장, 김종서 대구광역시의사회장, 윤형선 인천광역시의사회장, 김일중 대한개원의협의회장, 박강식 각과개원의협의회장, 정영기 대한병원의사협의회장, 경문배 대한전공의협의회장 등 각 직역을 대표하는 의료계 지도자들이 대거 참석, 의협의 정책 노선을 지지하고 적극 동참할 것을 다짐했다.

경문배 대한전공의협의회장은 젊은 의사를 대표해 의료악법 철폐에 앞장설 것을 약속했다.

경 회장은 "의사가 되기 전에 열심히 환자만 진료하면 될 줄 알았다. 하지만 열악한 근무환경 속에 병원의 부속품 같은 삶에 익숙해져 갔다"고 토로했다. 경 회장은 "앞으로 의사와 환자의 권리를 당당히 외쳐야 한다"고 강조하고 "의료악법 철폐를 함께 외치자"고 호소했다.

참석한 회원들은 쏟아지는 비 속에서도 흐트러짐 없이 행사장을 끝까지 지켰다.

회원들은 대회가 진행되는 중간 마다 '환자 위한 최선 진료, 국가가 보장하라'는 문구가 적히 파란색 수건을 양손으로 펼쳐 머리 위로 일제히 들어 올리며, "저질의료 조장하는 포괄수가 철폐하라!", "무상의료 하기 전에 무상정치 먼저 하라!", "최신 진료 가로막는 진료지침 폐지하라!", "포퓰리즘 의료정책 국민건강 무너진다!" 등 왜곡된 의료제도의 개선을 요구하는 구호를 뜨겁게 외쳤다.

강서구에서 내과의원을 운영하고 있는 한 회원은 "오후 진료를 접어야 하는 것이 부담스러웠지만, 의협에 작은 힘이라도 보태기 위해 참석했다"며 "의사로서 한 줄기 희망을 느끼게 한 행사였다"고 말했다.

또 한 여성 회원(서울 구로구·가정의학과)은 "의사로서 휴진을 해야 하나 고민했는데, 결국 2주 전에 휴진안내 하고 오늘 이 자리에 오게 됐다"며 "의협 회원으로서 대회에 동참해 우리의 목소리를 알리고 싶었다"고 말했다. 그는 "의사들은 늘 '모범생'이라는 틀에서 벗어나는 경우가 없었는데, 오늘 집회를 통해 의사들의 새로운 모습을 발견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경기도 광명시에서 왔다는 회원(영상의학과)도 "우리들의 단합된 힘을 보여줄 수 있는 기회였다"고 말하고 "부득이하게 참여하지 못한 회원들도 많을 것이다. 훨씬 더 많은 회원들이 지지하고 있다. 의료악법은 반드시 철폐되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내달 '전국의사 가족대회' 성공개최 예고

▲ 의료계 대표자들이 '의료악법 철폐' 를 형상화하는 얼음 깨기 퍼포먼스를 하고 있다.ⓒ의협신문 김선경
이날 대회에는 유명 가수의 공연, 의료악법 개그 패러디 공연 등 다채로운 행사가 마련돼 경직된 분위기를 풀어줬다. 특히 의료계 지도자들의 '얼음 깨기' 퍼포먼스는 지금까지 의협 주최 행사에서 볼 수 없었던 이색적인 것이었다.

임수흠 서울시의사회장 등 7명의 의료계 지도자들은 미리 준비된 손도끼로 '포괄수가제', '응당법' 등 의료악법이 적힌 팻말이 얼려있는 대형 얼음을 내리쳐 깨뜨렸다. 얼음 조각이 깨어져 흩어질 때마다 참석한 회원들의 함성은 극에 달했다.

이날 규탄대회는 2007년 열린 과천 정부청사 앞에서 '의료법 개악 저지를 위한 전국회원 궐기대회' 이후 처음 열린 장외 집회다. 3만여명이 운집한 당시 대회와 규모면에선 비교할 수 없지만, 이날 보여준 회원들의 적극적인 관심과 열기는 내달 10월 7일 일산 킨텍스에서 대규모로 열리는 '제 1회 한마음 전국의사 가족대회'의 성공적인 개최를 예고하는 것이어서 의미가 깊다는 평가다.

송형곤 의협 공보이사 겸 대변인은 "오늘 회원들이 보여준 의료개혁의 의지에 깊히 감사드린다"며 "이 같은 열기를 내달 한마음 전국의사 가족대회로 이어가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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